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51화

“ 윤현식..? ”

준우가 젤리 하나를 입 안에 던져 넣으며 성진이를 바라보았다.

“ 윤현식이라면..... 음악 천재라고 하는 그 사람?? 아티스트 말하는 거 맞지? ”

“ 응, 그 사람 맞아. ”

“ 그야 잘 알지. 우리나라에서 윤현식 모르는 사람 없을걸. 내놓는 곡마다 대박이고,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니까 분명 최근에 해외에서 활동하다 귀국했다고 했어. ”

“ 그렇구나...”

“ 그나저나 윤현식씨는 왜? ”

준우가 다 먹은 젤리 봉지를 쪽지 접기로 접어 쓰레기통에 넣었고 의문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성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히 웃었다.

“ 으응... 별건 아니야. ”

“ ? ”

성진이는 조금 더 윤현식에 대해 알아보려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어 그만 두었다.
확실히 하경우가 윤현식에 대해 의문스러운 점을 언급하긴 했으나, 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의 생각은 왜곡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성진이는 윤현식을 멋대로 판단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하경우의 말을 머릿속 깊숙이 묻어두었다.















「대한민국 성우. 하경우의 폭력」
「힘 레인저 레드의 *背信.」 * 배신
「박성진의 *美談」 * 미담
「실시간 검색어
1. 하경우
2. 성우 하경우
3. 하경우 박성진 폭력
4. SONG
.
.
.


누군가의 제보가 있었는지 하경우가 성진이를 모욕한 것과 폭력에 관한 기사가 순식간에 퍼졌고, 그 때문인지 현장 사건 증거물인 CCTV영상도 인터넷을 떠돌았다.
주변인들 증언으로 타 성우들의 만행까지 사람들의 귀에 닿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을 더욱 조심해야하는 방송인으로써 하경우는 더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만만치 않는 팬을 보유한 성진을 모욕한 것도 모자라 때린 탓으로 화살은 더욱 매섭게 쏟아졌다. 덕분인지 하경우는 수많은 악성 팬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경우는 당연히 활동을 잠수를 타야했고, 그가 성우로써 방송하던 애니메이션들은 타 성우로 대체되었다.
물론, 성진이도 이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방송을 잠수탈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신고도 하지 않은 성진이의 태도에 각종 있는 것 없는 것 등 미담이 생겨 인터넷을 떠돌게 되었다.















“ ......유..윤현식이요?! ”

“ 그래. 그 윤현식씨. 최근에 귀국했잖아. 그래서 한 번 같이 곡 만들기로 했어. 그 쪽 소속에서 먼저 제안 한 거야. ”

성진이는 경악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정도 잠수를 타다가 갑작스런 고이원의 불음에 왔더니 듣는 말이 지금 저 말이었다.
그렇게 천재다. 천재. 라며 찬양하는 윤현식과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 ....”

“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물인 사람이니까 합작하면 더 없이 좋은 경험일거야. 인지도도 높아 질 테고 ”

“ ...아뇨. 문제는 없어요. ”

“ 윤현식씨가 네가 작곡한 곡들을 보고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더라. ”

고이원은 꼭 자신의 일인 것 마냥 어깨를 들썩이며 이를 보이게 활짝 웃었다.
그의 업 된 목소리가 행복을 더 했다.

“ 그럼 딱히 문제는 없는 거지? 그럼 승낙하는 걸로 할게. ”

성진이는 별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 그럼 곧 일정 맞출 테니까 준우 통해서 연락 줄게. ”
성진이는 몇 가지 사항을 고이원을 통해 들었고, 이야기를 마치자 방을 나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줄 알았으나 곧 성진이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고, 다름이 아닌 준우의 전화였다.
준우가 전화기를 통해 아까 고이원에게 들은 윤현식과의 작업에 대해 엄청나게 흥분하며 소리쳤다. 귀가 따가워질 정도로 소리를 내지르자 전화기를 한 15CM는 떨어트려야 듣기 편한 정도였다.

