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하윤이 눈을 비비자, 진혁이 커다란 손을 들어 그가 넘어지지 않게 도와주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 졸린지 하윤은 초점 안맞는 눈을 껌벅였다.

"졸려?"

"으응..... 아까 좀 더 자둘껄..."

"왜 깨어있었어?"

"그.... 퍼스트 클래스는 신기했단 말이야."

하윤의 대답은 간단하고도 귀여웠다. 진혁이 뒤통수을 받쳐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하윤은 기분좋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원하던 유럽의 이탈리아에 도달했는데, 하윤은 주변 환경과 경치를 둘러보기는 무슨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그래도 정신 좀 차려보겠다고 눈을 계속 깜박이고 머리를 작게 흔들었지만, 진혁의 다정한 손길에 더 깊고 달콤한 졸음 속으로 빠졌다.

"호텔 가서 잘거야?"

"응. 아마....."

"가자마자 잘 건 아니지?"

"왜?"

하윤이 진혁과 눈을 마주쳤다. 왠지 모르게 빛나는 진혁의 눈은 다정했지만 흉흉하고 위험해 보였다. 하윤이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설마, 첫날부터 하려고?"

"난 오늘 너 재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싫어?"

하윤은 대답없이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확실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하윤도 싫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호텔은 하윤의 작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도록 컸다. 웅장한 호텔의 모습에, 하윤은 침이 꼴깍 넘어가며 비몽사몽했던 정신상태가 깨는 것을 느꼈다.

"유럽 호텔은 다 이렇게 커?"

"다는 아니고. 이건 제외."

"아아..."

하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혁의 손목을 작은 손으로 꼭 쥐었다. 솰라솰라 영어는 아닌 듯한 말을 꺼내는 외국인들이 가득한 복도를 지나, 고급진 카페트가 줄줄이 이어지는 너비 넓은 복도를 지났다.

찰랑거리는 치마를 입은 예쁜 여직원이 진혁과 하윤에게 카드열쇠를 쥐어주며 행복한 시간 보내라고 서툰 한국말로 말하였다. 하윤은 여직원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기다란 복도 끝에는 달랑 문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는 길에도 문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되게 이상한 구조네. 여기 말고 다른 방들은 다른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야 하는 건가?"

하윤의 말에 진혁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난 후에 진혁의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혁은 하윤에게 노골적으로 귀엽다는 미소를 보내며 대답해주었다.

"여기 층에는 다른 방이 없어. 이 방 하나밖에 없지."

"무슨 소리야?"

"우리가 호텔 유일한 특급 VVIP실을 쓰는 거니까."

"에....."

하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진혁은 미소를 유지한 채로 방 문을 열었다.

멍하니 서있는 하윤의 등을 문 안으로 떠밀며, 진혁은 다시금 웃었다.

"마, 말도 안돼..... 그게 가능해?"

"그것보다 더한 것도 가능해, 하윤아. 네가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해줄 자신 있어."

진혁의 말에 하윤은 조금의 부담감을 느끼며 손을 양쪽으로 휘저었다. 이 호텔이 HM그룹 소유라 특급 VVIP을 얻는 것은 땅에 동전줍기 수준이었지만, 다른 호텔이라 해서 진혁에게 어려울 것이 있지도 않았다.

하윤이 진혁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을 때, 그의 손이 하윤의 턱을 살짝 잡았다. 하윤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진혁은 귀까지 입꼬리를 매끄럽게 올렸다.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네 잠이 깨어서."

"너어....."

진혁이 날카롭고도 위선적이 눈빛을 가득히 보내며 슬슬 페로몬을 풀었다. 재림이 때문에 진혁의 페로몬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었다. 진혁이 페로몬을 내뿜으며 하윤을 향해 다가왔다. 커다란 걸음 보폭에 하윤이 당황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진혁은 하윤이 알아서 침실로 들어갈 수 있게 유도하였다. 이미 페로몬에 휩싸여 하윤은 헥헥거리며 더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진혁이 하윤의 어깨를 잡고 침대 위로 툭 치자, 바들거리는 하윤의 몸이 침대 위로 풀썩 떨어졌다. 진혁은 벌게진 하윤의 양 뺨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하윤은 애가 탔지만, 손 하나 꿈적하지 못하고 그의 담백한 버드키스를 받았다.

