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악마공 × 천사수 (1)

* 집착다정공, 강공 × 애기수, 잔망수, 미인수
* 후방주의, 시리즈주의
* 작가시점




서기 666년 천계와 마계의 끝없을것 같았던 전쟁이 막을 내리고 전쟁에서 패전한 천계는 마계와 종신계약을 맺었다. 물론, 그 후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약은 계속되고 있다.

[천마전쟁서 중 일부]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대성당 한가운데 작고 아름다운 미형의 소년이 두 눈을 인형처럼 깜빡였다.

" 주신이자 이 세계의 창조주이신 그 분의 여섯 번째 아들, 라미엘 님이십니다. "

소년, 라미엘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한듯 주례가 서있는 단상 쪽으로 다가갔다. 주신의 석고상 앞까지 온 라미엘은 그곳에 멈춰섰다.

" 주신의 이름으로 그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폐단의 길에 축복을 내려주소서. "

주례는 라미엘이 전혀 알아듣지 못 할 말들을 하며 뭐라 웅얼거리더니 밝은 빛과 함께 소년 정도가 지나갈 법한 포탈을 하나 만들어냈다.

" 아멘. "

아멘. 성당 안의 신관들 모두 고개를 숙였다. 라미엘이 천천히 그 빛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다시 한번 주신의 석고상을 뒤돌아 바라보더니 포탈을 넘었다.





" 라네! 빨리와! "

소년이 포탈을 넘은지 2년이 흘렀지만 소년은 그대로였다. 천사들 중에서도 유독 성장이 느린 탓에 8살인 지금에도 5,6살같은 외모로 계속 머물러있었다. 작은 키에 아름답고 귀여운 천사같은 외모-천사이지만-를 한 아이는 사랑스러웠고, 그건 천계 뿐만 아니라 마계에서 통용되는듯 했다.

" 기다리세요, 람님. 그리 뛰시면 넘어지십니다! "

" 하여튼 라네는 느림보라니까! "

라네가 말리는 와중에도 라미엘은 꺄르르 웃으며 성 안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성 안의 시종들은 또 저 귀여운 천사님이 무슨 사고를 칠지 기대하는듯 했다. 사랑스러운 천사는 악마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그건 2년전 처음 포탈을 넘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라미엘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했고, 어리광쟁이였다.

" 라! 람님! 앞에…! "

라미엘의 뒤를 쫓던 라네의 눈이 둥그래지며 라미엘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다. 라미엘이 누군가와 부딪히고 만것이다.

" 아야야… 미안해, 아픈 데 있어? "

조그만 몸이 부딪친 충돌의 반동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기 전 재빠르게 등을 받친 손길에 라미엘은 뒤로 나동그라지지 않을 수 있었다. 라미엘이 놀라 그에게로 고개를 홱 쳐들었다.

" 죄! 죄송합니다! 각하. 어리신 분의 실수입니다. "

동시에 라네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리둥절하게 라네가 하는냥을 보던 라미엘이 눈앞의 자신을 두손으로 안듯이 들고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 너가 누군데…요? "

" 쪼끄만게 당돌하기도 하네. "

남자가 작게 웃으며 라미엘을 더 가까이 끌어안으면 얼굴을 살폈다. 라미엘이 영문모를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남자는 흥미롭게 눈을 반짝였다.

" 그럼, 너는 누구냐? "

남자가 묻자 라미엘이 동그란 머리를 모로 기울이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투가 천방지축한 어린 아이처럼 순진해 보였다.

" 라미엘… 당신은 누구야…요? "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닌 어색한 화법이 어쩐지 깜찍하게 느껴져 살풋 웃음이 나온 남자가 라미엘의 부드런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정돈된 머리칼이 헝클어지자 라미엘이 눈을 살짝 찡그리며 어리둥절하게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 …라미엘, 라미엘. 이름도 깜찍하네. "

이 쪼그만걸 어쩌면 좋을까? 홀랑 벗겨먹고 싶게 생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악마이기에 죄악감따위 있을리 만무했지만 어쩐지 꺼려진다. 저 귀여운 아이는 손을 대는 즉시 겁을 먹고 말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아래가 반응하며 가학심이 일었다. 잔뜩 괴롭혀서 울리고 싶었다.

" …아저씨는 악마 대장이죠? "

라미엘이 그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곧 망설임없이 물어왔다. 어쩐지 반짝이는 두눈에 음습한 욕망을 숨기며 남자가 상냥히 웃었다. 쪼그만 아기천사의 질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 푸흐, 그렇단다. "

아이는 남자의 긍정에 더욱 신난듯 뽈뽈 남자의 주위를 돌며 말했다.

" 그럼, 날개! 아저씨 날개 보여조…요! "

날개? 날개라… 보여주는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아저씨라는 호칭은 거슬린다. 남자가 달큼하게 웃으며 뽈뽈대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가 방실대며 그의 품에 들어왔다.

" 아저씨가 아니라, 벨. 벨이라고 부르면 보여줄게. "

" 벨? "

이런, 조그만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이 왠지 자극적이다. 남자가 겨우 이런것에 반응하는 아래에 헛웃음을 흘리며 아이를 위해 숨겨뒀던 날개를 펼쳤다. 검고 부드런 깃털로 감싸인 큰 날개 6장이 그의 등뒤에 펼쳐졌다.

