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처받은 꽃




*

빌ㅡ클레, 침대는 어때? 마음에 들어?

클로리스ㅡ응, 그럼.

빌ㅡ그래? 다행이다!


클로리스ㅡ... 이 방, 원래 주인이 네 누나니?

빌ㅡ응.. 그렇지. 전에 역병에 걸려서 죽었다고 들었어. 난 너무 어렸을때라 기억은 안나지만..


클로리스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본다.

머리가 연갈색빛, 눈이 하늘빛이었던 소녀.
클로리스가 처음 예언을 했을때의 지목자.


'그 언니구나, 참 상냥했었는데.
모두가 그 언니를 죽게 만든것이 나라고 생각할테고.'

빌ㅡ클레,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클로리스ㅡ음, 아무것도.. 아니야


클로리스가 해사하게 웃는다.
빌의 얼굴이 붉어진 듯 하다.


콜록, 콜록.

숨이 넘어갈듯한 기침소리가 들린다.


클로리스가 할아버지의 방문앞에서 요동치는 검은 연기를 찡그리며 쳐다본다.

'그 언니뒤에 붙어있던것과, 같은 형상.'


클로리스ㅡ 너희 할아버지, 많이 아프신가 보구나.

빌ㅡ 할아버지가.. 누나가 죽고나서 병이 드셨다는데 요새 더 많이 아프신가봐.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잘자, 클레.

클로리스ㅡ응, 너도 잘 자. 빌.


'빌' 처음으로 불러준 이름에
빌이 흠칫 놀라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져
나가버린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오늘밤은 잠이 잘 오지 않을듯 하다.


빌ㅡ 하..어떻게 하자는거야 이미 다 눈치 챘을거라고!! 내가 가진 마음.. 알게된다면 떠나버릴텐데...





**

늦은 새벽, 클로리스가
문을 열고 나온다.

클로리스ㅡ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줘볼까..?



몇시간이 지나서,

빌의 형인 바트가 빌에게 소리친다.

바트ㅡ 빌, 그래서 그 여자애를 데려왔었단 말이야?!

빌ㅡ 응. 그 애는 마녀가 아냐. 사람들이 착각하는것 뿐이야. 책에서 봤던 헤일리같은 느낌도 전혀 없었어.


바트ㅡ그 애는, 누나를 죽게 만든 애야.
저주를 걸어서 누나를 죽게 만들었다고!

빌ㅡ 그런 애 아니야!
사실 확인이 된것도 아니잖아!
근데 마을 사람들이 애꿎은 그 애 집에 불을 내서 할머니를 불태워 죽인건, 그건 나쁜 짓이 아니라고? 정당한거라고??


짝!

바트가 빌의 뺨을 후려친다.

바트ㅡ넌 지금 마녀한테 속고있는거야.
계속 어쭙잖은 주장만 할거면 나가! 나가라고!
그 애 때문에 할아버지 병세가 나빠지면 어쩌려고 불러들였어!


창문을 통해서 그 광경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클로리스.

빌은 그런 클로리스와 눈이 마주친다.


클로리스가 뒤돌아 달아나자
빌이 황급히 문을 열고 뒤쫓아간다.


빌ㅡ 클로리스!!

클로리스ㅡ 넌 내가 두렵지 않니?
사람들 말이 맞아. 내가 모든것을 망친거야.
어서 돌아가. 가란말이야.


빌ㅡ하지만, 하지만 넌 이렇게 친절한 사람인데.
넌 마녀가 아니잖아!

클로리스ㅡ 네 누나, 어떻게 죽은줄 알아?
내가 죽인거야. 내가 그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아직도 모르겠어?
가! 가라고!


빌ㅡ 내가 그렇게 해야 네 마음이 편하다면, 네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할게.


클로리스ㅡ응, 꼭 그래줘. 날 나쁜 마녀로 기억해줘. 다시는 실망시키고 싶지않아.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다.

처연함을 숨기려 애쓰는 절벽위의 꽃만 같아서, 꺾어서 화병에 꽂아두기에는 곧 사라져버릴듯해서.


빌은 차마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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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7 15:07 | 조회 : 1,379 목록
작가의 말
chery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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