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케일룸과 에디스(2)

흔히 신계, 마계, 요정계 등 같이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곳들은 계절과 날씨의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곳에는 날씨가 있었고 계절이 있었다.
다만 인간계와의 차이점은 그 날씨가 신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날씨의 신들(비,바람,눈,태양,구름)이 인간계뿐 만 아니라 신계를 다스리고 마계는 마신이, 요정계는 여왕이 날씨를 다뤘다.
요즘 천계에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날씨의 신들이 12년 만에 돌아온 비테와 아모르의 딸인 에디스를 축복해주기 위해서였다.
거기다가 주위를 항상 따뜻하게, 밝게, 행복하게 해주는 에디스의 기운에 천사와 신들에 상관없이 모두 에디스를 사랑했고, 좋아했다.
"행복한"이란 이름에 걸맞는 아이었다.
에디스는 케일룸을 만난 이후로 매일 그에게 문안인사 겸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서오세요, 에디스 님."
"밤에는 잘 주무셨나요?"

지나가는 천사들이 에디스가 지나갈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안부인사를 건넸다.
이에 에디스는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언니들도 잘 잤어요?"

사교성이 뛰어난 에디스는 천사들은 언니나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설마 자신들이 모시고 있는 신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기에 천사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귀엽다, 사랑스럽다란 말들을 들으며 에디스는 케일룸의 신궁에 발을 들였다.
문이 열리자 케일룸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 나왔다.
190cm 장신인 케일룸에게 156cm의 작은 아이가 폭 안겼다.
에디스는 옅은 홍조를 띠우며 웃었다.
그 웃음 하나만으로도 얼음처럼 차가웠던 분위기가 물처럼 녹아내린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케일룸은 허허, 웃으며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안아 들었다.

"그래. 어서 오거라.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으냐?"

에디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끄응'' 신음 소리를 냈다.
케일룸은 에디스의 미간을 손으로 꾹 눌렀다.
그가 개구쟁이처럼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찡그리고 있으면 금방 할머니 된다."

케일룸의 짓궂은 말에 에디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 삐졌어요!'' 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볼에 가득 공기를 넣어 더 빵빵해졌다.
공기를 가득 넣은 볼이 걸을 때마다 상하로 약간씩 움직였다.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에 케일룸의 눈에는 꿀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이구. 할아버지가 잘못했다. 화 풀어라."

하지만 단단히 삐친 모양인지 에디스는 ''흥!'' 콧소리와 함께 고개를 반대로 돌려버렸다.
케일룸이 피식, 웃었다.
하늘의 신이자 신들의 왕인 자신의 앞에서 삐치는 아이는 이 아이가 유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토록 노력하는 자신도.

"아이구...내 손녀가 삐졌으니 어쩌냐......우리 에디스 먹으라고 맛있는 마카롱을 가져왔건만."

에디스는 단 음식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에디스가 좋아하는 건 마카롱이었다.
마카롱이란 단어에 에디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푸른 눈에는 분노는 없었다.
이미 행복의 나라로 저 멀리 떠나버렸다.
아이의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에 케일룸은 속으로 성공했다고 좋아했다.

"마카롱 먹으러 가요!"
"음? 삐져서 안 먹는 거 아니었나~?"

케일룸이 장난스럽게 말꼬리를 늘렸다.
에디스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리고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삐졌으니까 많이 먹을 거에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앞으로 전진!"

그 누가 케일룸을 개인 전용 이동 수단으로 이용할까?
이건 그의 아내인 땅의 여신인 우무스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케일룸은 해맑게 웃은 에디스를 보며 자신도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케일룸과 에디스가 웃자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천사들이 얼굴이 붉어진 채 코피를 흘리며 하나 둘 기절해 나갔다.
물론 당사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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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05 15:36 | 조회 : 913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이번엔 좀 늦게 왔죠ㅠㅠ 수능이 끝나도 학교에 가야하는 이 슬픈 진실...ㅠㅠ 기억을 잃은 에디스의 본래 성격은 밝고 빛나며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유리시아 제국에 있을 때, 무관심 속에서 살아서 그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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