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늑대수인공 × 고양이수인수 (1)


* 내숭공, 수한정다정공, 집착공 × 미인수, 까칠수, 아방수
* 학원물, 달달물, 수인물
* 거의 최초의 노후방주의
* 수 시점



아주 어릴 땐 내가 나의 형제들, 그러니깐 누나와 형들과 다르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정확히 주변어른들이 수근거리는 소리에도 어린 나이에 확실히 다르다고 머리로 자각하지 못했다는게 맞았다.


" 잘꺼니까 천천히 운전해. "


학교는 왜 이렇게 일찍부터 오라는지 아침부터 핑글핑글 도는 머리탓에 어지러웠다. 뒷자석에 거의 누운 채로 고개를 뒤로 젖히니 가시지 않은 잠기운이 금방 찾아왔다.

유서깊은 재규어가문의 돌연변이 셋째, 그게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었다. 그건 내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형제들 모두 재규어 수인인 집안에서 나타난 고양이 수인이라니 부모의 외도-불륜같은것-를 의심해봐도 되는 문제였다. 결국은 그런 막장드라마의 단골요소가 아니라 내 아버지의 어머니, 즉 나에게는 할머니 되시는 분이 고양이 수인이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


" 격세유전… 같은 거려나? "

" 뭐해, 연아. 곧 체육수업이야. "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책상에 엎드려있으니 곧 누군가 톡톡 내 정수리를 건드려왔다. 머리 맡에서 느껴지는 상쾌한 향이 익숙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부터 내 옆에서 껄떡대기 시작한, 이른바 친구라는 타이틀의 남자였다.


" 나 좀 일으켜줘- "


하여튼 이름을 줄여 부르는 그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몇번이나 내 이름 임우연이라 말해도 그는 내게 얻어맞을 지언정 절대 연이라 부르길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먼저 손을 든건 내 쪽이었다.


" 어리광 부리는거야? 이리 와, 야옹아- "

" 으윽, 꺼져- "


부탁한 내 잘못이지. 선명한 벽안을 곱게 접으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곤 벌떡 일어났다. 그가 욕설을 뱉으며 앞서가는 나를 보며 기분 상한 기색도 없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 옆에 성큼 따라왔다.


" 내가 체육복 갈아입혀 줄게. "

" 닥쳐, 차희도. "


그, 희도가 은근슬쩍 귓가에 속삭이는 꼴이 어이없어 걸어가다 말고 그의 발을 꾹 밟았다. 온 힘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세게 꾹 밟았는데 희도는 아프지도 않은지 장난스럽게 아픈티를 내며 내 어깨를 끌어안아왔다.


" 저리 떨어져라. "

" 나 발 아파서 못 걷겠어. 연이가 책임지고 데려가 줘. "

" 뭔 소리야, 아프지도 않았으면서… "


희도가 내 구박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도 매달려오는 통에 탈의실까지 그를 내 어깨에 매달다시피하며 데려왔다. 탈의실 안에는 아직 옷을 갈아입고있던 이들이 몇몇 있었는데 나와 희도가 들어서자 왜인지 허겁지겁 옷을 입다말고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 저번부터 뭐야? "

" …다들 급한가보지. "


한두번도 아닌 이상한 일에 이젠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탈의실은 딱히 별 칸막이 없는 그냥 휴게실 같은 구조였다. 기다란 소파에 체육복을 두고 넥타이 부터 풀었다. 춘추복이라 교복자켓없이 조끼만 벗고 막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있을 때였다. 옆에서 빤히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 뭐야? "

" 아니, 살이 좀 찐것 같아서… "

" …뭐? 그런가? "


요번에 새로 맛들린 아이스크림 탓인가? 희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단추풀린 와이셔츠 사이의 내 배를 빤히보자 정말 살이 찐것같기도 했다. 심각하게 아이스크림의 양을 조절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맞은 편에서 희도가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처음엔 참으려는듯 입가를 가리다 내가 그를 노려보자 곧 참지못하고 소리가 터져나왔다.


" 아, 안쪘어! 웃지마, 웃지말라고! "

" 하아, 안찐게 아닌데… 밤에 아이스크림 먹지 말라니깐. 봐 여기… "


희도가 와이셔츠를 완전히 벗기곤 뒤에서 나를 안은 자세로 말해왔다. 한순간에 벗겨진 상의에 놀라 그를 밀치려다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잡아챈 손에 꼼짝없이 잡혔다.


