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늘은 푸르고, 꽃은 미소를 짓는다.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후의 풍경.
이 풍경은 우리 하굣시간이면 펼쳐진다.
단지, 매일 보는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
판다 한마리가 서 있다는 것을 빼면 아주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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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 맨!"
" 아놔!!!!!!"
린이 그 판다의 존재를 알아채고 말해줬던 것은 약 5초쯤 전. 근데 이렇게 정확히 나타나다니. 대단하네.
(' 안은 텔레파시입니다.)
' 이거 대단한데.'
' 그러게 말이야'
'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난 이때쯤 나타나는 아저씨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어???? 저 아저씬데??? 그럼 지금... 역시나. 트럭 한대가 오고 있다.
' 에잇! 나와라! 에스퍼 타입 전설의 포0몬 나가몬!'
린은 아예 배경을 바꾸고 있다. 여기 '이런 영웅은 싫어' 아니었어? 언제부터 포0몬스터가 된 거지?
어, 운다 울어. 트럭운전사. 근데 저기요. 당신 지금 트럭이랑 같이 떠 있어요. 우리 나가몬이 아주 훌륭하게 띄웠어.
나가는 택시운전사에게 충고해준 뒤 두 사람을 보냈다. 우리는 킥킥대며 지켜보고 있었다.
" 브라보! 이 눈부신 초능력. 천재 에스퍼! 우리와 히어로가 되...."
" 그건 싫다니까요."
" 저기요. 우리 아무것도 안사고, 폰 새거고, 대출 안해요. 근데 왜 자꾸 와요?"
" 잡상인 아니거든요...."
린이 말하자 바로 대답해준다. 정말 대단한걸. 이 끈질김. 존경한다. 판다인간이여.
" 그러지 말고 같이 해요~ 왜 무작정 싫다고만 해요?!"
""" 왜 무작정 강요만 하시나요?"""
우리 셋이 다같이 말했다. 솔직히 나가 때문에 우리한테도 제의 엄청 들어와서 수업시간도 힘들고 하교시간도 늦어졌다고.
" 뭐가 그렇게 맘에 안들어요? 얼마나 보람찬 일인데! 좀더 생각을...."
" 그러니까, "
"""보람만 느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우리 셋은 서로 쳐다봤다. 역시 며칠간 같이 시달리다 보니 통하나 보다.
" 물론 착한 일하면 뿌듯하고 좋죠."
" 그쵸?! 그렇죠? 그러니까..."
" 그래도 히어로가 되기는 싫어요!"
오 재미나다. 이 싸움 볼만해.
" 몸바쳐 지구 구하면 누가 알아주나요? 봉사 시간은 줘요?"
" 24시간 악당 찾아 뛰댕기려면 변변한 직업도 못 구하겠고. 히어로라고 말할 수도 없으니 가족들은 날 백수로만 알테고."
" 정체는 부모님한테도 비밀. 초능력은 착한 일 할때만 써야하고..."
나가와 나, 린이 차례대로 말했다. 귀능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 전 지금도 충분히 알차게 쓰고 있어요!"
진짜? 눈꺼풀 위로 투시연습한다고 수업시간에 조는 거랑 텔레포트로 통학하는 거랑 염력으로 빽빽이쓰는게? 알차게 쓰긴 했네. 전국 학생들의 꿈이야.
"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도와줘야죠. 하지만 그건 히어로가 아닌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건 맞지. 근데 어차피 네 문장이면 혹할 텐데....
"그런데 히어로가 되면 분명 하드코어한 봉사 때문에 제가 어려운 사람이 되버릴 거예요."
맞아. 물론 어려운 사람 돕겠다고 나섰다가 날 도와주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곤란하지.
"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보람이 아니에요!"
" 여기 있었구만"
앗! 뒤에 최종보스 떳다! 사기캐 주인공 때릴 수 있는 3명 중 하나! (2명은 당연히 부모님)
" 늙어서 파지 줍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이지. 그런 까다롭고 입시엔 하등 도움도 안 되고 수입도 없는 일은..."
" 아, 그거 말인데, 우리 공무원이거든? 봉사활동 3천 시간 주마. 특별 전형 넣어 줄게. 물론 월급도 나옴"
" 제 천직으로 삼겠습니다!"
" 봤냐? 설득은 이렇게 하는 거야."
' 매수겠지...'
' 그러게...'
하하. 드디어 사기캐 주인공이 진로를 결정했군. 우리도 빨리 포기하고 히어로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