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 (3)

비테와 아모르는 케일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캐일룸과 그들을 멀뚱멀뚱 눈을 뜬 채 눈치만 보던 에디스도 그들이 허리를 숙이자 자신 또한 허리를 숙였다.

"뭘 그렇게 인사를 하나. 그냥 왔다는 말 한마디면 되지. 안 그러느냐, 에지스?"
"아버지...저희 딸 이름은 '에디스' 입니다만. 에지스는 어디에 누굽니까."
"엉? 그런 이름이었던가? 이런. 내가 실수했군."

케일룸은 머쓱한지 크게 웃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천지가 진동했다.
에디스는 느껴지는 진동에 놀라 비테의 손을 꼭 잡았다.
비테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가를 굳혔다.

"아버지, 에디스가 놀라지 않습니까. 그만 하시죠."

케일룸이 웃음을 멈추고 애디스를 쳐다봤다.
그의 짙은 보라색 눈동자와 에디스의 푸른 눈동자가 허공에서 만나자 케일룸은 입 고리를 올렸다.

"그래그래. 네가 내 손녀라고? 이리 와 봐라."

에디스는 비테와 아모르를 한 번씩 쳐다보고 그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발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올라 이윽고 케일룸이 앉은 상석에 도착했다.

"네 나이가 어떻게 되냐?"
"음...12살이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란 소리에 케일룸의 보라색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웃으며 에디스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가지런했던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흩어지자 에디스는 울상을 지었다.

"할아버지...너무해요. 머리가 엉망이 됐잖아요......"

케일룸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는 채로 사과했다.
미안한 것보단 귀엽고 꽤 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다른 자식들과 손주들을 봤을 때, 에디스처럼 자신을 바로 ''''할아버지''''라 부르며 울지 않는 아이가 없었다.
몇몇은 케일룸을 ''''조부님''''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그도 아니면 ''''케일룸 님''''이라던가.

"에디스, 왠지 너하고는 죽이 잘 맞을 것 같구나. 어떠냐, 이 할애비하고 같이 살지 않으련?"

케일룸이 그의 궁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의 제안은 그만큼 파격적이다못해 충격적인 것이었다.
여기가 만약 인간 계였다면 뉴스에 나오고 여러 신문기사에 올랐을 정도로.
아모르가 어버버한 채로 비테와 케일룸을 바라봤다.
비테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을 에디스가 깨트렸다.

"저도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는 싶지만 아직은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 대신 자주 놀러 올게요! 그래도 되죠, 할아버지?"

그 누가 하늘의 신이자 모든 신들의 왕인 케일룸의 제안을 거절할 줄 알았겠는가.
에디스는 부모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에디스가 케일룸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
아모르는 혹시나 케일룸이 에디스에게 호통을 칠까 안절부절 못했다.

"하하하하...이 케일룸의 제안을 거절한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그래. 아직 12살이니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나이지. 대신 자주 놀러 오너라."
"네, 할아버지!"

아모르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디스가 내려가자 아모르는 에디스의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주었다.

"그럼, 아버지. 이만 가보겠습니다."
"볼일이 끝나자마자 가는 구나. 이 매정한 녀석."

비테는 케일룸의 투정이 익숙하다는 듯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건 아모르도 마찬가지였다.

"매정하다니요. 에디스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비테가 에디스를 들먹이자 케일룸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만 가 보거라."

케일룸이 허탈하게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비테와 아모르는 인사를 한 후 에디스의 손을 잡고 나왔다.
다시 비테의 신궁으로 돌아가면서 아모르는 에디스에게 슬쩍 물었다.

"에디스, 할아버지를 보니 어떻니?"

에디스가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완전 예뻐요! 막 눈의 요정 같았어요!"

예쁘다는 말과 눈의 요정이란 말을 케일룸이 들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바닥까지 닿는 긴 은색 머리와 짙은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케일룸은 정말 여자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아름다움의 소유자였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미의 여신인 케리(chri)조차 울고 갈 미모라는 소문이 날까?
물론 그 소문을 케일룸은 끔찍하게 여기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에디스는 무사히 할아버지인 케일룸에게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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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27 14:09 | 조회 : 868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나도 그 미의 여신이 인정한 케일룸의 미소년 외모! 보고 싶습니다ㅜㅜ (똥손은 웁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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