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여름이었다.

뜨거운 햇빛이 유독 강한 날이었다.

너는 방금 체육시간이 끝난 듯 매점 옆 낡은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를, 벌써 차가운 기가 다 식어버린 그 음료수를 목에 가져다 대며 친구들과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촌스러운 체육복을 입고 불평불만을 늘어 놓으면서도 밝게 웃는 너가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창가자리만 골라 앉기 시작한게 너의 그 웃음을 처음 봤을 때 부터였다.

시선을 눈치 채고는 내가 앉아 있는 창가를 보며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준 날에는 정말 심장이 멈추는 줄만 알았다.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냈던 너

그날부터 나는 너의 색으로 시나브로 물들어 갔다.



.

.

.

.



"수인아"

"..."

"주수인"

"....응"

"일어나. 점심 먹으러 가자"



나지막이 울리는 너의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때 누군가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게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니

이제는 내가 아닌 네가 창가자리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에 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왜 거기 앉아있어"

"너 더울까봐"

"블라인드를 치지, 병신이냐"

"뭐? 뒤질라고 째깐한게"


하나도 웃기지 않은 말들을 주고 받으며 큭큭대는 우리의 목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퍼졌다.

따가운 햇빛, 창너머로 들리는 소음들과 풀내음이 조화로웠던 그날은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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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9-11 03:55 | 조회 : 3,232 목록
작가의 말
식글

청게.. 허버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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