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8






딩동뎅동~


점심시간 종이 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복도는 순식간에 흡사 혹성탈출을 방불케 하는 돌진하는 학생들의 무리로 가득 찼다.

나는 책상위에 놓인 수학책을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

덜그럭!

내 앞자리의 성현이가 내 쪽으로 돌아 앉았다.

"야... 너 오늘 뭐냐?"

"...?"

뭐라는거냐.

"와 얘 순진한 적 하는거 보소. 너 오늘 체육시간에. 도핑이라도 했냐?"

성현이가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에이, 도핑은 무슨.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좀 좋을 뿐이야."

"말이 돼는 소리를 해라. 평소같으면 적당히 적당히 묻어가듯이 체육시간을 보냈을 너가? 갑자기 덩크 슛을 성공해? 솔직히 말해."

아무것도 안했다 이놈아.

"그러고 보니 키가 좀 큰거 같기도?"

"기분탓이다 임마."

적당히 대꾸해 주고 다음교시 과목까지 책상위에 가지런히 준비해둔 후 난 손을 탁탁 털며 일어섰다.

"야 어디가?"

어디가긴.

"밥먹으러 간다."

"같이가!"


성현이랑 밥을 먹으며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오늘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체육시간에는 적당히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침의 달리기의 여운이 남아있던걸걸까, 평소같으면 힘없이 늘어졌을 몸이 오히려 움직이고 싶어 근질거렸다.
그래서 평소보다 좀 더 열심히 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덩크 슛을 성공한 것은 내가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키가 166cm인데 덩크슛을 한다?
아무리 중학교 농구 골대가 낮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체육선생님은 농구계에 전설이 될 새싹을 찾았다고 좋아했지 아마.
아무튼 오늘 아침 달리기..아니 키가 큰 것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

"왁!"

"아아악!

아 깜짝아.
하영이가 뒤에서 눈을 반짝반짝 빚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 오늘 체육시간에 덩크슛 성공했다며! 님 좀 멋진듯?"

아 그 얘긴가.

"뭐... 어쩌다보니."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성현이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 쳐다보냐.

"음? 아냐아냐~ 보기 좋네."

에휴.
다시 하영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애긴 이따가 집에가서 예기해 줄게."

"오케이 알았어! 그럼 이따 하교할때 보자!"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하영이가 멀어져갔다.

다시 앞을 보자 한층 더 능글한 웃음이 커친 성현이가 보였다.

"...왜 그렇게 웃냐."

"아냐아냐. 그보다 식겠다. 빨리 먹자."

흠...뭔 오해를 하는건지.
나랑 하영이가 둘 다 우리고아원에 산다는건 다들 알고 있다. 딱히 숨길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주변 친구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딩동뎅동~

5교시 예비종이 울렸다.



*



"지금 그게 무슨 소리요!"

쾅!

ADC 미국지부장이 소리쳤다

ADC 홍콩지부.

그곳에서는 비상회의가 한창이었다.

"이것이 현재 저희 연구소에서 낼 수 있는 유일한 결론입니다."

안 박사는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차원의 파동이나 규모로 봤을 때,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만약 이것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규모의 차원붕괴가 이루어지겠지요."

각국의 대표와 ADC지부장들이 술렁였다.

ADC 일본지부장이 조심스레 발언했다.

"안 박사의 의견이니 아마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정말 확실한겁니까? 솔직히 시기상으로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르긴 하죠. 하지만 하와이에서 발생한 소붕괴는 지금까지와는 그 규모가 달랐습니다. 오히려 차원붕괴에 가깝다 할 수 있었죠."

안 박사가 일본지부장의 말을 이었다.

"하지만..."

"또한."

누군가가 발언하려는 반대의 말을 끊고 안 박사는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걸로 끊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안 박사는 브리핑을 이어갔다.

"이 위성지도를 봐 주십시오."

삐빅-
안 박사가 리모컨을 클릭하자 중안에 띄워진 지구의 홀로그램이 하와이를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이 뉴프라움 반응기를 탑재한 위성이 감지한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한 지난 일주일간의 차원 에너지의 이동입니다."

"허....."

"저건 또 뭐란 말인가..."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안 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반적인 소붕괴의 경우, 국소적으로 강한 자기장이나 중력장이 발생하며, 지속 시간은 몇 시간에서 일주일 정도입니다. 이후에는 자연히 소멸하거나 주변의 광석에 차원에너지가 스며들어 우리가 알고있는 뉴프라움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안 박사는 호흡을 한번 고른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번 하와이에서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30분 정도 짧게 발생한 후, 잘게 나위어 사방으로 펴져나간 것이죠."

그렇다.
각 지부장들이 탄식을 흘린 이유. 그것은 차원에너지의 이동에 있었다.
현재까지의 연구로 차원에너지는 소멸하거나 정착해 뉴프라움이 되기 전까지는 매우 불안정한 에너지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유동적인 차원에너지가 밀도는 낮다 하더라도 거미줄처럼 촘촘히 하와이에서 시작해 서서히 퍼져나가는 영상은 일종의 절망과도 같았다.
고층건물을 지나다 차원에너지의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
또한 범위가 너무 넓어 뉴프라움 억제기 또한 별 효과가 없을 것이었다.

"이 현상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2043년에 일어날...."

ADC 한국지부장이 두손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내년에 있을 차원붕괴가 올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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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30 14:05 | 조회 : 1,14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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