" 우아! 날개 멋있어! "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날개로 손을 뻗었다. 작은 손과 짧은 팔에 날개에 닿지 못해 허공을 허우적 거리자 벨이 그를 자신의 어깨에 대고 만질 수 있게 해주었다. 날개에서 느껴지는 아이의 손길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아이는 한참을 부러운듯 날개를 만지다 곧 퍼뜩 떠올랐는지 간식 시간이라며 몸을 들썩였다. 아쉽지만 아이를 그의 시종의 품으로 보내주자 아이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댔다. 작별인사를 하는것이리라.

" 또 놀아…요, 벨! "

어찌나 예의도 바른지 재회의 인사까지 챙긴 아이가 떠나자 어쩐지 자신답지 않은 행동들만 잔뜩 해버린게 웃겨 혼자 낄낄대며 웃었다. 지루할줄 알았던 수도 생활이 무척이나 즐거워질것 같아 기꺼웠다.



10년은 금방이다. 적어도 수천년을 살아온 악마에게는 눈깜짝할세였다. 그는 조급하지 않게 기다려왔다. 아이가 사랑스럽게 자라날 때까지 그는 줄곧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했더니 짧은 시간임에도 때때론 참기힘든 충동에 시달리곤 했다. 아이의 나이가 정식으로 18살이 되는 날은 머지 않았다. 성장이 느려 남몰래 걱정했던것이 무색하게 10살을 넘기자 아이는 쑥쑥 자라났다.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얼굴에 점점 관능적인 색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수해야할 천사는 겉모습만큼은 악마보다 더했다.

" 벨! "

천진하기만한 웃음이 아직 남아있는 천사는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았다. 그가 나풀거리는 나비처럼 다가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가슴에 얼굴을 댄 천사가 예쁘게 웃으며 자극한다. 혀를 내 입맛을 다실뻔한걸 마주 웃으며 참았다.

" 람, 시간약속에 늦는건 좋지않아. "

어디를 또 싸돌아 다닌건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천사는 어딘가로 세는 통에 약속시간에 맞춘적이 없었다. 또 어물쩍 애교로 넘어갈 셈인지 고개를 팩 들어 까치발을 든다. 그리곤 쪽- 뺨에 말랑한 입술을 대었다 곧 소리나게 때며 잔망스럽게 눈가를 휘었다.

" 미안해요. "

용서를 받는게 당연하다는듯한 천사의 깜찍한 행동에도 져줄 수 밖에 없었다. 천사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악마는 그에 눈이 멀었다.

" …다음엔 벌을 줄거야. "

짖궃은 말에 천사는 겁은 커녕 재미난듯 웃었고 악마또한 그런 천사를 벌하지 못할 것임을 천사도 그도 잘 알았다.

" 각하, 테이블이 준비되었습니다. "

시종이 고개를 조아리며 예의바른 목소리로 알렸다. 벨이 라미엘의 허리에 손을 감고 정원으로 이끌었다. 황성 내 벨의 거처에 있는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장미 정원은 마계에서 유명한 곳이었다. 단지 벨이 아끼는 장소로 아무나 들여보내주지 않아 가본 사람이 세손가락에 꼽을 뿐이었다.

" 와아- 오늘은 백장미네요! "

어느세 익숙해진 존댓말로 라미엘이 흰색의 장미를 향해 몸을 굽혀 향기를 맡았다. 벨의 마력으로 유지되는 장미들은 그가 원할 때마다 색을 바꾸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는지 흰 장미와 라미엘은 무엇보다 잘 어울렸다. 순백의 색이 정원 안을 매웠다.

" 람, 이리와. "

장미들 사이에 둘러쌓인 라미엘은 고결하고 아름다웠지만 피어나는것은 자신의 품안이어야 했다. 벨이 달콤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라미엘에게 자신의 무릎을 톡톡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무릎위에 앉으라는 소리였다.

" 그럴거며 의자는 왜 두 개 래요?"

라미엘이 툴툴 거리면서도 기쁜듯 나비처럼 나풀 나가와 벨의 무릎 위에 마주보고 앉았다. 벨이 자연스레 라미엘의 낭창한 허리에 손을 감고 테이블의 쿠키를 집어 아기새 먹이 먹이듯이 챙겨주기 시작했다.

" 람, 너도 곧 성체가 되니 사교계에 발을 들여야지. "

" …사교계요? 하지만 전 …천사인걸요. "

쿠키를 잘 받아먹다 말고 아기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사인 자신이 악마들의 사교계에 발을 들여도 되는가 생각하는듯 했다.

" 괜찮아, 내가 있잖아. "

감히 누가 내 것을 건드릴 수 있겠니. 속으로는 지독한 소유욕을 숨기며 자신만 믿으라는듯 선한 미소를 내보인다. 벨은 숨기는데 능숙했고 라미엘은 아기새가 어미새를 따르듯 다정하기만한 그를 따랐다. 그것이 자기를 지켜줄 어미새인지 아니면 홀랑 잡아먹을 뱀인지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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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7 14:08 | 조회 : 17,674 목록
작가의 말
영영일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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