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항해

제 11장-「」

"으음..."

엘린이 한번 크게 뒤척이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태양이 하늘 높이 떠있는것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답답한 표정의 로젠이 땅에 앉아있었다.

"..로젠. 좋은아침.."

엘린이 일어난것을 알아챈 로젠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슨 일이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얼른 엘린이 덮고있던 날개를 쭉 피고는 접었다.

"왜그래?"

"어? 아아.. 한 2시간 전에 일어났는데 네가 일어나질 않아서 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거든."

그제서야 로젠의 표정이 이해갔다. 그의 날개는 당시 엘린의 이불로 사용되고 있었다. 로젠이 조금만 움직이면 날개도 같이 딸려가니까 엘린의 이불이 사라진다. 즉 엘린을 배려해 이 조용한 숲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2시간째 앉아있었다는 소리였다. 엘린은 머쓱하게 웃으며 '미안..' 하고 사과했다. 그리고는 옷을 털고 일어나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앉아서 잤더니 몸이 뻐근했다.

"오, 여기야?"

로젠이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하늘에 사는 천족이 배를 보는건 말이 안됬다. 그래서인지 로젠은 배에서 눈을 때지 못하였다. 엘린은 그런 그의 손을 붙잡고 선박쪽으로 갔다. 소도시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눈에띄게 북적거렸다.

"프리움으로 가는 배를 타고싶은데요. 시간은 빠를수록 좋고요."

"인원을 몇인가?"

"두 명 이요."

"8골드네."

확실히 비쌌다. 하지만 라우젠에게 받은 돈과 지금까지 모아둔 돈이 꽤나 많아 그리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8골드를 내자 작은 표 두개를 내밀었다. 표에는 라밀란 이라고 적혀있었다.

"12시 정각에 출발하네. 준비하게나."

12시 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어느 도시에나 의무적으로 세워놓은 시계탑들. 시계는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1시간정도의 여유가 있는것이다. 마침 로젠이 이곳저곳 가보고싶어하니 그를 데리고 이곳을 구경하러 자리를 옮겼다.

"오,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거기는 정보상.. 막 들어가지 마!"

"저거는?"

"분수? 너도 많이 봤을텐데."

"분수라고? 되게... 작네."

로젠은 어린아이처럼 분수에서 나오는 물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차가운 물이 기분좋은듯 손을 뒤집다가 엘린에게 타박을 듣고나서 손을 뺐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헤에, 여기에도 노예경매가 있네?"

"어,응. 설마 천..계에도 있어?"

의외였다. 물론 천계에도 지배층이라는게 있을테고, 그럼 그 지배층의 최하위, 그들을 노예로 쓰겠지만 그래도 천계에 노예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았다. 엘린의 생각을 어림짐작이라도 한것일까, 로젠이 입을 열었다.

"천계에는 노예가 가장 많아. 10명중 8명은 노예니까."

"그렇게나 많이?"

"응. 원래 천족들중 일부는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태어나. 그럴 경우에는 날개가 없거나 한개밖에 없는 '불량' 이 테어나지. 이유는 모르지만 천족과 천족 사이에서 불량이 태어나기도, 불량과 불량 사이에서도 천족이 태어나기도 해. 날개가 온전한 천족들은 그 부모가 어떻든 일단 그들은 천계의 지도자층이야. 그리고 불량들은 노예가 되는데..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거지. 요즘은 날개가 온전한 천족은 거의 보기 힘들어. 들리는 말로는 신의 피가 옅어졌다는 말도 있고 한데.."

그는 말끝을 흐렸다. 그나저나 날개가 하나달린 천족이라니, 궁금했다.

"근데 너는 여..기에 왜 온거야?"

"심심했다고나 할까.. 기도실에 쳐박혀서 기도나 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할짓이 못되거든. 그래서 도망쳤어."

"그럼 거기서 너 찾으러 안 와?"

"참 이상한게, 천족들은 인간계에 오기를 꺼려해. 더럽다고 생각하는거지, 타종족이 모여사는 이곳을. 뭐, 15년전에 도망쳤는데 못잡았으니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다시 마을을 구경하였다. 그밖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동안 시간은 점점 12시를 향해 다가갔고, 마침내 배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로젠은 상당히 들뜬 표정으로 배에 올라탔다. 그렇게도 신이 날까. 선장에게 표를 보여주자 2인실 열쇠를 주었다. 배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있었다. 분명 그리 크지 않은 배고 딱히 유명하다거나 할것도 없을텐데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많았다.

'왜지..?'

배에는 특이하게 귀족들이 많았다. 보석이 치렁치렁하게 달려 훔쳐가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옷을 입은자들은 누가봐도 귀족이였다. 이상한것은 왜 귀족이 이런 이름도 없는 배에 탔느냐지. 배가 출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움직인지 몇시간이 되었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쇼라도 하는거 아니야?"