" 여기가 더 말랑해졌는걸, 연아. "

" 흐읏-! "

" …… "


열이 올라 버둥거리다 옆구리를 조물거리는 손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도 당황했는지 아무 말없이 조물거리던 손을 멈췄다. 괜히 수치심이 들어 팔을 붕붕 휘저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 손 때! 바보 개! "

" 하, 다 내보내서 다행이지… "

" 뭐? 너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


희도의 가슴을 온힘으로 퍽 쳤는데도 그는 밀려나지 않았다. 대신 잘뻗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들리지 않는 소리로 뭐라 중얼거렸다. 그에게 괜히 버럭대며 그를 등지고 체육복을 빠르게 갈아입었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는 점심시간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딱 내가 싫어하는 생선요리가 보였다. 저절로 찌푸려지는 눈살에 또 앞에 앉은 희도가 웃음을 참았다. 다 들렸지만.


" 개들은 자고로 뼈가 튼튼해야 좋더라. 이게 다 칼슘이야. "

" …튼튼한 개가 좋아? "

" 뭐? 어... 그래, 이왕이면 튼튼한게 좋지. "


그냥 먹기싫은 생선요리를 그에게 떠넘긴 것 뿐이지만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의 그는 되려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어물쩍 긍정하자 그의 표정이 더 묘해졌다.


" 연아. "

" 으응? "

" 나 튼튼해? "

" 뭐? 갑자기 무슨… "

" 응? 나 튼튼해 보여? "

" 하, 네 덩치를 봐라. 튼튼하겠지 뭐. "


생선에 독이라도 들었나. 이상한 질문만 내뱉는 멍멍이에게 삐딱하게 대꾸해주자 그제야 그가 그린듯 입가를 올려 미소짓는다. 도대체 튼튼하다는 말이 저렇게 좋을 건 뭐람?


" 흐응, 난 튼튼한 개구나. "

" 아, 그래그래- 니 맘대로 해. "


시답잖은 대꾸에도 좋아죽는 꼴을 보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정말 강아지 같이 귀엽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침대에 누워 푹신한 베게를 쿠션삼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캘린더를 보고 뜻밖의 날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10월 10일 바보 개인 희도의 생일이었다. 생일이라, 문득 그가 내 생일 때 준 방울 달린 가죽목걸이가 생각났다. 확 나도 개목걸이나 줘? 그래도 이후에 장난이라며 내 눈색과 똑같은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직접 걸어주었으니 나도 뭔가 그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주고 싶었다.


" 뭘 줘야 되는거지? "


사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희도 하나뿐이었다. 이전까지 다가오던 애들은 내 몇마디에 나가떨어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고양이수인인 주제에 싸가지없는 애가 되어있었다.


" 직접 물어보는건… 역시 좀 아닌데. "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고민하다 번쩍 좋은 생각이 났다. 나를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모두가 한번쯤 사용해봤을 초록창의 지식인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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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 Q. 친구 생일선물 뭐가 좋음?? ] 작성자 비공개

저기요!!!!! 곧 친구 생일인데요! 생일선물 뭐 조야댐???? 저번에 나한테 준게 있어서 나도 좋은거 해주고 싶은데....!!!

2020. ××. ×× 조회수 425


> iebeh*** 님의 답변
뭔가 처음 친구생겨본 아싸느낌 남ㅋㅋ
→ 질문자 : 뭐래 아싸가 뭐임?
→ iebeh*** : 와 ㄹㅇ 아싸네;;
→ asiwn*** : 질문자님 저거 안좋은 뜻임ㅋㅋㅋ
→ 질문자 : 뭐? ieb 뭐시기 너 어디사냐?

> aydbd*** 님의 답변
아니, 님 친구 성별이랑 나이를 적어야지;;
→ 질문자 : 아 까먹은 거임!! 남자고 18살임!!
→ aydbd*** : 흠... 남고딩이면 시계나 지갑?
→ 질문자 : 그것보단 좀 특별한거 주고싶단 말야...
→ qonxu*** : 특별한거? 그럼 좋은거 담긴 USB 주셈ㅋㅋ
→ aydbd*** : ㅋㅋㅋ앜ㅋㅋ
→ 질문자 : USB는 왜? 좋은게 뭐임??
→ qonxu*** : 그거 있자나 ㅇㅑ동ㅋㅋ
→ 질문자 : ㅇㅑ동이 뭐임???
→ opokk*** : 진심 모른척하는건가;;;

> wiwkh*** 님의 답변
글이 겁나 시끄러운데요ㅋㅋ
→ cycne*** : ㅇㅈㅋㅋㅋㅋ
→ wiwkh*** : 온 동네방네 소리치는것같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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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동? 이게 뭔데 좋은거라는거야? "


한참을 답변들과 씨름하다보니 벌써 한밤중이었다. 검색창에 이게 뭔지 쳐보려다 피곤함과 귀찮음에 그냥 내일 희도에게 은글슬쩍 떠 볼 작정으로 폰을 충전시켜두곤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잠기운은 금방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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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24 00:29 | 조회 : 18,084 목록
작가의 말
영영일

달달한 학원물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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