벨제스 레스틴의 미동1화(리메이크)(장편)

오후 7시 정도 되었으려나..점점 해가지는 모습이 마치 붉은 계열 수채물감이 깨끗한 물에 톡톡 떨어진것 처럼 무척 아름다웠지만, 레스틴 공작가의 사용인들은 그 절경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의 주인, 벨제스 레스틴 때문에.

점점 해가 져 어두운 밤이 되갈수록 그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사용인들은 숨 죽여 일과를 마무리해 간다.

벨제스는 그리 사용인에게 무자비하고 잔혹한 주인이 아닌걸로 안다. 다만 레스틴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색욕의 저주 때문에 밤이 다되어가는 시간은 벨제스 그가 인내하고 또 인내해서 지나가야만 하는, 벨제스와 사용인들 모두 괴로울게 분명할 시간이었다.

가끔가다 레스틴가의 규칙을 몰라 밤중에 한껏 예민해진 그를 자극하는 사용인이 나오면 그 사용인은 남녀노소 구분할것 없이 벨제스에게 잔뜩 취해지다가 그 밤을 못 넘기고 말라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는 나름 자비롭고 사용인들에게 정도 많은 것 같은 벨제스 레스틴이 괴로울 뿐만 아니라 사용인들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었다. 옛날보다는 날카롭고 예민해지신 그였어도 사용인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모습은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예전엔 벨제스에게도 사랑스런 연인이 있었다. 몸도 섞고 마음도 나누던 그 소년이 벨제스에게 저주가 물려지기 전, 그러니까 선대 레스틴 공작 이안도르흐 레스틴이 죽기 전에 ''''리안 에스파시엘로''''라는 에스파시엘로 백작가의 칠남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었었다.

불행하게도, 리안 에스파시엘로는 벨제스에게 저주가 물려지던 순간 벨제스와 몸을 섞고 있다 죽어버렸다.

그게 벌써 3년이나된 일이다.

사용인들이 리안 에스파시엘로를 회상하길 리안은 친절하고 따뜻했으며 약간 엉뚱하기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귀족들에겐 경계심을 잔뜩 품은 벨제스 레스틴의 제국 미남상은 아닌 끝내주게 퇴폐적인 외모와, 그 외모에 반비례하는 싸가지에 반해버렸다고 했었다. 특히 싸가지에.

결국엔 연심을 들켜서 벨제스에게 아주 끈질기게 괴롭혀졌었다고도 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벨제스가 아주 절절하게 구애해대서 그가 자기를 놀리는줄 알았다고.

아무튼 그래봤자 무엇하랴. 그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데. 리안이 자기 자신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뒤 벨제스의 심장은 더 이상 연심을 품질 못하니.

그러니 다른 이에게 연심을 품질 못해 리안을 대체할 ''''미동''''을 구하는 것도 막지 못하지 않는가.

리안 에스파시엘로가 살아 있었다면 23살밖에 안먹은 벨제스가 나이 많은 귀족들 마냥 어리고 예쁘장한 소년소녀들을 찾진 않았을 것이다.



* * *





텔로이스 제국 수도 텔의 어느 한 골목으로 레스틴 가의 집사 레이븐 론텔이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은밀하게 어느 낡은 건물앞에 다가갔다.

"무슨 용건이시오?"

허름한 건물 앞에서 술병을 들고 있던 한 남자가 레이븐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약한 어린 꽃을 찾으러 왔소"

"따라 오시오."

집사가 그리 대답하자 술병을 든 남자가 그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건물 안도 바깥처럼 허름했지만 남자를 따라 건물 안 지하실로 내려가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하실 계단의 끝엔 단단한 철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자마자 화려한 내부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양질의 곰가죽으로 만든 장식품과 푹신푹신한 양털 양탄자가 있었고. 최고급 상아를 깎아 장식한 대리석 테이블과 푹신하게 비단방석을 깔아논 루비가 알알이 박힌 고급 목재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군데 군데 매달아논 샹들리에와 황금 촛대들은 지나치게 화려해 눈이 아플 정도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곧 상품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남자는 말을 마치고 지하실의 또 다른 철문을 열어 그 안으로 사라졌다.

상품을 데리고 온다니 표현이 이상했으나, 이곳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정체를 안다면 잘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아까의 어린 꽃도, 상품도 모두 침노를 뜻하는 말들이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열댓명은 되어보이는 아주 곱상한 소년소녀들을 데려왔다. 그들의 이목구비는 하나하나 다 다르게 생겼으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금발에 보랏빛을 띄는 푸른 눈동자를 갖고 있는 미동들이란 것이다. 레이븐이 누구의 명을 받고 무엇을 위해 그 소년소녀들을 샀는지 알만해지는 부분이었다.

"대금은 미리 치루셨으니 준비시킨 마차에 실어 보내겠습니다."

"아니, 그건 되었네 그냥 저 아이들을 내가 준비한 마차에 옮기는 것만 해주게나"

"예. 고객님"

레이븐이 지하실을 빠져나가자 남자도 노예들을 데리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 * *







레스틴 가의 문양을 제거한 잘빠진 갈색 마차 안에 십대 중후반이나 되어보이는 소년소녀들이 멍하게 앉아있었다. 사람이 아닌 인형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생각했다.

손과 발을 채운 족갑과 수갑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이 멍하게 허공만 쳐다보던 소년이 생각했다.

''''늙고 뚱뚱한 귀족들의 노리개나 하다가 죽임 당할까, 아니면 변태 귀족에게 팔려나가 괴롭힘당하다가 질리면 다시 버려질까..''''

전자가 되었든, 후자가 되었든 절대 편히 죽을순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도대체 왜 노예로 태어나서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궁금해 해봤자 달라지는건 없겠지.

나는 다시 체념한채 허공만 들여다 봤다.

복잡하게 무언갈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도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하게 될뿐 바뀌는건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학습된 무기력함에 허공만 쳐다보던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영원히 눈을 뜨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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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09 00:19 | 조회 : 3,841 목록
작가의 말
에스테로(aws40662)

세계관 교체. 캐릭터 설정 및 서사 수정. 이베젠 데 라 크레센트라 겐스 스키라시스 레스틴 -> 벨제스 레스틴. 리안 -> 리안 에스파시엘로. 제목 수정. 주인수 수정. 테일드 -> 일리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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