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어둠



*

동굴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더 깊이 들어가야만 소리가 또렷이 들릴 듯 했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끊임없이 들어가자

검은 형체가 말했다.

" 나하고, 손을 잡지 않을래?"

클로리스ㅡ....네가, 누군데?


"난, 음... 글쎄. 사람들은 날 어둠이라고 부르던데? 내 진짜 이름은 블레이즈. 그냥 블 이라고 불러."

클로리스ㅡ네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난 할 수 있는게 없어. 보다시피 이렇게 봉인되어 있잖아. 하지만 너에게 힘을 줄 수는 있어. 복수하고 싶지 않아?"


클로리스ㅡ복수...복수라..

" 넌 빛이고, 난 어둠이야. 내가 너에게 힘을 주는 대가로 넌 네 생명력을 나에게 주어야해.
그리고 내가 너에게 힘을 주게 되면, 그렇게 된다면 넌 더이상 ''클로리스 이레나''가 아니게 되는거야. ''클로리스 이레나 블레이즈'' 가 되는거지. "


클로리스ㅡ그게.. 다야? 별거 없네. 좋아, 할래.

"내게로 손을 내밀어줘."


클로리스가 어둠에게 손을 내밀자,
깊은 어둠의 장막이 펼쳐지며
그녀를 에워쌌다.


너무 큰 힘에 버티지 못한 클로리스가 ''픽.''
옆으로 쓰러졌다.

착하기만했던 소녀는 죽었다.
이제부터 진정한 복수의 시작이었으니까.


**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녀라는거.

어차피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것과 다르지 않은데, 마녀라고 모함받을 바엔 차라리 진짜 마녀가 되는것이 더 나았다.

클로리스는 가만히 손을 쥐어보았다.

힘.
모두를 굴복시킬수 있는 힘.


그게 나한테 있다고?

일단은 마을에 내려가는게 우선이었다.

''클로리스 이레나 블레이즈.''

새로운 이름이었다.


"각성을 하게 되면 그 순간은 고통스러울거야.
하지만 그 뒤에는 더 큰 힘을 다룰 수 있게되지."


클로리스ㅡ각성?

"응, 각성. 너의 그릇을 넓혀서 더 큰 힘을 담을 수 있게 만드는거야. "




***

카일ㅡ봉인이, 풀렸어.

켈리ㅡ 뭐? 무슨소리야.,


카일ㅡ봉인이 풀렸다고.
블레이즈가, 계약을 했을거야.


켈리ㅡ블레이즈? 블레이즈라면.. 전에 잡았던 혼령이잖아.

카일ㅡ..꽤나 교활한 방법을 썼어.
몇백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진 않았나보지.


켈리ㅡ상부에 보고부터 하고..

카일ㅡ아니, 잠행을 나갈거야. 더 시끄럽게 만들 필요 없어. 계약자를 설득하면 끝이니까.


블레이즈. 불을 다루던 영이.
어둠의 속성을 가지게 된것은 많이 꺼림칙했다.

누군가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


카일ㅡ안녕? 꼬마 아가씨?

클로리스ㅡ....


카일ㅡ네가 계약한 그 혼령, 걔가 얼마나 무서운 애인줄 알아? 몇백명을 피로 몰아넣..ㅇ

클로리스ㅡ미쳤어요?


카일ㅡ..?! 뭐? 미쳐?? 네 생명력을 갉아먹는 영이라고!

클로리스ㅡ생명력이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좀 비켜줄래요?
지나가야 해서.


카일ㅡ잠깐. 네가 어떤짓을 저지른건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얘기해줄게.

클로리스ㅡ몇백명을 죽였든, 나를 갉아먹는 혼령이든, 난 개의치 않아요. 신이 나에게 벌을 내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을테니까.

카일ㅡ죄없는 사람들을 죽이려는거야?

클로리스ㅡ내가, 그렇게 의미없이 살육을 즐기는 마녀라면, 진작 그렇게 했겠죠.
죄없는 사람들? 자신이 믿고 싶은것만 믿고, 보고싶은 것만 보고, 제멋대로 논란을 제기해서는 한 가정을 풍비박산 내는 사람들이,
죄없는 사람들이라고요?


카일ㅡ그건 정의롭지 못..


클로리스ㅡ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는 그럴지도 모르죠. 하하호호 베일에 싸여있는 모습만 보고는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내게 강요하지 말아요.
내 정의는 달라요. 죄가 있는자에게는 징벌을 내려야 옳다고 생각하죠.

카일ㅡ그 말이 옳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너는 그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거야?

클로리스ㅡ난, 죄가 많아요.부모를 잡아먹고,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마지막 남은 가족까지 죽게하고. 그래서 난, 돌을 맞으며 쫓겨난 마녀예요. 내 저주는.. 모두가 두려워하니까. 그래서 난, 처단받을 거잖아요?
단두대라던지.. 화형대라던지,


클로리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카일ㅡ....

클로리스ㅡ만약 내가, 당신의 깊은 마음속의 두려움을 볼 수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치명적인 일일거예요. 모두가 그렇듯이..


카일ㅡ치명적이겠지. 그 두려움을, 실현해낸다면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건 축복이야. 그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클로리스ㅡ아니, 난 저주받았다고 생각해요.
신이 정말 나에게 축복을 내린거라면, 그런거라면. 시련을 겪게 할지언정 마지막 남은 뿌리는 남겨뒀어야지. 살아갈 희망은 줬어야지.


카일ㅡ''그래서, 내가 이곳에 왔잖아.''

클로리스ㅡ근데 참 이상해. 당신 생각은 읽히지가 않는단말이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어.


"저 아이를 죽여야해"

머릿속에서 깊은 고통에 어쩔줄 몰라하는 소리가 들렸다.


"널 이렇게 만든것도! 날 이렇게 만들어놓은것도!! 다 저 아이 때문이야. 죽여버려! 아아악!!!!"


클로리스ㅡ''아니, 잠깐만. 난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 왜 저 사람의 생각은 읽히지 않는건지.''


"사람이.. 아니니까."

뼛속깊은 증오의 소리로 블레이즈가 말했다.


클로리스ㅡ''사람이. 아니란말이지..''


카일ㅡ난, 축복을 받은 존재야. 그 누구도, 나를 해하거나, 생각을 읽지 못하지.

양쪽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양쪽 중 누구의 말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곧 달콤한 복수의 밤이 시작될 것이니까.



그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순 없었다.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모르는 저 남자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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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4 18:07 | 조회 : 1,348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용기가 없어졌던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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