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56화(발암주의)

“ 성진아... 무슨 일 있었어..?”

준우가 성진이의 뒤를 따라가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조심히 물었다.
그가 느끼기에 성진이는 윤현식과 대화를 나누고 난 뒤 의아해질 정도로 현재 날카로웠다. 늘 나란히 걸었던 성진이가 어느새 준우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걸었다.
준우는 뛰어야 할 정도로 성진이의 걸음은 빨라서 숨이 차올랐다.

“ 성진아..! 잠시만..! ”

“ 아.. ”

준우가 뜀박질을 하며 급하게 성진이를 부르자 성진이는 그제야 걸음을 멈춰 고개를 뒤돌았다. 살짝 가쁜 숨을 쉬는 준우와는 달리 성진이는 평온하리만큼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 하...하아... 같이..좀 가.. ”

“ 미안해. 생각을 조금 하느라고.. ”

‘원래’ 걸음 속도로 돌아온 성진이는 준우가 따라가기 편하게 되었다.
그렇게 같이 걸어가던 도중 준우는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바라보았다.
늘 보는 모습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스태프들이 힘들게 짐을 나르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린 얼굴들은 충분히 그 물건들이 무거움을 보여주었다.

“ 준우야.. 아까 윤현식씨 뵙느라고 화장실을 못 가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 ”

“ 아, 응 ”

성진이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고, 준우는 성진이가 화장실을 간 사이 스태프들에게 향했다.
짐을 나르고 좀 쉬던 스태프들은 그들의 소매로 이마에 맺힌 땀들을 닦아냈다.

“ 오늘은 뭔가 짐이 많네요? 다 무거워 보이고.. ”

“ 아, 준우씨... 그러게요. 계속 성진씨가 날라줬었거든요. ”

한 스태프의 말에 준우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 성진이가요?”

“ 네. 무거운 짐들은 시간이 비워져 있을 때면 늘 날라줬죠. 덕분에 늘 가벼운 짐들만 옮기거나 옮길 짐들이 적었거든요. 근데 오늘은 안 해주시네요. ”

“ ... ”

“ 뭐... 이젠 하시기 귀찮으신 거겠죠. 그래도.. 할 거면 계속 해주시지.. 오히려 더 힘드네요. ”

준우는 그런 스태프의 말을 듣고 멍했다.
계속 그랬다는 것은 오늘 빼고는 모두 짐을 날라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단 오늘 하루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진이는 스태프들의 원망을 받고 있었다.
그 연예인의 매니저라 별 말 안 했지.. 자신들끼리였다면 분명 성진이를 향한 투덜거림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성진이의 호의는 그들에게 당연해지고 있었다.
계속 깨끗하던 유리에 얼룩이 지면 더 더러워 보이기 마련이다.
누군가 호의로 쓰레기를 주워주기 시작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 너 왜 오늘은 안 해? ” 라는 말을 듣게 된다.

“ ..... ”

어찌 보면 사람이 ‘호의’를 내놓지 않게 만드는 것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 잘가 성진아. 목 관리. 몸 관리. 다 잘하고 오늘 수고했어. ”

“ 너도. ”

준우가 성진이에게 손을 흔들자 성진이는 끄덕이며 손을 흔들곤 집으로 들어갔다.
운전기사가 곧 준우도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준우는 내려 방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던 준우는 조용히 혼자서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 나조차도... 배려를 당연하게 느꼈구나.. ”

준우는 오늘 먼저 앞서가던 성진이를 떠올렸다.
자신은 그렇게 따라가기 버겁던 속도임에도 성진이는 그것이 ‘원래’ 본인의 걸음 속도였다.
그럼에도 늘 준우가 성진이와 나란히 걸으며 편할 수 있었던 것은 준우의 걸음 속도를 맞춰주는 성진이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 뿐이 아니라 스태프 일도, 스케줄 이동도, 아무리 그가 윤현식과 그 뒤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새롭게 만나는 것처럼 웃으며 대해준 것 모든 것이 성진이가 해주는 배려들이었다. 남들이 자신으로 인해 슬픈 기분을 영향 받지 않도록, 남들이 편하도록 하려고 하는 그의 섬세함이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스태프들은 물론, 준우 보인조차도 성진이의 배려를 당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준우는 자신이 그 부분을 늦게 알아차린 점에 대해 마음이 미워질 뿐이었다.











