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도착한 곳은 도심의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가로등이 깜빡이다 이내 꺼져버렸지만 주변에 위협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오토바이를 적당한 곳에 두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 우리 구면이지?"

초인종을 누르자 여자는 확인도 없이 문을 열었다. 덕분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짙은 분홍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조금 비틀리는듯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여자의 긴 앞머리가 눈을 가려 정확히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밝은 오렌지색의 굽슬거리는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흐응~ 귀염둥이가 왔네? 내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할때는 안 오더니 오늘은 어떻게 왔을까?"

"나도 후회하고 있어. 널 진작 만났어야했는데 이제야 만났네. 그래도 네가 생각보다 빨리 전화를 줘서 다행이었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지겨워서 다른 일을 할 뻔했거든."

현관 문이 닫히고 조금씩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는 내 보폭에 맞춰 뒷걸음질치며 물러섰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일정한 간격이 유지됐다.

"흐응~ 그래서 용건이 뭐야? 나한테 혼나고 싶어서 온걸까?"

"그건 당신 바람이고! 티치. 그 녀석은 어디있지?"

"흐음~"

여자가 등을 돌리더니 작게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순순히 따라주면 편하겠지만 여자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마도 환영인사를 해줄 모양이었다.

"이런!"

급하게 여자를 돌려세우자 그녀의 손에 쥐여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놓인 핸드폰 화면에는 이미 전송이 완료된 메시지가 떠있었다.

"어머~ 내가 손님을 좀 초대했는데 괜찮겠지? 어디 한번 잘 놀아보자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빠르게 수신인을 확인해보니 티치였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원하던 만남이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이 아니기에 갑작스러울뿐이었다. 고개를 들자 여자는 여유를 찾고 와인잔에 붉은 와인을 따르고있었다. 마치 축배라도 드는듯이.

"자기도 한잔할래?"

여자가 손에 쥔 잔을 까딱거리며 다가왔다. 잔에 담긴 와인이 출렁거렸다.

"조금있다 축배로 마시게 지금은 사양하지. 어디로 갈까?"

*

"마르코!"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특별히 빨리 처리해야할 일도 밀린 일도 없었지만 차가운 침대와 불꺼진 집보다는 이곳에 있는게 편했기때문이었다. 노크도 없이 열어졌혀진 문이 벽에 닿으며 굉음을 냈다. 육중한 덩치의 죠즈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마르코, 에이스가 티치를 만날 모양이야!"

"뭐?"

에이스에 대한 마지막 보고의 내용은 사디라는 여자가 이용한다는 콜업소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특이한 보고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티치를 만난다고?'

"어떻게?"

쥐고있던 서류가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메고있던 넥타이는 목을 죄여오는 느낌에 풀어버렸다. 티치는 위험했다. 티치에 대한 추가 조사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이 그의 위험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그는 자신을 숨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녀석이 꾸며낸 실력밖에 알지못했다. 단 한 건, 사치 사건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상대를 상대함에 있어 적어도 에이스 혼자 만나도록 둬서는 안됐다. 그는 에이스의 곁을 맴돌며 녀석의 성격과 행동을 파악했다. 에이스가 자신을 쫓을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번 만남도 티치의 덫일 수도 있었다.

"장소는?"

서둘러 막야했다. 조급함에 죠즈를 지나 먼저 복도로 발을 딛였다. 늘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는 대리석 바닥이 오늘따라 거슬렸다.

"항구쪽 창고로 쓰이는 컨테이너야. 확인된건 에이스와 사디, 그동안 다른 영역에서 이름을 떨쳤던 몇몇이야. 그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인물이 시류."

"시류? 그 자식이 거기 있다고?"

"그래. 믿기지않지만 그래. 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사이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밝은 소리를 냈다. 문이 열리고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때 이 경치를 보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따위어 빠져있을 수없었다.

"우리쪽 정보원 모두 풀어서 어떻게 된건지 알아봐. 우리 목표는 에이스와 티치를 잡는 것. 에이스는 무사히 돌려받아야하고 티치는 죽어도 상관없어. 그쪽에서 우리가 움직인다는걸 눈치챌 수도있으니 접선장소 50미터 내에는 나를 포함 몇 명만 대기하고 뒤에 애들을 더 배치해."

로비에는 이미 자동차가 준비되어있었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차는 신호를 무시한채 달리고 있었지만 최고급 엔진과 시트 덕에 소음과 움직임이 없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속 아주 작은 점이되어 거슬리는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좋았다. 다물린 턱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도 모르게 으득이며 이가 갈렸다.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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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16 20:51 | 조회 : 1,549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분량이 줄어든것 같은건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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