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클로나, 아니 스텔라는 부드러운 미소에 조소를 섞어 웃었다.

백작가 영애라면 반드시 가르치는 것이 예법과 공부였고 또한 십자수나

바느질 등 얌전하게 하는 것들만을 본인의 의사 없이 배워야만 하는 것이 백작영애였다.

그러나 지금 스텔라가 쥐고 있는 것은 바늘도 찻잔도 아닐뿐더러 책은 더더욱 아니었다.

스텔라의 손에는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붉은색 피가 새어나올 것만 같은 날카로운

칼이 쥐어져 있었다.

백작가 영애라면 가르치지 않는 것 중에 검 또한 포함되거늘

공부는 가르치지 않고 검이나 아까부터 열심히 휘두르게 하고 있다.

물론 스텔라는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하루 수백 번 살아있는 사람들을 수 없이 배워온 그녀이기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것에 지칠 리 없었다.

‘ 그나저나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군’

스텔라는 구슬 같은 푸른 눈동자를 굴려

검술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는 눈동자로 스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체플

꽤나 미모가 출중한 사내였다.

아마 스텔라의 본 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움직이지 않는 아름다운 피조물 같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 아가씨 ”

“ 말씀하세요.”

스텔라는 체플과 눈을 마주치며 잔잔히 대답했다.

“ 원래부터 검술을 이렇게 잘하셨습니까?”

“ 하시고 싶으신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텔라가 검의 날을 손으로 쓸며 낮게 눈을 깔았다.

스텔라가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기다란 속눈썹이 팔랑거리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희고 가느다란 손이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처럼 가녀려 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체플은 말을 이었다.

“ 이상하리만큼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말입니다.

몇 달 전에만 해도 검을 드는 것조차 하지 못했던 아가씨가 마치 오래 검을 들어본 사람처럼

행동하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텔라는 키 차이로 인해 체플을 올려다보았다.

잘 보면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결코 어리지 않았다.

“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란 생물은 위협을 느끼면 속까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체플은 더욱 스텔라를 몰아붙이며 쏘아보았지만

스텔라는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다시 검술 자세를 잡았다.

“ 수업 계속하시죠”

체플은 스텔라의 말임에도 잠시 서 있다가 곧 수업을 재개했다.

“ 후우”

스텔라는 높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을 풀었다.

눈부신 금발이 어깨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 역시 고작 평범한 소녀가 검을 휘두르는 것은 무리가 있네’

스텔라는 손목을 문지르면서 방으로 걸어갔다.

복도는 정말 자신 말고 누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

‘ 일단 차를 한 잔 마시고 ...’

스텔라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나름의 소소한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차가운 물이 스텔라를 상상 속에서 깨웠다.

“ 어머나,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아가씨?”

‘ 넌 이게 괜찮아 보이니?’

얼음물이었는지 온 몸을 적신 물이 몸을 떨게 만들었다.

스텔라는 한 쪽 팔을 손으로 감싸 떨림을 멈췄다.

“ 세상에.. 다 젖으셨네요? ”

스텔라가 시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까는 목소리만 들어서 몰랐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가 고의로 했든 실수였든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았다.

“ 그래도 검술을 하고 오셔서 땀이 많이 나셨을 텐데 그나마 좀 낫지 않으세요?”

“ 눈은 장식으로 달렸니?”

“ 네?...”

스텔라가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시녀를 바라보고 다시 말했다.

“ 귀까지 안 좋으면서 백작가의 시녀는 어떻게 된 거니?”

“ 아...아닙니다. 아가씨, 들었어요.”

시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적잖게 놀라 보였다.

“ 그러니? 그럼 내 질문에 답할 수 있겠구나”

스텔라가 눈을 곱게 접으며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속에서 살기를 느낀 것인지 시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 내가 누군지 아니? ”

“ 스텔라 아가씨입니다.”

“ 그것뿐?”

스텔라가 고개를 기울이며 시녀를 응시했다.

그러자 시녀가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쥐며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ㅇ...아켈리온 백작가의 스텔라 아가씨입니다.”

“ 맞아. 그리고 당신은 아켈리온 백작가의 시녀지.”

“ ㄴ...네에”

스텔라는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들어 내려다 보았다.

“ 아켈리온의 시녀가 아켈리온 백작가 영애인 내게 물을 쏟은 것으로 모자라서

웃음을 흘린다... 지금 나를 도발하려는 건가?”

“ ㄱ...그게 아니...”

“ 만일 그렇다면 성공이야. 정말 순간적으로”

클로나의 소름이 돋는 미소와 스텔라의 미모가 합쳐지자

기묘한 분위기를 흘리면서 공포감을 주었다.

“ 너를 난도질 하고 싶었어. ”

시녀는 아까보다 더욱 손을 떨었다.

아마도 스텔라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검술 수업을 하고 온 스텔라이기에 허리춤에는

검을 차고 있어 언제라도 목이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됐다.

그리 생각하자 시녀는 목덜미가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ㅈ...죄송합니다. 한...한 번만 용서를..”

스텔라는 곧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아 보이는 시녀를 조용히 바라보다

걸음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시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순간 스텔라는 시녀의 옆을 지나갈 때

조용히 속삭였다.

“ 상대를 봐가며 덤벼야 오래 살 수 있지 않겠니?”

시녀는 경직되어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스텔라는 유유히 방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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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29 00:41 | 조회 : 2,189 목록
작가의 말

늦게 왔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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