“ 응. 고마워. 고마워. 그래.. 너도 내일보자. ”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성진이는 전화를 마칠 수 있었다.
준우도 고이원도 저렇게 흥분하며 기뻐해주니 성진이도 숨을 한 번 내쉬며 기뻐하기로 맘먹었다.
걱정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겠으나 그렇다고 이런 좋은 기회를 차 버릴 정도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진이는 걱정 반 가벼움 반으로 윤현식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 으아.. 긴장된다. 후.. 그 소문의 아티스트를 실물로 보는 거잖아.. 어우 긴장돼 ”

“ 그렇게. OPO기획사 작업실에서 만나기로 한 거니까.. 왠지 더 긴장되네.”

“ 그치? 약간 잠입수사 느낌이랄까.. 차라리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났음 덜 긴장했을 텐데”

“그랬다간 난리가 날 테니까..”

준우랑 성진이는 약간의 담소를 나누며 POP기획사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모두의 이목이 모여왔고, 적응 안 되는 성진이의 얼굴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 했다. 다들 멍하니 바라보다 한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정중히 안내해 주었다.

“ 약간 기획사 분위기가 무거운 느낌이네.. 딱딱하달까. ”

준우가 조용히 속삭이며 눈치를 보았다.
눈치가 보이는 것은 성진이도 마찬가지였다.
STR기획사랑은 굉장히 다른 분위기였다.
STR은 전체적으로 밝은 노란색 분위기였다면 OPO는 차가운 남색이었다.
대화의 오고 가는 것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적적했다.

“ P작업실(Program Room_)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
직원의 말에 성진이와 준우는 P작업실로 향했고, 곧 앞에 이르렀다.
성진이가 문을 노크하자 안쪽에서 특이하고 매력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셔도 됩니다. ”

“ 안녕하세요. ”

성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윤현식으로 보이는 남자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다부진 골격, 넓은 어깨, 순한 인상으로 보여 지는 둥근 눈과 짙은 눈썹이 절묘하게 어울러졌다.
투블럭컷이 힙을 더해주었다.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멋진 남자였으나 성진이는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기분이었다.

윤현식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성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성진이는 손을 마주 잡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초면에 얼굴을 구기는 것은 예의가 없는 짓이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으나 미소를 띄웠다.

“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박성진씨 노래에 반하겠더라고요.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

“ 아닙니다. 과찬이세요. 저야말로 윤현식씨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늘 작곡하신 노래 잘 듣고 있어요. ”

“ 하하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일단 앉죠. ”
성진이가 자리에 앉자 윤현식이 그 앞에 앉았다.

“ 커피를 사왔는데 괜찮으세요? ”

“ 아, 네 ”
성진이를 향해 윤현식이 스타박스의 커피를 내밀며 건네주었다.
성진이가 받고 한 모금 마시자 쓴 맛이 혀를 찔러왔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쓰고 쓴 맛이 헛기침을 나게 했다.
준우가 윤현식을 현실로 보고 감탄하다가 성진이의 옆에 앉으려 의자를 빼자 윤현식이 눈동자를 굴려 준우를 바라보았다.

“ ..? ”

“ 앉으실 건가요? ”

“ 예? ”
윤현식의 말에 준우는 조금 당황하며 끄덕였다.

“ 저, 죄송하지만..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니.. 잠시만 나가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라 작업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좀 편하게 나누고 싶어서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
준우가 다시 의자를 넣으며 방을 나갔다.
윤현식은 감사하다며 눈꼬리를 접어 사근하게 웃었다.
준우가 나가자 윤현식을 말을 이었다.

“ 매니저 맞죠? ”

“ 네, 맞습니다. ”

“ 요즘 매니저는 다 저런가요? 아님 성격이 밝은 건가. 활기차네요. ”

“ ...감사합니다.”

성진이의 위화감은 점점 더 커져가는 느낌이었다.
윤현식의 미소가 남들에겐 부드럽고 따스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성진이 본인만큼은 저 미소가 달갑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이 왠지 자신을 향해 겨누어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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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30 23:40 | 조회 : 1,8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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