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신과 타락 천사의 아이(1)

어둠의 신, 녹스는 '어둠'이란 속성때문에 그 누구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어릴 적 녹스는 진심으로 자신의 힘이 증오스러웠다.
그에게 있어 어둠은 주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신의 아이인지라 쉽사리 녹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저 다가가기가 꺼리는 존재, 무서운 존재가 녹스였다.
그 누구도 녹스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 여겼던 세월이 몇 백년이 흘러갔다.
500년인지 600년인지 녹스는 알지 못했다.
무한한 삶을 사는 신에게 나이는 아무런 의미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녹스는 한 천사를 만나게 되었다.
단발로 자른 골드 브라운 색의 머리칼이 바람을 따라 부드럽게 살랑거렸다.
녹스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은 절대 가질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천사를 자신의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저 혹시 메디치나 님의 신궁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길이라도 잃은 것일까?
녹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천사는 '아! 감사합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하고는 걸어나갔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듯 했지만 녹스는 굳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어둠의 신 녹스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저렇게 웃지 못했을 테니까.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이이었느니 굳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녹스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녹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천사는 또 길을 잃고 해매고 있었다.
아무리 신계가 넓다고는 하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길을 잃는 것을 보니 아무래고 이 천사는 심각한 길치인 듯 싶었다.
천사는 녹스를 발견하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 여기서 또 뵙네요!"
"...또 길을 잃은 건가?"
"아하하...그렇죠, 뭐."

천사의 대답에 녹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가는 거지?"
"우무스 님께요. 근데 말이에요."

우무스에게로 가는 길을 알려주려던 녹스가 뒤에 이어지는 천사의 말에 의해 멈칫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매번 저를 도와주시는데 이름도 모르네요. 전 '스텔라(stella)'라고 해요."

천사, 스텔라의 금색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이며 빛났다.
녹스는 그녀의 눈빛이 부담스러웠지만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이름처럼 스텔라는 이미 녹스에게 '별'이 되었기에.
항상 반짝이며 빛나는 '희망'이 되었기에.
녹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아무리 그래도 무섭고 두려운 건 변함이 없었다.

"내 이름을...듣고 서도 피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나?"
"그럼요. 약속해요."

약속이란 말을 완벽히 믿진 않았으나 녹스는 한 번의 도박에 걸어보기로 했다.

"녹스. 내가 어둠의 신인 녹스다."

스텔라는 입을 떡 벌리고 놀라워했다.
충격으로 몸을 떠는 것 같았다.
분명 두려움에 벌벌 떨며 도망칠 것이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말로만 듣던 녹스 님이시군요! 꺄아~ 어떡하지? 제 상상 그 이상이시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녹스의 예상과는 반대로 스텔라는 녹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났다는 것에 감동받은 듯 보였다.
이에 혼란스러워진 것은 녹스였다.

"잠...잠깐! 왜 날 두러워 하지 않지? 왜 도망가지 않느냐 말이다!"

스텔라의 티 없이 맑은 금빛 눈동자가 녹스의 흑안을 가득 채웠다.
녹스는 그의 정체를 알고도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처음인지라 당황했고 혼란스러웠다.

"제가 왜요? 제가 만나 뵌 녹스 님은 다른 천사들이 이야기하는 무섭고 잔인하고 매번 피에 절여 있는 분이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길 잃은 저를 매번 도와주시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시잖아요. 그런 분을 제가 뭐 때문에 피하겠어요?"

녹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었으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눈에서 뜨거운 물이 떨어져 그의 뺨을 적셨다.
스텔라는 서둘러 그녀의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건네 주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쉽사리 멈추지 않은 눈물에 녹스와 스텔라는 어쩔 줄 몰라했다.
녹스는 스텔라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작은 웃음 소리와 함께 녹스의 몸이 기울어져 스텔라에게 안겼다.
스텔라가 녹스를 안은 것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온기에 녹스는 눈을 동드랗게 떴고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스텔라의 품이 마치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해 서 가만히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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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4 11:41 | 조회 : 1,142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알렌이 태어나기 전, 알렌의 부모님의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만에 소설을 써보는 건지...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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