호기심을 가진 로젠이 그곳으로 갔고 엘린도 그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한 남자가 서있었다. 상당히 화려한 옷을 입고있는 그 남자의 옆에는 작은 소년이 겁에 질린 얼굴로 사람들의 앞에 놓여져있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꽤나 특이한것을 갖고 있었다. 바로 소년의 몸집만큼 조그마한 흰색의 깃털날개 두 장.

"천족?"

사람들이 수근거리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엘린도 놀란 얼굴로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겁에질린 물빛 눈동자가 매우 아름다운 소년이였다. 옆에 서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번 상품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족입니다! 눈이 아름다운 소년이지요! 50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 작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이곳은 수도와 가까운 프리움이였고, 아무리 바다위에 있다해도 이렇게 대놓고, 그것도 타종족을 노예로 경매를 하다니. 치안수호대에 걸리면 제국법에 따라 수절 후 모든 재산압수였다. 귀족들이 이 배에 탄 이유를 알법도 했다. 귀족들의 말에 소년의 가격은 더 높아져갔다. 소년이 눈을 굴리다가 로젠을 바라보고는 비명을 지르듯 중얼거렸다.

"로,드하르젠님..!!"

그 작은 목소리에 모두가 로젠을 쳐다보았다. 로젠은 무표정으로 소년을 쳐다보다가 다시 엘린을 끌어안고는 말했다.

"나 배고파. 밥먹으러 가자."

"어,어."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일단 이 상황이 싫었던 엘린은 로젠이 이끄는데로 그곳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천족소년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절망에 찬 눈동자가 동정심을 유발했다.

"..저, 로젠. 아까 그 꼬마애말이야, 아는사이야? 로드하르젠이라는거 너 맞지?"

로드하르젠. 로젠. 아무리생각해도 같은 이름을 줄여놓은 것이였다. 로젠은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긍정을 표했다.

"누구야? 날개가 두개 다 있었으니까 지배층.. 이지? 근데 왜 여기있어?"

"지배층 아닐껄? 그녀석, 마법같은 걸로 날개가 이루어져있어. 뭐, 진짜 천족이기는 한데 날개가 한쪽밖에 없거나해서 꼼수로 만들었겠지."

"어떻게 알아?"

"내 눈이 그런걸 보거든. 신에게 받은 눈이라 꽤 능력이 있는데, 아무튼 그녀석 불량이야."

'내 눈' 이라는 말에 로젠을 처음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 눈과 마주치자 의도와 다르게 말이 나오고 몸이 제어가 되지 않았지.

"혹시 그, 눈을 마주쳤을때 사용되는거야?"

"응. 눈을 마주친 상대의 정신과 몸에 간섭하거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고, 기억을 조작할수도 있어. 예를 들면 엘린의 기억을 조작해서 존댓말이라도 들어본다던가.."

참 소박했다. 기억을 조작해서 그런데에 쓴다는것이. 그는 로젠을 향해 한심하다는 눈빛을 아끼지 않았다. 로젠은 자신이 말하고도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입만 다물고있으면 참 괜찮은데 말이지...'

"근데, 그 남자애. 왜 여기있는거야?"

"나야 모르지. 날개가 한쪽이니 날아왔을리는 없고.. 아마 부모가 버렸나봐."

"부모가 버려..?"

"응. 정상과 정상 사이에서 불량이 나온걸 수치스러워하는 자들이 많거든. 그나저나 그걸 주워다가 고쳐 저리파는 인간들도 있군."

그는 당연하다는 듯 천족소년을 물건취급하였다. 고친다니... 천족과 인간의 사고방식의 차이일지는 몰라도 듣기 썩 좋지는 않았다. 로젠은 당부하듯 말했다.

"행여나 저 근처에 가지 마."

"왜?"

"네 머리랑 눈. 마족으로 보이기 좋잖아. 물론 진짜마족도 검은색을 갖고있는 마족은 없지만 인간들의 머릿속에 검은 색의 존재는 오로지 마족이니까. 네가 인간...이라고 말해도 상인들의 눈에는 상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테니까 망토 꼭 쓰고있고."

엘린은 망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안그래도 프리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한번 쓸고는 로젠에게 물었다.

"그래도 일단 천족인데 천계로 돌려보내야하지 않아? 게다가 너랑 아는사이 같던데."

"천계에 가봤자 똑같이 노예생활이야. 그리고 아는사이 아니야. 난 그녀석 모른다고."

"에? 하지만.. 아까 너부른거 아니였어?"

"애당초 천족중에 날 모르는놈이 있을리가.."

