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안 커피를 건네주는 이호원이 웃으며 말했다.
“ 커피 마실 수 있죠? ”
“ 아, 네 감사합니다. ”
성진이가 웃으며, 커피가 담겨 뜨거운 종이컵을 조심히 받았다.
성진이가 일찍 와서 이호원과 단 둘이 녹음실에 있었고, 약간의 적막감 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소리가 마치 강 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려왔다.
이호원이 커피로 몸을 녹이며 입을 떼곤 말했다.
“ 다- 봤어요. ”
“ 네? ”
“ ‘ to those who love music(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 불렀잖아요? 그거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올라오고, 방송도 몇 번 터졌다면서요? 홍보 제대로 하셨네요. ”
이호원이 호탕하게 웃으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성진이는 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웃음을 흘렸다.
“ 영어 노래를 한국 노래로 바꿔 본 것이 처음이라..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반응이 좋아서 살았어요. ”
“ 처음치곤 정말 잘 부르던데.. 어색함 없이 아주 듣기 좋더라고요.”
성진이가 적적함이 조금 사라진 공간에서 이호원과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하나 둘 작업실 안으로 몰려왔다.
경우, 세환, 윤진, 예은, 등 하나 둘씩 ‘SONG’ 더빙 멤버들이 들어왔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어느새 녹음실은 적적함 없이 가득히 메워졌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이호원이었다.
“ 오늘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노래 테스트를 좀 할게요. 더빙버전 가사도 미리 나누어드렸죠? 만일에 잘 안되면 미리 섭외를 해야 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이호원에 말에 몇몇은 조금 긴장한 눈빛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이호원이 손짓으로 성진이를 가리켰다.
“ 성진씨는 이미 한 번 제가 보기에 최고의 테드를 표현해 노래해줬으니 가장 먼저 좀 해볼까요?”
이호원의 말에 성진이를 향해 수많은 눈이 쏟아졌다.
성진이는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위 아래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실로 들어갔다.
“ 테드 입에 맞추기 보다는 그냥 음 박자에 맞추어 노래하시면 돼요. 화면에는 테드가 나올 테지만 화면 신경을 쓰다 보면 괜히 더 어려우니까요.”
“알겠습니다. ”
성진이가 마이크 앞에서 서서 조용히 집중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이들도 자연스레 집중하기 시작했다.
▷「SONG」의 테드 목소리를 분석합니다. 목소리의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보이스MAX」효과로 가창력이 상승합니다.◁
▷「노래 분위기 메이커Lv.2」로 인해 가창력이 ↑48% 상승합니다.◁
▷「기적의 탑스타 Lv.3」로 인해 가창력이 ↑50.2% 상승합니다.◁
가창력이 상승했음을 알리는 짧은 단음이 울렸고, 곧 전주가 흘러들어왔다.
성진이가 입을 떼 곱디고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성진이의 목소리가 녹음실을 가득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실까지 가득히 퍼져 울렸다.
청아하면서도 힘이 담긴 목소리가 ‘성진이의 테드’를 연상시켰다.
“ 와-.. ”
짧지만 굵은 탄식이 작게 작업실 안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다.
모두가 집중한 탓에 그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본업이 가수라는 것을 누가 의심이라도 할까 걱정해 보여주듯
성진이의 노래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했다.
단순히 노래를 할 뿐만이 아니라 감정과 연기가 담겨있어 애니메이션으로 하여금 더욱 짙은 여운을 주었다.
성진이의 노래가 다 끝나자 순간의 정적이 흘렀고, 곧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길고 큰 박수로 인해 성진이는 볼을 붉혀 머쓱하게 웃고는 녹음실을 나왔다.
성진이가 나오자 존경에 눈빛과 놀라움의 눈빛. 혹은 그 반대의 눈빛들 또한 그를 향하고 있었다.
“ 자, 모두들 잘 보셨지요? 성진씨 만큼 한다면 BEST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수를 이기기엔 어려우니까 어느 정도 어색하지 않는다면 오케이 할게요. ”
“ 네”
이호원의 말에 성우들은 끄덕였고, 차례차례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긴장한 눈치들이 서로를 주고받았고 말없이 눈짓으로만 순서가 정해졌다.
