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루프 - 4

"마침 잘 됐네, 먼저 연락하려던 참이였는데."

너에게 전화가 온 뒤에 먼저 입을 연건 나였다. 많은 분노와 슬픔이 치밀어 올라오기도 했고.

"뭐야, 누구세요? 야, 아까 무슨 일 때문에 톡에 답장도 안해놨냐? 아까 걔랑 싸우고 있어서 그랬던 건가?"

모든 일을 알고서도 당당한 너였기에, 하지만 난 널 끝까지 믿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누구랑 싸운다고?"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왜 니가 걔 폰을 가지고 있냐?"

"너 왜 그랬던 거였어?"

"뭐야, 폰이나 원래 주인한테 두고 와. 예의도 없냐?"

이 지경에 예의 타령을 하는 너의 모습이 참 웃겼다. 이 상황까지 와버렸는데, 이제 와서 예의를 찾는다니. 오히려 내가 할 소리가 아닌가? 그래서 나도 똑같이 물었다.

"이 지경까지 판을 쳐야지 속이 시원했어? 예의도 없냐?"

"뭐래 ㅋ. 그냥 니가 속은걸 나보고 어쩌라고."

"넌 지금 그냥 이 일을 대수롭게 여기고 넘어가려 한 거였겠지.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믿어왔던 니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야."

맞는 말이다.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넌 더 심한 판을 쳐놓고 또다시 괴롭힌 아이를 탓하거나 속아 넘어간 날 탓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얘기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너의 태도는.... 과연 예의라 말할 수 있었을까?

"니가 뭔데 내 알 바야. 폰이나 걔들한테 주라니까? 내가 무슨 너랑 얘기하려고 통화한 줄 알아? 그냥 할 얘기가 그거면 끊는다."

"너... 미쳤어?"

"뭐, 뭐라고? 내가 미쳤다고? 아니, 그냥 넘어가려고 하니까 다시 기어오르네. 잘못한 게 너인건 맞잖아. 뭐야, 전학 가서도 정신도 못차리고 성격 더러운거 똑같네 뭐. 그냥 너랑 놀아준 걔네가 더 불쌍하다. 뭐, 걔네도 그냥 갖다 쓰다가 버릴 애들인데ㆍㆍㆍ"

"넌 아직도 니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넌 지금 사람을 속였어. 여러 사람을 시켜서. 근데, 지금 와서 이러는 니 태도가 맞는거야? 이게 니가 말하는 그 예읜가 뭔가 그거라도 되는거야?"

"아 몰라, 걍 끼리끼리 노세요. 끊는다."

"너 지금 니가 한 말에 책임 질거지?"

"뭐야 전화 끊으려고 하니까, 무슨 뜻이냐?"

"니가 아까 말한 거, 니가 한 말에 책임 질거냐고. 그걸 걔네들한테 들려주면 과연 너의 태도가 변하긴 할까?"

"뭐래, 끊는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대화가 멈춰졌다. 그리고 난 니가 하란 대로 니가 말한 것을 다음 날 학교에서 들려주기로 했다. 이 모든건 너의 욕심들 때문에 결정된 일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아직도 니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다음 날 전화를 해봐도 전화를 걸 수 없었다. 그냥 내 전화번호와 걔네 전화번호를 차단한 걸지도.

"이거, 어디서 들은거냐?"

다음 날, 학교에서 니가 한 말을 걔네에게 들려주었다. 걔네들의 반응도 참 웃겼다. 처음엔 내가 짜고 친 게 아니냐며 진상을 부리다, 몇 번 더 듣고 나서 현실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야, 그냥 우리 합쳐서 쟤 엿먹이자."

뭐? 내가 왜 너희랑 다시 합쳐서 일을 해결해야 되는 걸까. 여태껏 신나게 나에게 욕이란 욕을 다 하더니. 이제 와서 저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나는 참 웃겼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아니... 너도 화 나는거 아니야?"

그래, 화가 나는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너희는 그걸 해왔던 것이다. 그저 너가 시켰다는 이유로. 그래서 대화를 하면서도 또 다시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학교가 끝나게 되었다. 그러다 교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니가 우리 학교에 와 있던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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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26 01:43 | 조회 : 575 목록
작가의 말
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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