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티치, 오랜만이야."

밖은 완전히 어둠이 깔렸지만 이곳은 수 많은 전구가 빛을 발하며 눈이 아프게 밝았다. 특히 그 밝은 빛을 반사시키는 바닥때문에 밝기는 거슬리는 수준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살길래 돈 욕심도 없고 자리 욕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번듯한 빌딩에 사장이라. 돈 욕심도 있고 자리 욕심도 있었네."

"에이스, 네가 올거라는건 알고있었어. 네 성격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있으니까. 여기 어때? 모비딕보다 좋지않아? 제하하하"

타각이는 바닥을 몇번 발로 톡톡 치며 티치의 말을 들었다. 그의 주변에는 사디를 제외한 몇명의 인물들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와 티치 사이에 관여할 것 같지않았다.

"일부러 날 불렀다는 말인가? 여긴 너무 거슬리는게 많아서 별로군."

"너의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지. 나와 손잡지 않겠어? '아버지'라 불리는 그 영감도 이제 끝났어. 난 새로운 시대를 열거야. 기다리던 때가 다가오고 있어."

"그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삿치는 왜 죽인거지? 그냥 조직을 나가도 됐을텐데?"

티치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그 표정도 얼굴도 잘 다져진 몸도 모든 것이 거슬렸다.

"아, 삿치. 내가 모비딕에 있었던 이유. 내가 그 오랜 시간을 모비딕에서 숨죽이고 있었던건 바로 그 순간을 위해서였지. 삿치가 관리하던 조선업체 인수건. 지금이야 경제위축으로 조선업이 불황이지만 경제는 곧 다시 살아날거고 난 그 흐름에 탈 제대로된 조선업체가 필요했지. 그걸 바탕으로 모비딕을 격침시키고 경제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기업으로 단기간에 성장시키는것이 나의 목표지."

"그렇게 해서 얻는게 뭐지?"

"뭐긴, 돈이지. 이 세상은 돈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 돈이 있으면 난 법을 몰라도 법을 이용할 수 있고, 정치를 안 해도 정계에 힘을 쓸 수가 있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미래를 꿈꾸는 것에 비해 아버지는 너무 고리타분하지. 제하하하. 힘을 기반으로 만든 기업인 모비딕인 주제에 그 힘을 과시하거나 이용하지않아. 더 이상의 꿈도 없지. 그런 기업은 어차피 죽은 거업이야."

"아버지가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가던 우리는 따를뿐이야. 설사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않더라도 그건 내부에서 회의와 토론을 거쳐 새로 방향을 잡아나가야하는 것이지 동료를 배신하고 아버지에게 비수를 꽂아가며 할 짓이 아니야. 티치 너에게 수년을 함께한 모비딕의 동료들과 아버지가 그냥 도구에 불과했구나. 처음부터 동료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야."

"제하하하 그래 맞아. 동료? 그런게 뭐가 중요하지? 모비딕과 아버지는 내 꿈을 이루게 해줄 하나의 도구였어. 내가 모비딕에 있으며 모은 자료와 정보로 이미 어느정도 기반이 잡혔어. 이제 나에겐 힘과 돈이 있어! 그런데 부족한거라면 사람이야. 에이스, 나와 함께 하자."

"에이스, 아버지는 우리가 평범한 기업이 되길 바라셔. 주먹을 쓰며 피를 보는 일이 아니라 종이를 만지며 말로써 상대를 설득하는 일을 하길 말이지. 힘으로 만든 회사인 주제에 아버지는 독특한 꿈을 꾸시지?"

"그러게. 보통은 그런 생각을 안 하잖아. 어째서 그런걸 원하시는거야?"

"음.. 우리가 밝은 곳에서 제대로 자리잡길 원하시는거야. 태양 아래 당당하게 서서 걷길말이야. 그래서 난 이번 조선사업을 제대로 성공시켜야해. 이게 우릴 태양 아래 설수있도록 해줄태니까."

"그럼 당분간은 또 야근이겠네."

"그렇겠네. 그러니까 지금 많이 안아둬야지."

"아! 저리가! 간지러워! 큭큭큭"

깜빡

잠시 떠올랐던 기억이 다시 파도에 쓸려 사라졌다. 눈 앞의 티치가 현실로 빠르게 끌어당겼다.

"거절하지. 너 따위와 손을 잡겠다고 이곳에 온게 아니야."

"에이스, 어차피 모비딕은 침몰할거야. 아버지는 늙고 병들었어. 조선업체를 인수해도 제대로된 구심점이 없어진 조직은 와해되게 되있어. 조선업체를 인수할 수도없겠지만."

"그건 무슨 말이지?"

"모비딕에서 인수하려는 업체는 우리 흑수가 인수할 생각이거든. 삿치를 죽이고 자금까지 함께 빼올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건 실패했지만 지금부터 모비딕 머리를 칠거니 이젠 상관 없어졌지."

"내가 그걸 보고만 있을것 같아?"

"아니, 하지만 넌 날 못 이겨."

*

쾅!

"젠장! 빨리 알아봐!"

도착한 항구 컨테이너는 어둠과 파도소리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킨듯 고요했다. 굳게 닫힌 문틈으로는 빛줄기 조차 세어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그 옆에 붙었으나 들리는 것은 여전히 거친 파도소리뿐이었다. 컨테이너의 안쪽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않았다.

'설마!'

아주 작게 존재하던 검은 점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 존재가 불안하게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말릴 틈도 없이 열어 졎쳐진 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암흑뿐이었다.

철재 컨테이너의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당장 에이스와 티치의 위치를 알아내야했다. 티치의 함정에 보기좋게 걸려든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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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17 23:06 | 조회 : 1,442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어쩌다 60화를 찍었네요? 분명 50화에 끝내자 했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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