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느꼈던 점인데 나는 남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 같다. 사실 남을 따라가기만 하고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소중한 너 마저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저 '같이 가자' 란 말만 해주면 되는데 그 말조차도 나에게 해주는게 아깝다는 표정으로 지금 너는 내 앞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너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다.
"야, 뭐해??"
"몰라, 그냥 아무거나.."
오늘따라 너는 전보다 더 짧은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너는 나와 대화하던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뭔가 내가 잘못한게 있었나..' 와 같은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런 너의 모습에도 항상 너를 따라갔다. 하지만 너는 그래도 무관심이였다.
원래 같이 가야 했던 곳도 이젠 나 혼자 다녀야 했고, 너는 나를 점점 투명인간 취급했다. 아니, 그냥 나를 버리고 다른 애와 다니는 것 같아 이젠 참을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너와의 정도 물 흐르듯이 흘러나갔다. 그래도 너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고 다른 애와 다녔다.
너와의 정이 뚝뚝 떨어지고 남지도 않을 때, 갑자기 너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필요한 듯 말을 휙 던져버렸다.
"나 영화보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혹시 시간 있어?"
솔직히 아무런 일 없는듯 나에게 말 거는 것 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내가 따라가줘도 니가 나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말해줬다.
"평소에 그렇게 찾던가, 왜 이제 와서 찾아? 내가 니 놀아주는 동물이니?"
"그럼 평소에 먼저 말을 걸면 되잖아, 싫으면 싫다고 말하던가.."
지금 니가 한 말 전에도 내가 먼저 말을 걸어줬고 따라가 줬는데, 또 말을 걸어주고 따라가 줘야한다는 뜻은 뭔 뜻인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너는 너밖에 생각 안하는 사람인 것 같다.
"항상 너한테 먼저 말 걸어주고 따라가주고 한 사람이 누군데? 지금 니 말 한거 감당하긴 해? 그 말 하기 전부터 그렇게 행동했는데 너는 어떻게 반응했어?"
"같이 가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 갑자기 뒷일까지 꺼내고 난리야.. 난 간다."
기가 찼다. 아니, 그냥 처음부터 너를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한 것이 내 잘못이었다. 나도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는 해주고 싶었다.
"너는 너밖에 생각 안하잖아, 그래 니랑 같이 가기 싫어. 그리고 앞으로 이딴 식으로 행동할거면 나도 너한테 말 걸 자신 없다.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해서 좋은 사람 많이 만나."
"..."
그렇게 해서 남을 따라가야만 하는 생활은 끝났고 아직까지 그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우린 매일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지나간다. 그리고 너가 다가올 때 까지 니가 한 행동을 똑같이 할 예정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너한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