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황녀, 에디스(4)

황후 궁은 황녀궁보단 황제 궁에서 더 가까웠다.
부부 사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에디스는 혹시 황후 궁으로 가다가 황제를 만나면 어쩌지, 란 걱정이 들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해가 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에디스는 황후 궁으로 향했다.
생일파티는 해가 완전히 저물 시간에 시작되겠지만 에디스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갈 기분이 아니었다.
이미 12년 전 주인을 잃어버린 황후 궁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시커먼 먼지들이 층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황후의 침실만은 매우 깨끗했다.
최근에 누군가가 청소해놓은 것처럼.
그리고 이 곳은 유리카 황후의 단 하나뿐인 초상화가 걸려있는 곳으로 에디스는 매일 자기 전에 한번씩 자신의 유모인 릴리안과 함께 오는 곳이었다.
에디스의 작은 손이 황후의 초상화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림이 차갑지, 뜨거울리가 있나?
그걸 알고 있음에도 왠지 오늘따라 더 슬프게 느껴졌다.
애디스는 자신의 어머니의 얼굴을 만졌다.

"엄마. 에디가 왔어요.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죠? 오늘은 엄마를 더 빨리 보고 싶어서 일찍 왔어요. 나 잘했죠?"

그림은 말이 없었다.
애디스의 말이 이어졌다.

"아빠랑 오라버니는 잘 있어요. 물론 나도요. 오늘은 내 생일이에요. 그래서 아빠한테...아빠한...테....."

자신은 없는 게 낫다고 말했던 황제의 말이 떠올라 에디스는 말을 멈췄다.
그녀는 차디찬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도리질을 쳤다.

"아니...아니...난 잘 지내지 못해요. 아빠가 그러는데 내 생일은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대요. 나 같은 건 없는 게 더 나았대요."

눈물이 입으로도 들어가 짠맛이 느껴졌다.
에디스는자신의 어머니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차라리 엄마가 나 대신 살아있었으면......왜 그렇게 일찍 갔어요? 거기가 뭐가 좋다고......나도 없고 오라버니도 없고 아빠도 없는 데 뭐가 좋다고 그렇게 일찍 갔어요?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조금 열려있던 창문 틈새로 시린 바람이 들어왔다. 에디스는 옆에 있던 랜턴의 불을 붙였다.
그녀는 벽에 기대 눈을 감았다.

"엄마, 따뜻하죠? 오늘은 나도 여기서 잘래요."

그녀의 감은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후 에디스는 타는 냄새와 뜨거운 열기에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에디스는 두려움이 서린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어?! 이게 왜 엎어져 있지?!"

분명 자신의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던 렌턴이 쓰러져 뜨거운 불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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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0-24 20:53 | 조회 : 1,231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두둥! 화재 발생?! 모두 119로 전화해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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