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정령이 미친 제국(2)


제 18장-「정령이 미친 제국(2)」

숲속의 저택, 루비엘의 본건물. 그 저택의 집무실로 에일이 들어갔다. 집무실의 책상에 앉아 에일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긴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마족으로 착각할것 같은 여인.

"불렀어?"

에일이 목을 한번 돌리며 말했다. 여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베루펜에서 의뢰가 들어왔어. 그래서 가줬으면 하는데, 내 개인적인 의뢰도 있어서."
"뭔데?"
"엘린을 발견하면 누구와 있는지 알아와. 자세하게."
"어려운건 아니지만.. 왜그렇게 그녀석을 신경쓰는거야?"

에일이 선선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생각을 알수 없는 보라색 눈이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네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거지. 내가 직접가고싶지만 그러기에는 일이 조금 있어서. 이번 다음 의뢰가 네게 하는 마지막 의뢰가 될거야."
"알았어."







몸이 갑갑했다. 고정되어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는 조금씩 눈을 떴다. 숙실의 천장이 보였다. 목덜미에 간지러운 무언가가 계속 움직이고있었다. 눈을 돌려 그것을 살짝 보았다. 푸른색의 털. 로젠의 머리칼이였다. 로젠이 엘린을 끌어안고 그대로 잠들어있던 것이였다.

'꿈을 꾼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엘린을 감싸고 있던 로젠의 팔이 그를 놓지고 침대로 추락했다. 그는 평소처럼 한쪽 손으로 눈가를 비비려했다. 그런데, 팔이 어쩐지 조금 무거웠다.

"..?"

왜인지 궁금해 손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우와악?!"

그의 비명소리에 놀란 로젠이 얼른 일어나 엘린을 바라보았다.

"왜그래! 무슨일이야!"
"뱀! 뱀!!"

엘린은 거의 울기직전의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로젠은 엘린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린의 하얀손목에 감겨있는 것은, 검은색의 뱀. 로젠은 그걸 보고는 재밌다는듯 상황을 지켜보았다.

"때,때줘!!"
"싫어~ 직접 때든지."

엘린은 울상으로 뱀을 보며 다른쪽 손으로 뱀을 슬쩍 어루만졌다. 뱀의 비늘 특유의 미끈거리는 감각이 죽을맛이였다. 맨팔에 닿는 차갑고 미끈거리는.. 특히나 촉각이 예민한 그여서인지 그 작은 감각에도 망설이고있었다. 그때,

뭘 그리 무서워하시는겁니까.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그는 움찔하며 떨리는 시선으로 뱀을 쳐다보았다. 뱀은 엘린과 눈을 마주하며 혀를 낼름거렸다.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살기같은것이 없었다.

"엘린. 왜 갑자기 얼어붙었어?"
저입니다. 셰일.

뱀은 애교를 부리듯 그 긴 몸통을 움직여 엘린을 팔을 타고 올라왔다. 피가 식는 기분이였다. 그때 로젠이 뱀의 꼬리를 낚아채더니, 그대로 쭈욱- 잡아당겨버렸다. 갑작스런 로젠의 힘에 뱀은 그대로 끌러가 엘린의 팔목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하는짓인가!!
"어라? 되게 이상.. 한게 보이는데... 엘린, 이거 어디서 주웠어?"

뱀의 말이 들리지않는지(이게 정상이지만) 딴소리만 하는 로젠과 그런 로젠에게 계속 화를 내고있는 뱀. 참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였다. 뱀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축 늘어졌다. 그러더니 마치 녹아내리듯 검은 안개로 변해 로젠의 손을 벗어났다. 그 광경에 놀란 로젠이 눈을 크게 뜨고는 그 안개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안개는 천천히 떠올라 엘린의 손목쪽으로 이동했고, 곧이어 그 안개가 걷히더니 다시 뱀의 형상이 되었다. 뱀은 그의 손목이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마냥 그의 손목을 타고 올랐다.

"와, 진짜 신기하네? 중간계에 이런 동물이 있을줄이야... 근데 동물이 맞긴 한거야? 뭔가 좀.."
동물이 아니라 셰일이다.
"엘린. 이거 무슨뱀이야?"
뱀이 아니라고!
"뭐야, 왜이렇게 키이키이거려."