성진이는 그 뒤로도 윤현식과 몇 번 차가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 때문인지 윤현식 팬들과 성진이의 팬들은 서로 다투기까지 했다.
그 사이에서 성진이가 팬들에게 진정하라며 말려서 그나마 말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준우는 그런 지친 성진이를 옆에서 최대한 위로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대처들을 해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조금 잔잔하다 싶던 때..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되었다.

--------------------------------------------

작성자 : 익명

제목 : 박성진의 실태

조회수 : 8.9만 / 좋아요. ? 4.4천 / 싫어요. ? 6.5만

안녕하세요. 저는 연예인 소속사에서 일을 하는 한 스태프입니다.
다름이 아닌 박성진의 소속사 STR 스태프인데요.
오늘은 참다 참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여 박성진의 끔찍한 실태를 알려보려고 합니다.
박성진은 딱 한 줄로 요약을 하자면 ‘ 가식적인 사람 ’ 인데요. 저번에 한 사건이었습니다.
신인 연습생으로 들어온 한 학생이 있었는데요. 박성진씨에게 정말 밝게 웃으며 팬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정말 과장하지 않고, 박성진씨는 그런 연습생을 비웃었습니다.

아직도 머릿속에 맴도는 말인데요.. “ 지 수준을 알아야지. 그냥 팬이면 조용히 팬 할 것이지 웬 남자새끼가 와서 팬이라고 해..? 더럽게 ”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여자 신입생들에게는 웃으며 악수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남자 연습생들에게는 욕설을 퍼붓고 못생겼다.. 살쪘다.
노래를 그따위로 밖에 못 하냐.. 라면서 비하발언을 했습니다.

또 저는 여스태프인데요.. 저번에 제 짐을 들어준다면서 도와주시는데.. 막 제 손을 지분거리시고... 제 몸 여기저기를 터치 하시더라구요. 너무 무섭고 기분이 나빠서 괜찮다고,..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더니.. 그 다음부터 제 일이 늘어났습니다. 요새 너무 힘들어요..
박성진의 악마같은 짓도 더 이상 못 견디겠고.. 그렇다고 그만두자니 당장 취업하기도 어렵고.. 이렇게 만이라도 여러분들이 박성진의 더러운 모습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

다름이 아닌 누군지 모를 익명의 글이었다.
내용은 성진이가 기본적으로 여자를 밝히는 성추행범이라는 내용과 무대에서 보여 지는 모습과는 달리 욕설을 하며 남자들을 무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발단으로 인터넷과 시민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이 기세를 몰아서 박성진을 싫어하던 윤현식 팬들은 좋지 않은 뜻을 담은 드립으로
“ 네 인성 박성진 ” 이라는 말들을 사용했다.

박성진의 팬들은 당연히 주작이라며 반발했으나 확실한 근거가 없는 글일지라도 성진이에게는 이미지가 흔들리는 큰 타격이었다.
저 글 때문인지 아이들은 부모님이 팬클럽을 탈퇴하라고 했다며 한참을 챗으로 울다가 나가기까지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이원의 빠른 처신으로 글을 내려갔고, 루머라는 기사가
퍼지기 시작했다.
...불행이었는지 루머 글의 사건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커다란 사건이 더 터지고 말았다.








다름이 아닌, 성진이의 옛날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게 된 것이다.

16
이번 화 신고 2019-05-26 22:02 | 조회 : 2,440 목록
작가의 말

성진이는 과연 어떻게 이 역경을 견뎌 버텨낼 것인가 ㅠ/ 독자 여러분들..ㅠ 제가 많이 늦었죠? 킁.. 죄송합니다.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미리 알려드리 못 해 혹시라도 기다리게 만든 점 너무 죄송합니다..ㅠ 다음 주에는 늦지 않은 소설로 기쁘게 만나뵙겠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