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52화

“ 성진씨는 주로 발라드를 많이 부르시던데.. ”

“ 아, 네 맞습니다. ”

“ 발라드를 좋아하시는 건가요? ”

“ 네, 좋아하는 편입니다. ”

윤현식이 성진이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노트북을 들어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면 미리 조금 준비를 한 보람이 있네요. ”

“ 준비요? ”

성진이의 의문을 해결하기도 전에 단음의 키보드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귀를 통해 감미롭게 흐르는 음악이 방 안을 채웠다.

“ ..!”

명곡을 들으면 저절로 그 음악에 흥을 탄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유현식의 음악은 훌륭하다 못 해 닭살이 돋아나는 기분이었다.
귀에 쏙쏙 박혀드는 음들이 그림을 그리듯 조화롭게 맞춰졌다.
성진이가 음악에 감탄을 하고 있는 사이 아쉬움을 남긴 채 음악은 1분 뒤 멈추었다.

“ 노래 괜찮았나요? ”

“ 네. 굉장히 듣기 좋네요. 근데 이건 대체.. ”

“ 성진씨랑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서 대충 작업해 본 겁니다. 나름 샘플도 될 것 같아서요. ”

윤현식이 사람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역시 미완성이라 성진씨 앞에 내보이기 부끄럽네요. ”

성진이는 이 곡을 들은 순간 오싹해질 정도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단순히 ‘샘플’이라고 치부하는 윤현식을 보자 미간이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서야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그럼, 주제는 ‘사랑’ 인거죠? ”

성진이가 펜으로 책상 위를 탁탁 두드리며 윤현식을 바라보았다.
윤현식은 끄덕거리며 긍정했다.

사랑은 노래 중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소재이니 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했기에
성진이와 윤현식은 주제를 사랑으로 정했다.

“ 그럼 다음주 토요일에 다시 만나서 작업하도록 해요. ”

“ 네 ”

어느덧 이야기를 마치고 성진이가 대충 짐을 챙겨 나가려 하던 때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 윤현식씨. 여기 생수 가져왔어요. ”

목에 건 이름표를 보니 윤현식의 매니저로 보였다.
성진이가 인사하자 매니저는 머리 숙여 급히 인사했고, 성진이가 문 밖에서 서있는 준우를 향해 가려던 순간 윤현식의 성난 목소리가 울렸다.

“ 너 장난해!? ”

성진이와 준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쩔쩔매는 매니저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화가 난 윤현식이 보였다.
성이 나 콧바람을 대차게 불어대니 무슨 황소와 다름이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눈을 굴리다 마치 소변이라도 지린 듯이 절묘한 위치에 물이 쏟아진 윤현식의 바지가 보였다.

“ 어디다가 물을 흘려!!! 너 나 망신 주려고 작정을 했지 ?! 어?! ”

“ 죄송합니다..! 손이 미끄러져서 그만!! ..”

“ 하아..씨.. ”

“ 딱 보니, 매니저가 물을 쏟았나보네 ”

준우가 성진이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어, 그런가 봐.. 근데 저게 저렇게 화 낼 일인가..? ”

“ 난들 아냐..? ”

물론 물을 쏟아진 것에 화가 날 수는 있으나 저렇게 소리를 지를 일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물이기 때문에 말린다면 큰 걱정도 없었다.
잔뜩 표정을 구기며 혀를 차는 윤현식을 보며 방금 전까지와 같은 사람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되었다.

고개를 숙이다 못해 허리를 폴더 폰만큼이나 굽힌 매니저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 야! 내가 너 자르고 다른 매니저 부르면 그만이야. 내가 아주 우습지? ”

손바닥으로 매니저의 머리를 몇 번 밀어 때리는 윤현식을 보자 성진이가 보다 못해 다가갔다.

“ 옷 때문이면 말리든, 갈아입든, 가리든 하면 그만인데.. 폭력은 너무 한 거 아닌가요?.. ”

“ ....네?”

윤현식이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 실수일 텐데 머리를 때리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

윤현식이 성진이를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한 번 헛웃음을 뱉더니 금방 인자한 얼굴로 끄덕였다.

“ 그렇게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요새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의외로 빠르게 사과하는 윤현식을 보자 성진이를 포함한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물음표를 띄었다. 매니저에게도 소리를 질러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더는 무어라 말을 할 수도 없어
상황이 끝나버렸다.

