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시간은 꽤 빠르게 흘러갔다.

위로 2명의 오빠와 1명에 언니가 있다고 했는데 언니라는 사람은 아카데미에 있다고 했고, 오빠라는 두 사람은 일을 하러 나가서 한동안 오지 않아 딱히 겹치는 일은 없었다.

역시 소문은 발보다 빠른지 금세 시녀들 사이에서 스텔라의 이야기가 오갔고

시녀들은 숨죽이고 스텔라의 시중만 들었다.

그 행동이 스텔라에게는 매우 흡족했다.

건너고 건너 들어보니 스텔라가 드디어 제정신을 차렸다며 가주의 기분이 아주 최고라고 했다. 곧 상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며 시녀들이 스텔라 주변에서 시끄럽게 조잘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텔라는 검술 잠 식사 목욕 또다시 검술 잠 식사 목욕을 반복하며 여유롭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나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스텔라의 존재는 확실하게 아켈리온에 박혔다.

고작 한 달일 뿐이지만 더 이상 그녀를 쓰레기처럼 보고 깔보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두려워하거나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 더욱 맞았다.

그러니 그녀를 괜히 괴롭히는 이들도 없고 잔소리하는 이들도 없어 지금 이 순간 스텔라는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향기로운 꽃차가 스텔라의 코와 입을 즐겁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산뜻한 미소를 짓는 스텔라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아가씨!!”

그때 그 한 폭의 그림에 검은색 물감을 쏟아 부어 망치듯 시녀가 문을 거칠게 열고 스텔라를 불렀다.

“ 무슨 일이니. 똑똑한 네가 그렇게 들어올 정도면 아주 큰일이겠지?”

“ 바로 방금 전에 !!큰 도련님과 작은 도련님, 큰 아가씨 모두 돌아오셨어요.”

“ ? ”

물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신의 언니와 오빠들이 온 것은 알릴 소식이였지만

그리 큰일은 아니지 않은가

스텔라는 시녀의 말에 의문을 느끼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 어서 일어나세요. 치장하셔야죠!”

“ 아니, 내가 왜?”

가족들과 만나는 것 아닌가

고작 가족들에게 예뻐 보이려고 냄새나는 화장에 치렁치렁하고 불편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말에 스텔라는 기가 막혔다.

스텔라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시녀들은 스텔라를 둘러싸고 몸단장을 시작했다.

‘ 끔찍하군’

몸단장을 하는 것은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힘들었다.

차라리 이 넓디 넓은 아켈리온 백작가를 혼자서 청소하겠다.

물론,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이지 정말로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몸단장을 끝낸 스텔라의 모습은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투명해 보일정도로 흰 피부와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녹아내릴 듯한 금발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 아름다운 외형에 클로나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아가씨 얼른 내려가요. 아마 방금 만찬을 시작했을 거예요.”

스텔라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방을 나와 식당 쪽으로 몸을 향했다.

스텔라가 식당 문 앞에 이르러 마지막 한숨을 내쉬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식탁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이 스텔라에게 쏟아졌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스텔라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셨는지요. 콜란드 언니, 카이젤 오라버니, 케인 오라버니 ”

스텔라가 인사를 먼저 하자 그제야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 그래, 오랜만이구나 ”

“ 많이 분위기가 변했네? 뭐랄까 어른스러워 졌다고 할까?”

카이젤과 케인이 스텔라를 향해 인사했다.

“ 흥, 어른스러워 지기는요. 저번처럼 굳어버린 것이지요. ”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콜란드가 찬물을 끼얹었다.

순간적인 정적이 흐르고 가주이자 아버지인 아켈리온이 헛기침을 했다.

“ 크흠, 스텔라 어서 앉아라 ”

스텔라는 별 대꾸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스텔라가 자리 앉자마자 콜란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스텔라를 몰아붙였다.

“ 왜 이렇게 늦었니? 딱히 지친 기색도 없어 보이니 꽤나 여유롭게 온 것 같은데

썩 기분이 좋지 않구나 예의예절을 다시 배우는 것은 어떠니”

스텔라는 헛웃음이 나왔다 콜란드는 고작해야 자신보다 2살 언니였다.

근데 마치 자신이 어른인 마냥 떠들어 대고 있었다.

스텔라는 콜란드의 얼굴은 보지 않고 마저 나이프로 고기를 썰며 입을 열었다.

“ 콜란드 언니야 말로 예절을 다시 배우는게 좋을 것 같군요.”

“ 뭐? ”

“ 식기를 잡는 법 완전히 틀렸습니다.”

스텔라의 지적에 콜란드가 얼굴을 붉혔다.

나름 잘 아는 척 허세부리며 그럴싸하게 식사했지만

결국 틀린 것은 틀린 거였다.

그에 비해 스텔라는 마치 교과서처럼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의 성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 아카데미에서 공부로 인해 나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나 콜란드 언니를 위해 제가 빨리 와야 할 이유는 없을뿐더러 그것으로 콜란드 언니가 기분 나빠하실 이유도 없습니다. 자신의 거친 말은 보이지 않고 동생에게 예절을 지적하다니

전 언니의 자신감의 감격했답니다.”

“ ㅁ..뭐?..”

스텔라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콜란드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스텔라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스텔라는 잠시 눈길만 살짝 줄 뿐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라..’

콜란드는 순간 당황했다.

갑자기 날카로워진 성격도 이상했고 원래 자신이 이렇게 바라보면 언제나 몸을 떨며

커다란 눈망울을 그렁이던 소녀다.

근데 그런 소녀가 지금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콜란드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이를 갈았다.

태연하게 식사를 하는 스텔라를 멍하니 바라보던 카이젤과 케인은 눈을 깜빡였다.

“ 아, 그러고 보니 스텔라 너 요새 검술을 그렇게 잘한다며 나랑 4시쯤에 한 번 안 겨루어 볼레?”

작은 오라버니 케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검술에 천재라고 불릴 만큼에 실력자였다.

물론, 그의 나이 19세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천재라도 천재는 천재였다. 그런 그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스텔라에게 검술을 신청한다는 것은 그 나름의

농이였을 것이다.

케인도 당연히 스텔라가 거절할 줄 알았기에 속으로 ‘ 그래, 아깝네’라는 말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그가 아는 스텔라가 아니였다.

“ 좋습니다. ”

“ 어?”

그녀는 스텔라이기 전에 살인귀 클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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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15 23:01 | 조회 : 2,03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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