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비테와 에디스

세상 모든 만물의 생사를 담당하는 신, 비테는 그의 아내인 사랑의 신, 아모르를 몹시 사랑하는 애처가였다.
비테와 아모르는 마치 운명처럼 첫만남에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을 했고 약 2년 만에 낳은 아이가 바로 에디스였다.
하지만 이 때의 에디스는 그저 영혼만 있을 뿐, 그 영혼을 넣을 몸이 필요했다.
이 때부터 비테는 고민에 빠졌다.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인 만큼 최고로 호화롭고 편안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다 쓰러져가는 곳이 아닌,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는 나라의 공주나 황녀처럼.
그가 이토록 고민하는 이유는 본디 신의 영혼을 담은 몸은 인간계에서 죽지 않는 한 신계로 돌아올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즉, 자신의 딸은 인간계에서 한 번의 죽음을 경험해야 자신의 곁으로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비테는 이왕 죽는다면 에디스가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자신에게로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맞는 몸을 찾았다.
그리고 무려 반 년이 흘러서야 비테는 딱 맞는 곳을 찾았다.
바로 현 유일한 제국으로 남다른 전투력과 부를 자랑하는 유리시아 제국이었다.
그 곳에 황후란 여자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비테는 영혼인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딸, 에디스를 보고 말했다.

"아가, 저 곳은 어떠니?"

아직 말을 할 수 없는 에디스는 즐겁게 웃고 있는 부부와 그 옆에서 함께 웃는 사내 아이를 보며 기쁘게 웃었다.
딸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듯 하자 비테 또한 기쁘게 웃으며 에디스를 유리시아 제국으로 보냈다.
인간들은 신분과 혈통을 아주 중시하니, 제국의 유일한 황녀라면, 분명 부족함 없이 행복하리라.
거기다가 아이가 15살 쯤이 되면 신력과 성력이 개화되어 인간들이 흔히 '성녀'라고 부르는 존재로 추앙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비테가 인간 계로 내려가는 자신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비테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됐다.
분명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매일 매일을 웃으며 지내야 했던 에디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큰 수정 구슬로 하루도 빠짐없이 에디스를 지켜보던 비테는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인간들은 삶과 죽음을 '운명'이라 정의내리지만, 현실을 달랐다.
자신은 만물의 생사만을 관여하는 생명의 신일 뿐, 운명의 신은 따로 있었다.
자신의 딸이 저렇게 혼자 아파하는데도 아버지인 자신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신이 직접 인간계에 관여하는 건 금지되어 있으며 그걸 어길 경우, 그 신은 두 번 다시 신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엄마...엄마... 보고 싶어요......"

수정 구슬 너머로 에디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계로 내려올 때, 신계에서의 기억이 봉인당한 아이는 아모르가 아닌 인간 여자를 '엄마' 라 부르며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모르는 고통의 눈물을 흘렸다.

"내 딸... 내 아이......"

아모르가 눈물을 흘릴 때, 비테는 에디스를 슬픔에 빠트린 주범들을 향해 이를 갈았다.
황제와 황태자가 그 주범들이었다.
그들은 에디스의 마음에 병이 드는 것도 모른 채, 아이를 '제국의 수치'라 불렀다.
12년 전, 에디스를 제국으로 보낸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운명의 신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운명의 신은 운명을 짤 뿐, 한 번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스가 죽었다.
아직 12살, 어린 나이에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아이의 작은 몸을 새빨간 불이 태울 때, 비테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다름 아닌 황제였다.
그는 에디스를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서도 구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도 그는 에디스를 '수치'라고 불렀다.
인간 계에 관여할 수 없었던 비테는 이미 불길이 휩쓸고 간 자신의 아이의 몸을 평소대로 만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에디스의 절망적인 소식을 들은 아모르는 에디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고, 그건 비테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자식을 인간의 손에 잃은 신들의 분노 어린 눈물은 폭우가 되어 하루 종일 제국을 적셨다.

3
이번 화 신고 2018-11-19 12:58 | 조회 : 1,024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비테는 에디스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신계의 규칙 상 그럴 수가 없었죠. 자식의 죽음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비테와 아모르였습니다ㅜㅜ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