로젠은 정말로 천족소년에대해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있었다. 적어도 같은 동족으로써 동정심정도는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였다. 그는 아무렇지않게 엘린을 품속에 넣고 부비적거렸다. 엘린은 한마디 하려다가 관두었다. 솔직히 그를 타박해봤자 뭔가 달라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엘린역시 그저 '동정심' 일 뿐 그 이상이 아니였다. 로젠이 망토를 쓴 엘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상하게 로젠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졸렸다.

"엘린 이렇게하면 잠드는건 여전하네."

"..그래..?"

"응. 너 옛날에도 이렇게하면 금방 잠들었거든. 그리고.. 햇빛에 갖다놓으면 금방일어나고, 자다깼을때는 입에 음식을 넣어줘야 먹었어. 마르스가 매번 애키우냐고 뭐라고 했었잖아."

그런것따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로젠이 머리를 쓰다듬는것은 매우 익숙했다. 점점 잠이 쏟아져 잠드려는 순간,

쾅!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몸이 한번 크게 휘청였다. 놀라서 잠이고뭐고 싹 날아갔다. 멀리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정도 흔들림은 무언가에 부딪힌것이다. 이어서 두세번 더 배가 흔들렸다. 엘린과 로젠은 서둘러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맙소사.."

인어들이였다. 인어때가 배를 공격하고 갑판 위로 올라오고있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인어를 상상하면 안된다. 물론 외모는 확실히 아름답지만, 절대 저 미모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인어들은 때로 이동하여 배에 몸을 날려 배를 가라앉게 하고 갑판 위로 올라와 인간들을 먹어치우는 바다의 살인귀였다. 물론 확실히 여느 미녀못지 않게 아름다웠지만 그 바다의 해초같은 청록색과 미끈거리는 피부에 거부감이 일었다. 용병들은 무슨 기사정신이 발휘되기라도 했는지 섣불리 인어들을 공격하지 못하였다. 인어들은 참 신기하게 움직였다. 그녀들은 물속에서 빨랐지만, 그렇다고 지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것은 아니였다. 지느러미부분을 굽혀, 인간으로 따지자면 무릎을 세우고 걷는듯한 움직임이였지만 확실히 빨랐다. 화가난 선장이 외쳤다.

"이것들아! 이대로라면 배가 가라앉게 생겼다고!!"

확실히 지금도 배는 휘청거리고있었다. 보다못한 엘린이 온몸에서 오라를 방출하며 인어들에게로 다가갔다. 쓸데없이 인어를 죽이고싶지는 않았다. 오라로 겁만 줘서 보내고싶었다. 그러나 인어들은 살짝 움츠려들기만 할 뿐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때 한 인어가 엘린에게로 달려들었다. 물론 그 인어는 엘린에게 닿기도 전에 오라에 갈갈이 찢겨떨어졌다. 인어들은 공격쪽으로만 발달하여 강했지만 그 피부는 매우 여렸다. 게다가 지금은 물속이 아닌 지상. 그녀들의 방어력이 한층 더 약화된 순간이였다. 오죽하면 오라에 나가떨어질 정도였을까. 이번에는 다섯 마리의 인어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엘린은 몸을 살짝 뺌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들었고 바로 자신의 앞까지 온 인어의 머리에 박아넣었다. 물론 엘린역시 여자에 대해 기본예의는 있었지만 인어들은 도저히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한번에 머리가 꽤뚫려 꽤나 깊숙하게 검이 박혀들어갔다. 물렁뼈밖에 없는건지 딱딱한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감각에 소름이 끼쳐 재빨리 검을 빼냈다. 인어들이 비명을 질렀다.

"키아아악!!"

그 소리에 밑에서 배를 공격하던 인어들이 때거지로 위로 올라왔다. 엘린을 지켜보기만하던 용병들도 조금씩 인어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배가 휘청휘청거렸지만 그보다는 인어가 더 시급했다. 오라로 인어를 밀쳐내면 용병들이 처리해나갔다. 그때,

"큭..?!"

뒤에서 접근한 인어 하나가 엘린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살에 날카로운 이가 박히는 감각이 소름끼쳤다. 엘린이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다른쪽 팔로 인어를 때어내려했지만 인어들은 아주 작정하고 엘린에게 달라붙었고, 엘린은 그대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놀라 그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방어했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인어가 크게 입을 벌렸다. 입안의 날카로운 이빨이 엘린의 목을 노렸다.

'안돼..!'

그리고 이빨이 엘린의 목을 파고드는 순간-

3
"세계의 시작"
리워드 지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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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게 순방문자 1명당 1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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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22 20:05 | 조회 : 372 목록
작가의 말
네오아이

일러스트 포기.. 그냥 생각 날 때마다 아무거나 올려고요. 오늘은 제일 빠르게 그릴 수 있는 루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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