진혁은 하윤의 겉옷을 차례로 벗겨내렸다. 티셔츠를 벗기자, 새하얀 맨몸이 곧이어 내려질 흥분감에 움찔거리고 있었다. 진혁은 그에 자극을 받아, 페로몬을 좀 더 풀었다. 하윤이 감당 안된다는 표정을 짓자, 진혁이 푸흣- 웃으며 하윤의 바지를 잡아내렸다.

바지는 술술 내려갔지만, 얇은 드로즈는 잘 벗겨지지 않았다.

"벌써 젖은거야?"

"아아.... 그런 소리 하지마."

하윤이 부끄럼에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양뺨과 귀가 끝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하윤의 드로즈가 그제서야 허벅다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오메가로써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지, 조금 젖어있는 상태였다.

"알았어. 알았어. 그런 말 안할게. 나랑 눈 마주쳐줘."

"싫어...."

"왜?"

"그...... 그냥."

하윤이 눈을 가린 채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부끄러워?"

진혁의 말에 하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걸 어쩌지? 난 네 모습 하나하나 보고싶은데. 네 흩트러진 눈이며, 흥분에 빠진 얼굴을 본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그, 그런말 하지 말라고...."

"보여줘. 네 얼굴. 안보여주면, 소유욕 느껴서 내마음대로 안아버릴 지도 몰라."

하윤이 진혁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한 쪽 손을 내렸다. 진혁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머지 한쪽 손도 거두어갔다. 질끈 감은 눈을 뜨자, 진혁의 욕망에 적셔져 번들거리는 눈이 보였다.

진혁은 자신도 겉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가슴골부터 다부진 어깨까지 잘 짜여진 근육들이 그날따라 화난 듯 불끈거렸다. 하윤은 얼굴이 절로 홧홧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진혁, 그가 바지를 벗었을 때는 침을 꼴깍 삼키기도 했다.

"흥분 돼?"

"........"

"너만 그런거 아니야. 나도 그래."

"사실 조금 떨리긴 해."

하윤의 솔직한 대답에 진혁은 웃으며 속옷을 마저 벗었다. 흉흉하게 일어선 그의 것이 번들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크기에 하윤은 흡- 하고 숨을 들기키는 소리를 내며 다리를 떨었다.

"너도 나도, 오랫동안 관계하지 못해서 그래. 쌓인 것도 많고 욕구도 높아졌을 거야."

진혁이 다정하게 말하며 하윤의 어깨를 눌렀다. 그대로 침대의 푹신한 면에 뒤통수를 맡긴 하윤이 작게 떨었다. 진혁의 페로몬에 온 몸이 예민해져,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침대시트의 느낌에도 떨렸다.

하윤이 쾌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안 진혁이 싱긋 웃었다. 하윤의 몸 위로 올라탄 다부진 몸이 관계의 시작종을 치는 듯 했다. 그의 미소는 아름답다 못해 관능적이어서 하윤의 숨겨진 성적 감각을 자극했다.

"으읏....흡..."

진혁은 하윤의 것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쌓인 것이 있었는지, 작은 손길에도 금방 세워졌다.

"아아... 흡....윽...혁아.."

하윤이 진혁의 어깨를 붙잡으며 몸을 움찔거렸다. 자꾸만 튕기는 몸이 주체하지 못하고 들떴다.

"으으...흐, 흐으.."

하윤은 손가락 끝과 마디마디가 저릿해지며 아찔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진혁의 입술이 하윤의 입술과 맞물렸다. 농락하듯이 하윤의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고 치열을 긴 혀로 진득하게 훑는다. 혀 아래의 아찔한 부분을 깊게 찌르며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기도 한다.

