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48화

그 퀘스트 문자를 받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당황이었다.
성우들이 성진이 본인에게 결코 좋지 않은 감정들을 가진 것은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호감을 올리라는 말에 당황스러움이 적잖게 몰려왔다.

“ 히리스의 선물? ... 히리스라면... ”

‘ 사랑과 미의 여신 히리스야 ’

성진이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성진이는 깜짝 놀라 육성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이 아닌 포포였다.
포포가 무얼 그리 놀라냐는 듯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너의 ’조건‘으로 하여금 네 외모를 만들어준 애 말이야. ’

그 말에 성진이는 익숙하게 들렸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성진이가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다행히 준우는 마실 것이라도 가져오겠다며 근처 음료수 자판기를 찾으러 가서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갔는지 휑한 공기가 맴돌았다.

“ 그러면 이 퀘스트는.. ”

‘ 히리스가 준 거야. 사람들이 네게 악감정을 품는게 보여서 제 나름대로 도와주려 한 거겠지. 그 선물이 무엇일지는 몰라도 도움은 되는 선물일거야. 다만.. ’

“ 다만 ? ”

‘ 퀘스트를 거절해도 상관없어. 네게 호의적이지 않는 사람에게 네가 굳이 억지로 호감을 얻고 호의를 내주며 좋은 사람이 안 되어도 좋다는 말이야. 물론 앞으로 일하는 대에는 지장이 생길 수는 있어. ’

포포의 말이 끝나자 성진이의 앞에는 다시 한 번 알림이 떠올랐다.

☞「히리스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확실히 자신에게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호의를 내어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진이는 고민하며 미간을 좁혔다.
성진이는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호의를 내주었고, 손을 내밀었었다. 성진이가 다짐한 것 중 하나가‘ 내가 생각하기에 부끄럼 없는 삶을 사는 것’ 이었고, 그것을 다짐한 성진이는 아무리 자신이 부당하고 힘들지라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똑같이 남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행하는 것 대신에 도움과 긍정을 주었다.

물론 그만큼 힘들었고, 끝끝내 지쳐가는 것은 자신이었다.
남을 돕고 그 사람의 행동을 미워해도 그것을 결코 남에게 똑같이 행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포포는 성진이가 결정을 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성진이는 고민을 끝냈는지 손가락을 움직여 “예”를 눌렀다.
그것을 보던 포포가 입을 열었다.

‘ 괜찮아? 넌 이미 수없이 그랬잖아, ’

성진이가 퀘스트가 입력되었다는 알림을 확인하고 희미하게 입 꼬리가 올라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계속 그래왔으니까, .. 그래서 괜찮아. 호감이라도 얻어서 득이 되는 것이 2개나 있잖아? 일에도 지장이 없고, 보상도 있고 말이야. 나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지.. ”

‘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하지만 그건 알아둬, ’남에게‘ 착해지는 것도 분명히 좋고, 중요한 것 이지만 ’나에게‘ 착해지는 것도 중요하고 소중한 거야. ’

포포가 그 말을 끝으로는 일을 하러 이만 가보겠다고 하고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곧 준우가 양손에 이온음료를 들고 다가왔고 성진이는 포포의 말을 곱씹었다.
















집으로 돌아온 성진이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기억을 되새겼다.

“ ‘나에게’착해지라고??...”

‘남에게’ 배풀어라
‘남에게’ 친절해라
‘남에게’ 관대하라
‘남에게’ 감사해라
.
.
.

등... 남에게 무언가를 하라는 것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나에게’ 착해지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머리를 굴리고 굴려 생각해보아도 도통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다선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 오빠, 과일 먹어. ”

“ 아, 고마워 .. ”

다선이가 달콤하고 새콤한 청포도를 주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 오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오늘 표정이 별로네? ”

“ ..... 다선아. ‘나에게’ 착해지라는 건 무슨 말일까?”

“ 엥..? 음... 그냥..나 스스로를 너무 내치지 말라는거 아닐까? 말 그대로.. 남에게 착하게 행동하라는 것처럼 나 스스로에게 그러라는 거겠지.. 그건 왜? ”

“ 으응.. 별거는 아냐. ”

다선이가 방을 나간 뒤 성진이는 청포도 하나를 입에 넣었고
새콤하게 퍼지는 달달함에 복잡함이 누그러뜨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 착해라. 라는 말은 의문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더빙을 하는 첫 날이 다가왔고, 성진이는 녹음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 후우.. 나 까지 긴장되네, 오늘 드디어 첫 녹음이지..? ”

준우가 빠르게 호흡하며 발걸음을 조급히 움직였다.
성진이는 그 뒤를 따르며 웃었다.

“ 응, 오늘이 첫 더빙 녹음하는 날이야. ”

녹음실에 다다르고 성진이와 준우는 녹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두 어느 정도 모여 있었고, 성진이를 향한 눈들은 딱딱하게 굳어 달갑지 않아 하는 시선들이었다.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김세환이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성진이는 밝은 인상으로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다.

김세환을 제외한 성우들은 성진이의 인사에 고개를 살짝 깍딱이는 것으로 넘겼다.
성진이는 결코 퀘스트가 쉽지 않을 것이라 직감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성우 최윤진이 소곤대며 말했다.

“ 와, 당당히 한숨 쉬는 것 봐. 지가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고 남들 앞에서 땅 꺼지게 한숨 쉬어도 되는건가?..지금 우리 보고서 한숨 쉰 거 맞지? ”

바로 옆자리여서 그런지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날카로운 시선과 말투들이 성진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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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4 04:13 | 조회 : 1,826 목록
작가의 말

오늘은 좀 지루하시죠?^^~ 헣ㅎ.. (지각 죄송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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