셰일은 로젠에게 '언어' 로 항의하고 있지만, 로젠의 귀에는 그저 바람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터이다. 평소였으면 그 상황에서 한번 웃어주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혹시나 독이 있는 뱀이면 어쩌지.. 뱀이 말하는것처럼 보이다니, 자신이 미친걸까. 꿈인걸까. 설마 이미 뱀한테 물리고, 뱀이 가진 독에 의해 환청에 시달리는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엘린은 꿈과 현실을 구별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고, 그런 그는 절대 지금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한쪽 손을뻗어 뱀의 몸통을 잡고는 어떻게든 때어내려 악을썼지만, 원래 엘린몸의 일부라도 되는양 뱀은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떨어져,제발!!"
"별일이네. 예전에는 뱀이 붙어도 잘만 데리고놀았으면서."

로젠은 별일이라는 어조로 말했다. 엘린의 외침에 셰일은 잠시 움칫하더니 스르륵 엘린의 팔에서 내려왔다. 의외로 순순히 내려오자 약간 미심쩍은 얼굴로 뱀을 보며 잽싸게 침대밑으로 내려갔다. 뱀에게 감정이랄게 있을리가 없고, 있다해도 그걸 엘린이 알 리는 없지만 왠지모르게 셰일은 약간 축 쳐진게 딱 '시무룩하다' 하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있었다. 로젠은 그러든지 말든지 라는 어조로 몇마디 하더니 세면실로 들어갔다. 그가 세면실의 문을 닫는것까지 확인한 엘린은 잠시 뱀의 눈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셰일?"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답은 하나군. 내가 미쳤거나, 이 뱀이 미쳤거나.

미.. 당치 않습니다.
"어?"
미치.. 흠흠.. 그런 단어는 사용을 줄여주십시오.
"아, 응.."

이유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저, 너는 뭐하는 녀석이야? 악마야?"
아뇨. 셰일입니다.

그래. 이 질문은 패스.
아무래도 대답해줄 마음이 없을 것 같았다.

"너는 왜 여기온거야?"
당신을 모시는게 제 역할이니까요.
"왜?"
시종이 주인을 모시는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셰이드들이 저지른 무례는 부디 잊어주십시오. 그들도 당신을 오랜만에 뵈어 그랬던것이니까요.
'뭐..라는거야. 진짜...'

엘린은 그의 말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너 혹시 그 나비들?"
아뇨. 셰일입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뒷목잡고 쓰러질지도... 엘린은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대화를 멈추었다. 뱀은 엘린이 가만히 있자 잠시 그의 눈치를 보더니 스르르 엘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움직임을 눈치챈 엘린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자 그대로 전진을 멈추었다.

"저,저.. 난 시종같은 거 필요없으니까 그냥 돌아가줄래?"
..그건 곤란합니다.

왜 안되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로젠이 세면실에서 나왔다.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해?"
"별거 아니야."
"그래? 그나저나 그 뱀, 어떻게 할거야?"
"나야 모르지..."
"엘린이 키우는게 낫지않아? 엘린 동물 좋아하잖아."
"내가?"

자신이 동물을 좋아한다는건 말그대로 '허언' 이라 단정지을 수 있다. 싫어하는 이유를 대라면 수없이 많다. 게다가 작고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라면 몰라도 긴 몸통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게다가 인간의 말을 하는 미친뱀(누가 미친건지는 모른다.)따위, 키울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듯 뱀은 또다시 엘린에게로 기어와 이번에는 엘린의 허벅지에 올라왔다. 몸이 굳었다.

"그녀석도 엘린이 좋은것 같은데?"
'내가 싫다고..'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뱀은 답지않게 예의까지 있었다. 엘린은 요즘 자신의 인생이 이상하게 변해가고있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딱 예전처럼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싶은데, 왜 그게 안되는걸까.
결국 반강제로 뱀을 데리고 있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서 온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반드시 배가 베루펜에 도착하면 그곳에 내려 뱀을 버리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한것은(로젠) 하나로도 충분했다.

'돌아가고 싶어...'