"읍....흐읍...으응, 응.."

하윤이 막혀진 비음을 내지르다, 참지 못하고 부르르 떨며 울컥 울컥 흰 액을 내뱉었다.

"흡! 으읍! 으....으응..."

"좋아?"

"으으...흐으...응..."

하윤이 부끄럼에 고개를 돌리고 헥헥거렸다. 하윤의 마른 가슴이 위 아래로 오르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혁이 하윤의 가슴골로 머리를 내렸다. 진혁의 앞머리가 하윤의 가슴가에 닿으며 간지럽혔다.

"으...으...."

하윤의 울먹거림이 섞인 신음소리에 진혁은 하윤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머리카락을 평소처럼 더듬으며 쓰다듬어주니, 하윤의 불규칙했던 숨소리가 낮게 잦아들었다. 진혁은 하윤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모기에게 물린 듯, 그의 가슴이 아주 조금 솟아있었다. 그 가운데론 연한 앵두같이 분홍색의 유륜이 열매맿듯 자리잡고 있었다. 진혁은 그 달콤함을 느끼듯 혀로 겉을 한번 쓸어내렸다.

"으핫-.... 느, 느낌 이상해."

"괜찮아. 참아봐. 분명 기분 좋을 거야."

유혹하듯 다정다감하고 낮은 목소리가 하윤의 불안감을 낮추었다. 그가 하윤의 유두를 머금자, 하윤이 놀란 듯 어깨와 허리를 튕겼다.

"하앗... 읏, 으아... 그, 그만... 히익..."

진혁은 이를 세워 분홍열매를 작게 깨물었다. 아프진 않았을 테지만, 하윤은 물 밀듯 몰려오는 쾌감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유없이 벌어진 하윤의 입술을 타고 타액이 줄줄이 흘렀다.

결국 하윤은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를 잡고 밀어내었다. 진혁이 물던 것을 놓고 순순히 물러나자, 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헉헉거렸다.

"싫어?"

"그.... 느낌 이상해..."

싫지는 않다는 말이다. 진혁은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느낌이 이상한 것은 네가 슬슬 익숙해지면 되니까, 괜찮아."

"으으.... 뭐에 익숙해진다는 거야..."

하윤이 몸을 베베꼬며 다시 물러났다. 뒷걸음을 쳐봤자, 넓고 푹신한 침대 위였지만.

진혁은 하윤의 양 발목을 쥐고 다시 아래로 끌어내렸다. 하윤이 힘없이 끌려오며 진혁의 단단한 품속으로 안겼다.

"그.... 준비는 했지?"

"응."

진혁이 하윤을 끌어안은 채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콘돔과 젤의 껍질을 벗겼다.

이제와서 둘째를 만드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임을 알기에 두 사람은 피임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윤이 허락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혁이 단단하게 붙잡았던 하윤을 풀어주었다.

하윤은 다리 사이로 문질러지는 거대한 그의 것을 느끼며 얼굴을 붉혔다.

"눈 마주해 달라니까."

"이이......."

"하윤아."

"아, 알았어. 알았어."

하윤이 눈을 뜨자, 다시 진혁의 눈빛과 마주할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제 아래를 뚫고 쑤실 것만 같은 커다란 그의 것과 그 위를 뒤덮은 단단한 근육질, 그리고 그의 턱을 타고 흐르는 땀 한 방울이 차례로 보였다.

"사, 살살해줘..."

"응. 그럴거야."

진혁의 말에 하윤은 조금 불안감을 느꼈다.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하윤은 진혁의 목을 제 팔로 휘감았다.

불안한 머릿속과는 다르게 몸은 이미 흥분과 기대감으로 벌떡 벌떡 들뜨고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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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5-19 22:32 | 조회 : 3,624 목록
작가의 말
새벽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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