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7



“다녀오겠습니다!”

나와 하영이는 고아원에서 4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있는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교 자체는 시내지만, 우리고아원이 워낙에 산속에 있어 둘 사이에 버스도 몇 대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방금, 하루 세 번, 아침에 한번 있을 7시 40분차를 놓쳐버린 것이었다.

“아저씨이~!!”

저 앞에서 하영이가 달려가며 멀어지는 버스를 부르지만, 역시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한 번도 멈춰 준 적이 없다. 나쁜 버스... 하...
지금 시간은...7시45분인가...학교가 8시 20분 까지니까 달리면 늦지는 않을 것이다.

“아..진짜... 운동은 잘 못하는데...”

대부분의 운동을 잘 하는 하영이와는 달리 구기 종목, 육상, 수영 등 모든 운동은 나의 천적이었다. 하지만 지각을 하면 더 무서운 학생부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달려야지.


가방이 몸에 딱 맞게 가방끈을 줄이고 앞에서 뛰기 시작한 하영이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와!! 지각한다!”

하영이가 뒤를 돌아보더니 씨익 웃으며 재촉한다.
저...저...내가 운동 못하는거 알면서 또...

일단은 나도 속도를 내어 따라잡기로 했다. 금방 체력이 떨어져 곧 후회하겠지만, 뭐 어때. 지금은 저 웃는 얼굴을 이겨야 성이 찰 것 같다.

“오오오! 잘 뛰는데!”

저 녀석, 바로 옆까지 달려온 날 보며 깐족댄다.
그렇게 5분을 달렸을까, 어느 순간 평소와 달리 별로 힘들이지 않고 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팔 다리는 유연하게 앞으로 내뻗어지며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장은 평온하게, 그러나 힘차게 몸 전체로 에너지를 펌프질했으며, 평소 같으면 씩씩거리며 힘들 호흡조차 달리는 리듬에 맞추어 들이쉬고 내쉬고 있었다.
옆에서는 내가 뭔가 다르다는걸 눈치 챘는지, 하영이가 눈이 커진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픽-

웃음이 나왔다.
왠지 지금은 더 잘 뛸 수도 있을 거 같다.
힘차게 바닥을 박차자 몸이 이에 호응하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자유롭다. 내가 왜 이렇게 갑자기 몸이 가벼워 졌는지는 연구소에서 알아봐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너무도 자유롭다.
이렇게 달리는 게 즐거울 줄이야. 평소 이해하지 못하던 육상부 친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야! 같이가!”

어느 새 하영이가 저만치 뒤쳐져 있었다. 서서히 속도를 줄여 하영이와 보조를 맞추어 달리기 시작했다.
곧 교문을 지나게 되었다.

“헉! 흡! 허어! 후웁! 하아...”

교문을 지난 나는 별로 아무렇지 않은 데 비해 하영이는 바닥에 쓰러져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야... 괜찮냐?”
“니...헉...눈엔....흡....이게!...하...괜찮아 보이냐...!”

거친 호흡 사이사이로 말을 끼워넣으며 말하는 하영이가 안쓰러웠다.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이게 평소에 저질체력인 나를 주변에서 보던 느낌인가.

“너 뭐야. 왜 갑자기 잘 뛰는거야!”
“응? 아니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몸이 가볍더라고.”

하영이가 반쯤 죽은 눈으로 날 쳐다보다가 얼굴이 달아올랐다가 고개를 돌렸다가 하며 중얼거렸다.

“쳇, 유일하게 내가 이기는게 운동이었는데...쟤가 운동마저 잘하게 되면... 아 젠장, 너무 멋지잖아..하아...”
“?”

내가 달리기를 이겨서 짜증났나보다. 이따가 매점에서 음료수라도 사 줘야겠다.




[ADC 연구소. 하와이 지부. W. M. 켁 천문대.]

지지지직
-응답하다! 응답하라! 여기는 하와이 19.728960, -155.261003. W. M. 켁 천문대 기준 약 15마일 떨어져 있는 힐로 워터셰트 포레스트 보호지역 미국 96720 Hawaii, Hilo, Daniel K. Inouye Hwy! 강한 중력장이 발생! 차원붕괴의 조짐으로 보임! 이는 일년 뒤 예정된 차원붕괴에 비해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 이런 젠장! 응답하라! 응답...!
지지지직

...
...
...
...


격렬하게 요동치던 허공이 한순간 잠잠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숲속은 한순간 고요해졌다.

다시 한 번 허공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
...
...
...

삐빅!
지지지직

-여기는 본부! 존! 존! 응답하라! 응ㄷ...

지지지직!

스으으읍-
거대한 형체가 공기를 들이쉬었다.

그리고 날숨을 내뱉자 주변의 공기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며 뿌연 안개가 생겨났다.

“durlrk....dkslsrkqu..."

그리고 그 존재는 갑작스러운 등장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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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5 12:54 | 조회 : 1,33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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