곧 차례차례 자신의 캐릭터가 부르는 노래를 녹음실에서 불러보기 시작했다.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들을 정도의 수준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성진이 다음으로 불러서 그런 것일까.. 원래 완벽한 것을 보다 좀 부족한 것을 보면 한 없이 부족해 보이는 법이다.
이호원은 탐탁지 않은 얼굴로 턱을 괴며 성우들을 바라보았다.
성우들은 눈동자를 굴리며 성진이를 흘낏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성우들은 한국의 성우 쪽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었고,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역을 맡은 것이 처음도 아니었다. 오히려 따진다면 많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우 쪽 능력도, 가수로써의 가창력도, 모든 것이 비등하고 밀리니 기분 좋은 감정이 생길 리가 없었다.
노골적이게 보이는 성진이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적적한 공간 속에서 무수히 쏟아졌다.
‘ ....다들 분위기가.. ’
성진이가 딱딱해진 분위기에 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 침을 묻혔다.
머릿속 생각이 데구르르 굴려지는 소리가 다 들릴 것만 같았다.
이호원은 곧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돌처럼 딱 붙어있던 입술을 떼었다.
“ 조금은 부족한 면이 보이지만, 보완을 좀 한다면 굳이 다른 노래 가수를 섭외할 필요가 없이 여러분들 선에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노래 부분에 대한 어시스트는 성진씨에게 받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성진씨 가능하면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 아, 네.. 저는 상관없습니다. ”
“ 그럼, 노래의 관한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은 성진씨에게 물어보시고, 이번 영화 더빙
잘 끝마치면 좋겠습니다. ”
“ 네 ”
“ 네 ”“ 네 ”
그 후로 몇 번의 더빙 테스트를 하고 나서야 서로 눈치만 보이는
시간이 끝이 났다.
다들 짐을 챙기며 하나 둘 일어났고, 평소라면 인사했을 사람들이 인사도 없이 나가기 시작했다.
“ 안녕히가세요...! ”
성진이가 나가는 성우들을 향해 얼핏 허공에 하는 듯 하는 인사를 건넸다.
돌아오는 인사는 없었지만 성진이는 그래도 꿋꿋이 인사를 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노골적이게 보이는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 아무래도, 나한테 뭔가 화나신거겠지.. ’
성진이가 착착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호원도 얼른 들어가 보라고 하자 성진이는 인사를 하곤 준우와 함께 나왔다.
“ 준우야.. 네가 보더라도 나.. 미움 사 보였지? ”
“ 말이라고? 널 아주 잡아먹을 거 같던데.. 자존심 스크래치라도 당한 거겠지 뭐”
“ .... ”
앞으로 같이 활동할 일들이 많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들어왔다.
그때 뒤에서 성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세환이었다.
‘폴’역을 맡은 세환은 43세라는 나이에 비해 독특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내었다.
인상 또한 인자하고 순해 보여 결코 무서운 인상은 아니었다.
“ 아, 무슨 일이세요? ”
성진이가 김세환을 향해 묻자 세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근한 목소리를 내었다.
“ 사실은, 노래에 대해 제가 잘 모르겠더라고요. 노래를 정말 잘 부르시니 좀 어시스트를 받고 싶어서.. 가능할까요? ”
“ 아, 네! 당연하죠. ”
“ 그럼, 제 번호를 드릴테니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알려주세요. ”
성진이와 세환은 번호를 주고받았고 세환은 가볍게 인사를 하며 몸을 돌렸다.
성진이는 모두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자, 안심하며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김세환은 아무리 자신에게 덜 부정적이라고 해도, 다른 이들은 확연히 성진이를 싫어하고 있었다.
준우는 토닥이며 위로했고, 성진이는 다시 걱정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성진이의 앞에 하나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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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경우 *** 비호감 : 48% 호감 : 11% 불확정 : 41%
김세환 *** 비호감 : 10% 호감 : 22% 불확정 : 68% 【완료】
최윤진 ***비호감 : 68% 호감 : 7% 불확정 : 25%
김예은 *** 비호감 : 29% 호감 : 9% 불확정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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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닌, 퀘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