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아아아아아아악!"
"괜찮아요! 은하학생! 괜찮아요...그래요...진정해요...."

눈을 떴다.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형광등은 꺼진 상태였고 온 몸이 땀으로 흠벅 젖어 있었다.
시야의 한구석에는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

목소리가 갈라져서 잘 나오지 않았다.

"저... 이번에는 얼마나.....오래..."
"세 시간. 세 시간 걸렸어요. 이번에는 무언가 보였나요?"

무언가....

"네...."
"저번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 안에서 자다가 깬 직후까지였죠?"

안 선생님은 바퀴달린 의자를 드르륵 밀며 서류철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상을 향해 갔다.

"네....이번에는 깬 직후에..."
"직후에?"

서류철 더미에서 한 뭉치를 꺼내 뒤적거리던 안 선생님은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조금 부담스럽다.

"사고가 났어요."
"아 그때가 사고가 난 시점이군요. 그럼 혹시 더 기억나는건 없나요?"

더...
순간 떠오른 게 있다.

"당시 자동차 내의 시계로는 새벽 4시 34분이었어요."
"4시....34..분...."

안 선생님이 무언가 중얼거리며 서류에 적어나갔다.

"그 다음에는요?"
"그 다음에는...."

난 지금 딥 마인딩[Deep Minding]중이다.
딥 마인딩은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인간의 뇌에 접속, 기억을 재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처음 세상에 드러났을 때 기억 조작 가능성 등의 논란이 일어나며 거센 반대가 일어났다.

하지만 인간의 뇌의 기억을 읽어 영상으로 출력하는 것 만이 현 기술의 한계였으며, 기억을 재생하는 방법도 인간의 기억하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외부에서 볼 수 있게 출력하는 것 뿐인 기술이라는 것이 수차례 대외적으로 검증되고 여론의 지지를 얻게 되며 반대는 사그라들었다.

또한 현재는 이 기술로 수많은 범죄가 해결되고 재판에서도 '내가 증인이다!' 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말이 되었다. 허위증언이란 있을 수 없게 되었고 사회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더 안정적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이 기술에도 단점이 있었는데 약10년 이상 지난 기억은 재생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이전의 기억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여러번의 딥 마인딩이 필요했으나 딥 마인딩 자체가 고가의 기술이기에 보통은 그렇게 자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개 학생에 불과했던 나는 지금 12번째 딥 마인딩 중이다.

"은.하.학.생!"
"네?"
"그 다음에는요?"
".......그냥 출력된 영상을 보시면..."

하아.....
안 선생님이 한숨을 쉬셨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기억은 은하 학생이 5살때의 기억이잖아요. 10년 이상 지난 기억은 알다시피 재생이 무척 어려워요. 그래서 본인이 딥 마인딩 후 직접 되새기며 확인하지 않으면 화질이 매우 떨어져 봐도 잘 모른단 말이에요!"
"알았어요. 알았어. 말하면 될거 아냐...."

부릅!
시선이 아프다.

"...요."

7
이번 화 신고 2018-09-03 13:12 | 조회 : 1,625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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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지 않아 짧게짧게 자주 올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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