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모비딕같은 대형 조직에는 수 많은 조직원들이 있으니까 아직 걸음마 수준의 우리 흑수가 덤빈다면 승산이 없거든."

티치에게 맞아 욱씬거리던 몸이 조금은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티치는 여전히 걸었고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듯이 굴었다.

"그러다 발견한거야! 너를 말이야! 제하하하!"

"...나?"

"그래. 에이스, 너. 모비딕의 조직원들의 구심점은 아버지이지만 실질적인 경영과 관리를 하고있는건 부회장인 마르코지. 마르코 역시 조직내에서 입지가 단단하고 조직원들에게 두루 신뢰받고있어. 그런 녀석을 제거한다면 결국 모비딕은 무너지겠지. 마르코를 잡기위한 미끼가 바로 너야, 에이스!"

"말도 안돼. 삿치를 죽이고 내가 여기까지 널 쫓아오게 만든것도, 조직에서 나와 친하게 지냈던것도, 모두 마르코를 유인하기 위해서였단 말이야?"

"그래. 빈틈없이 냉정하고 견고하던 마르코에게 생긴 유일한 약점이 바로 너야. 마르코는 네가 조직에 들어온 이후 변했어. 겉으로 보이는건 어떨지 몰라도 네가 녀석을 흔들어놓았지. 그중 네가 없어지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게 가장 큰 실수였겠지. 그때 확신했어. 에이스 너라고!"

뜨겁게 끓었던 몸이 순식간에 차게 식어갔다. 고른 숨을 내쉴만큼 안정되었던 상태에서 다시 가쁜 숨이 내쉬어졌다.

'내가... 마르코도... 아버지도... 동료들도...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 이유였어? 힘이되고 도움이 되고싶었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거야. 내가 마르코의 약점이 되서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거야... 아, 마르코!'

"고마워 에이스. 덕분에 일이 수월히 풀리고있어."

티치가 옆에 서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하자 남자가 그에게 칼을 건냈다. 반짝이는 칼날에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안돼!"

"쉬- 에이스. 마르코가 올때까지 예쁘게 있어야지? 그 녀석이 도착하기전에 네가 죽어버리면 안되잖아? 큭큭크"

*

늦은 시간이라 왕복 8차선 도로도 한적했다.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30분정도가 흘렀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고층빌딩이 어둠에 녹아 거대하게 보였다. 예상하지 못 했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삿치가 죽고, 에이스가 떠나고, 티치가 흑수와 연관이 있고, 갑작스레 에이스가 티치를 만났다.

모든 일들이 준비되지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속수무책으로 발생하는 사건들 속에서 휩쓸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적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최악인 점이었다. 잠시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 일렁이며 쏫아오르려했다. 밖은 여전히 어둠 속에 움직임 없이 무서우리만치 고요했다.

지잉- 지잉-

더 깊이 생각에 빠지기 전 왼쪽 안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죠즈'. 그가 부디 희망적인 단서를 찾았길 바라며 전화를 받았다.

"어, 죠즈."

"마르코, 찾았어. 근데.. 그게 좀 마음에 걸려."

"무슨 말이야? 찾았는데 마음에 걸린다니?"

"마치 쫓아오란듯이 정보를 내놓고있어. 에이스를 처음 찾을때만해도 안 나왔던 정보들이 갑자기 너무 명확한 답을 내놨어."

"함정이라는거야?"

"내 생각에는 그래."

'그렇다면 이건 에이스를 이용한 티치의 작전인가. 아마 날 노리는 것일테지.'

그렇다면 괜찮았다. 적어도 내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때까지는 에이스에게 어떤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디야?"

"..."

"죠즈."

"하, 마르코. 에이스도 우리에게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지만 너는 그 의미와 무게가 달라. 널 위험에 빠뜨릴수는 없어."

"말 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낼수있다는건 알고있잖아."

"침착해. 현명하게 방법을 찾아야해. 감정적으로 앞서나가면 안된다고."

"알고있어. 알겠으니까 에이스 어디있는지 말 해."

"...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

핸드폰이 아래로 떨어졌다. 가볍게 떨어진 폰이 툭하며 소리가 났다. 시선이 창밖으로 향하고 어느새 짙은 보라빛이 감도는 푸른빛이 지평선 부근에서부터 밝아왔다. 발 아래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손은 이미 손잡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

"크읏!"

'갈비뼈가 나갔는지 옆구리의 통증이 계속되고 움직임이 느려졌어. 어서 끝내야 하는데.'

비틀거리며 왼손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잡았다. 입주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눈주변은 멍이 들었는지 욱씬거렸다. 다리는 절뚝이며 간신히 서있을 수 있는 상태였다. 나의 이런 상태와 대조적이게 티치는 너무나 말끔했다. 숨이 찬 기색 조차 없었다.

"에이스, 얌전히 있으면 그렇게는 안 됐을텐데 왜 그렇게 덤벼드는거야?"

"닥쳐. 퉷. 하아"

"이미 네 몸은 한계야. 제대로 서있지도 못 하잖아. 마르코가 올때까지 나랑 이야기나 하면서 있자고?"

이제는 저녀석이 하는 말 조차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까 왼쪽 얼굴을 맞을 때 귀에 문제가 생겼나보군.'

"그런데 생각보다 마르코의 등장이 좀 늦는데? 너를 미끼로 쓰면 당장에 달려들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랬다면 네 몸도 얼굴도 지금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텐데. 예상 밖이야. 제하하하"

"하아, 마르코는 이런 시시한 장난에 걸려들만큼 멍청이가 아니야. 나 때문에 모든걸 위험에 빠지게 만들 사람이 아니야."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에이스 네가 조금 안타깝게 되겠어. 그래도 명색이 연인인데 말이야. 마르코가 안 오면 네가 죽을 거야."

"후훗 알고있다."

"제하하하하 우리도 여기 이렇게 오래있으면 위험하니.. 그럼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해볼까?"

숫자를 세는 티치의 목소리가 텅빈 건물에 울리고 점점 숨소리는 커칠어져갔다. 여전히 기분나쁘게 하얀 조명이 머리 위에 있었고 깨끗하던 바닥은 군데군데 핏덩어리와 그를 밟고 다녔던 발자국들이 생겨 얼룩져있었다. 창문 밖으로 어둠이 걷히는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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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28 19:43 | 조회 : 1,371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그냥 녹았어요.. 너무 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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