멀리 베루펜 대륙이 보였다. 지난 5일동안 배에서의 생활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난대없는 머맨(남자인어)의 공격으로 배에 큰 구멍이 나, 숙실로 물이 들어온 것이였다. 또한 그 징그러운 머맨들이 엘린의 다리를 물어뜯는바람에 한동안 고생을 해야할거라는 말을 들었다. 배에 잠입한 머맨들을 잡으려 배에 탄 용병들이 총동원되었다. 그렇게 머맨들을 간신히 쫒아내도, 숙실안은 물바다가 되어버려 하룻동안은 갑판에서 난민처럼 담요한장으로 추위를 견뎌내야했다.

"엘린씨, 다리 괜찮으세요?"

괜찮을 리가 없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왼쪽다리의 상처는 곪아서 진물이 나오고있었다. 분명히 시각적으로 좋지 않은 광경임에도 루엘은 별상관 없다는듯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냈다. 지금 대부분의 용병들은 엘린과 같은 상황이였다. 배에는 제대로된 신관도, 약품도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분명히 살이 썩을것이지만, 약품을 구하려면 베루펜에 내려서 약방에 가야했다. 문제는, 베루펜에 내려 약을 구하고 배로 안전히 돌아올 확률이 낮다는 것이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운놈이 가는거지.

괜찮으십니까.

셰일이 다가왔다. 이번에 머맨과 싸울때, 셰일은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셰일을 처음만났을때처럼 셰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고,(물론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특이한 마법을 사용하여 머맨의 진입을 막았다. 도대체 뭐하는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로젠처럼 특이한 종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대없이 나타난 검은 뱀을 보자 루엘이 흠칫 떨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서둘러 검을 뽑아들고는 검끝을 밑으로 향하게 검을 들었다. 다가오면 찍어버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행위에 셰일은 움츳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루엘, 얘는 내가.. 키우는 뱀이야."

'키우는' 이라는 부분에서 슬쩍 엘린을 보는 셰일의 눈동자에는 약간의 기쁨이 담겨있었다. 그리고는 엘린의 곁으로 기어와 몸통을 부비적대는 애교까지 보였다. 기분은 떨떠름했지만 내색할수는 없었다.

"이런, 큰일날 뻔 했내요."

루엘이 검을 집어넣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멀리서 로젠과 륜이 걸어왔다. 그들은 지급된 빵을 들고있었다. 숙실에 물이 가득차서 따로 가져온 음식들도 못먹게되어 배의 식량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엘린, 많이아파?"
"이젠 그럭저럭."
"루엘 수고했어. 자."

륜이 엘린과 루엘에게 빵을 내밀었다. 로젠은 멀리보이는 베루펜대륙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내리는거야?"
"왜? 싫어?"
"오한이 느껴진다고. 정령들이 미쳐있잖아."

천족이라 그런것에 예민한걸까. 5일전과는 반대로 그는 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있었다. 륜역시 마찬가지였다. 베루펜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조금씩 몸을 떨기 시작했다. 누가보면 어디 아픈지 알정도로, 그들은 안절부절하고있었다. 엘프라는 종족은 원래 정령과 가깝게 지내고, 그만큼 감정을 공유하니 아마 륜에게도 정령들의 감정이 전해진거겠지.

"그럼 배안에 얌전히있어."
"응? 엘린은 나갈거야?"
"약을 사려면 내려야할테니까."
"그냥 있어. 이르텐시아에 가면 테이르한테 부탁하면 되지."
"이대로 두면 썩을거야. 그리고 도착할동안 움직이지도 못할거라고."

별거아니라며 그대로 방치했던게 가장 큰 실수였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끔찍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엘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랑 같이가요."
"응? 넌 왜?"
"다친분을 혼자 보낼수는 없는거잖아요. 륜씨, 얌전히 계셔야합니다?"
"..알았다고."

물가에 어린아이를 놓고오는 기분이였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점점 베루펜에 가까워졌다.

0
"세계의 시작"
리워드 지급 현황

655뷰, 655원

작가님에게 순방문자 1명당 1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 )



※ 분량이 5k이상,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이 30초 이상인 경우 지급 됩니다.
※ 유료 분량이 1/3(33%)이상인 경우 1명당 2원을 지급 하고 있습니다.

리워드 상세설명
이번 화 신고 2019-07-19 21:54 | 조회 : 159 목록
작가의 말
네오아이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