윤현식의 매니저의 머릿속 생각들이 굴러가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만 같았다.
윤현식은 마치 언제 화냈냐는 듯 하는 얼굴로 웃었고, 성진이는 찝찝한 느낌을 남기고 돌아가게 되었다.











첫날에 겪었던 걱정과는 달리 순조롭게 작업은 진행되었다.
하나하나의 음부터 가사, 분위기까지 뭐 하나 부족한 곳이 없었다.
마무리 작업을 한 성진이와 윤현식은 의자에 살짝 기대며 숨을 돌렸다.

“ 이제 녹음만 하면 되겠네요. ”

“ 다행히 「고마운 너에게」 작곡하는 동안 나름 순조로웠네요. ”

성진이는 윤현식의 말에 끄덕였다.
곡 발표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성진이와 윤현식은 노래를 맞추며 녹음하기 위해 준비했다.
타 기술자들이 녹음을 도와주려 각자 자리에 앉았다.

“ 그럼 저 먼저 하겠습니다. ”

윤현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실로 들어갔다.
윤현식의 노래 실력이야 인터넷이든 TV에서든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적으로 듣는 것은 처음이라 성진이는 기대가 담긴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윤현식의 손짓에 곧 「고마운 너에게」의 반주가 틀어져 나왔다.
부드럽고 조금 느린 박자가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기분 좋게 울리는 반주가 콧노래를 부르고 싶어질 만큼이나 흥을 돋았다..

♬ 푸르게 꽃피던 따스했-던 봄날에- ♬

윤현식의 입이 열리고 노랫소리가 들리자 노래에 꼭 맞는 듯. 마치 짝인 것 마냥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해외에서 난리가 난 이유를 알려주듯 윤현식의 목소리는 강렬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넋을 놓고 듣다 보니 어느새 윤현식은 노래를 마치고 있었다.

“ 이상한 부분이 있었으면, 그 부분은 다시 할까요? ”

마치 그런 부분은 없을 테지만 물어는 보겠다는 듯 하는 표정이 성진이와 기술자들을 향했다.
성진이는 고개를 저었고, 기술자들은 완벽하다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윤현식이 만족하며 녹음실을 나왔고 성진이를 향해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성진이가 살짝 인사하며 녹음실 안으로 들어간 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반주가 들려왔다.
완벽한 노래실력을 봐서 일까.. 성진이도 오기가 생겨 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반주를 들었다.

▷집중력이 한계치를 초과하였습니다. 가창력이↑100%상승합니다.◁
▷「기적의 탑스타Lv.3」의 능력으로 인하여 가창력이↑35% 만큼 상승합니다. ◁
▷「노래 분위기 메이커 Lv.2」의 능력으로 (소) x2 만큼 가창력이 상승합니다.◁
▷「노래 분위기 메이커 Lv.2」의 능력으로 동화합니다. ◁
▷「목소리의 변화」◁

수많은 알림창이 뜨고 뭔가 평소와는 좀 다른 느낌에 성진이는 의문이 들었으나 숨을 고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더없이 소-중한 고마운.. 너에게 할- 이야기 ♬

성진이의 첫 소절이 녹음실에 퍼지고 윤현식을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모든 행동을 멈추며 성진이를 바라보았다.
중저음과 동시에 미성이지만 그보다도 더한 목소리인 것 같았다.
이런 목소리를 가지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비로운 목소리였다.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게 만드는 노랫소리였다.

♬고맙다. 내게 웃어줘서-
..고맙다. 내 고백을 들어줘서-
고맙다.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해줘서-
네게 한참을 전해도 모자를 말♬

윤현식의 노래는 그 노래에 딱 맞는 느낌이었다면, 성진이는 그를 뛰어넘는 느낌이었다.
노래의 매력을 폭발시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성진이가 노래를 마치고 녹음실 밖 쪽을 바라보자 경악에 굳은 표정을 한 윤현식이 보였다.
그 모습에 성진이는 눈을 휘며 매력적이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

“ 부족한게 있었다면 .. 다시 녹음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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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14 23:53 | 조회 : 2,238 목록
작가의 말

ㄴ..늦지 않...않았어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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