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간질거리는 마음

때는 에디스가 아카데미에 들어간 지 3달쯤 후, 가을이었다
에디스는 건물 기둥에 기대 앉은 채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에디스."

익숙한 목소리에 에디스는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였다.
알렌은 에디스의 미소가 너무 눈이 부셔 감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는 왠지 심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띄워졌지만 ''''''''소풍''''''''에 들뜬 에디스의.눈에는 비쳐지지 않았다.

"알렌, 너 ''''''''베네딕투스(Benedictus) 호수''''''''에 대해 들어봤어?"

알렌은 에디스 옆에 앉을 수 있었음에도 앉지 않았다.
그냥 서서, 에디스는 반대로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있어. 이름 그대로 축복의 호수이잖아."
"우리 거기 가보자!"

오늘 알렌과 에디스 일행이 가는 곳이 그 호수가 있는 작은 언덕이었다.
에디스가 그 호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부터 그녀가 가고싶어 한다는 걸 눈치챈 알렌은 별 말하지 않고 긍정했다.
아마 에디스도 아는 모양이었지만 그 호수에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먼 옛날부터 그 곳에선 신들, 천사들의 결혼식이 행해져 왔다.
호수의 이름처럼 축복을 받고 싶어서.
책에서 그 이야기를 보았을 때, 알렌은 코웃음을 쳤다.
축복같은 게 있을 리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신과 타락천사의 아이인 알렌만큼 축복이란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래도 알렌은 에디스를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처럼 따라갔다.
왠지 차기 행복의 여신인 에디스의 곁에 있으면 알렌, 본인도 조금이나마 행복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에.
솔직히 알렌은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매일 맞는 삶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에디스가 알렌을 구해줌으로써 그 괴롭힘은 멈췄다.
수근거리는 말들이 많았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이 나아진 것이었다.

''넌 내게 있어 기적이야. 에디스.''

자유시간 동안 에디스와 알렌은 호수로 향했다.
호수와 딱 틔인 경치를 보며 에디스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와아! 진짜 멋지다!"
"......"

알렌은 아무 말없이 눈 앞에 펼쳐진 진귀한 풍경은 눈동자 속에 담았다.
에디스는 넋 놓고 바라보는 알렌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 좋아하면 어떻하냐, 걱정했는데 진심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에디스가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그녀의 옆을 두드렸다.

"여기 앉아."
"응."

알렌이 자리에 앉자 에디스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렌, 너희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지 물어봐도 될까.....?"

알렌의 금빛 눈동자가 무겁게 내리 앉았다.
에디스는 그냥 호기심이었고, 걱정이었다.
아들이 아카데미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데 부모는 왜 아이를 구해주지 않는 것일까?
알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이가 물어봤다면 무시했을 테지만 물어본 이가 에디스였기에 알렌은 입을 열 수 있었다.

"내 아버지는 어둠과 밤의 신인 녹스야. 그리고 어머니는 상급 천사였지."

알렌은 과거 아버지인 녹스에게 들은 녹스와 스텔라의 이야기를 에디스에게 전했다.
에디스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늘의 신인 케일룸의 뜻을 저버린 채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알렌이 결국 태어나 버렸으니 분노할까?
왜 태어났냐고 욕을 할까?
아니면 버릴까?
에디스의 반응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에디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대단하신 분들이네. 녹스 님도, 스텔라라는 천사도, 그리고 너도."

알렌은 본인이 상상한 대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아니자 에디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평소처럼 맑고 투명했으며, 흔들림이 없었다.

''진심이구나...너는.''

"내가 왜 대단해?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그의 물음에 에디스는 잔잔한 물결이 일듯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슬퍼 보이기도, 씁쓸해 보이기도 했다.
에디스는 이유 모를,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겉으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알렌. 아이들이 너를 괴롭혔을 때, 포기하지 않았잖아. 이 악물고 버텼기에 내가 너를 만났고, 네가 나를 만날 수 있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알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알렌을 보고 대단하다고, 아니 칭찬을 한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알렌의 머릿속 또한 에디스의 마음처럼 혼란스러울 때, 에디스의 태양을 닮은 금발이 알렌의 뺨을 부드럽게 간질거렸다.
옆으로 고개를 틀자 에디스가 알렌의 어깨에 기대 있었고, 고른 숨소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잠이 든 모양이었다.
소풍 간다는 생각에 잔뜩 들떠 밤을 샌 후에 나타나는 후폭풍이었다.
알렌은 에디스가 불편하지 않게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줬다.
아카데미 내에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해 키는 또래 아이들보단 작았지만 그는 에디스와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올해로 14살이 된 알렌은 잠이 든 에디스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중에 자유시간이 끝나도록 보이지 않는 알렌과 에디스를 찾아온 메디치나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든 두 아이를 발견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잠이 든 두 아이를 옮겼고, 그 날 밤, 메디치나는 케일룸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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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0 10:33 | 조회 : 967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알렌의 나이를 수정했습니다. [이번 화 기준] 알렌:14세/ 에디스:1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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