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으으~ 다 봤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벌써 11시가 되어가고있었다.

"오늘은 좀 일찍 끝났네."

"어. 마르코 덕분이야. 마르코가 없었으면 오늘도 새벽에 들어갔을거야."

"내가 좀 유능하지."

"그래. 우리 부회장님이 좀 유능하시지. 하하하"

"푸하하하하 자, 집에 가자."

마르코가 서류를 정리하고 일어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정리하고 내려와. 먼저가서 차 가져올게."

"알았어."

'어쩐일로 이게 끝이지?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놓고.. 오늘은 둘만 있는데도 너무 담백하잖아! 마지막으로 같이 잔지도 벌써 2주가 다 되가는데 왜 이거밖에 안 하는거야?'

<2주 전>

현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마르코의 키스가 시작되었다. 그는 빠르고 능숙한 손짓으로 몸을 더듬었고 자연스럽게 침대로 이끌었다. 전보다 여유가 없는 듯이 느껴졌지만 그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나를 만졌다.

"읏, 하앗-"

마르코의 손길에 빠른 속도로 파정하고 힘 없이 쓰러져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오랜만이라 그런가 빠르네."

"음.. 마르코.."

"하아- 에이스, 자는거야? 어?"

"아니야.. 안 자.."

"나 좀 봐- 응? 에이스-"

마르코가 입을 맞춰오며 몸을 움직였다.

"흐응.. 마르코.. 피곤해.. 잠 와.."

피로에 찌든 몸에 파정 후의 나른함이 겹쳐 만들어진 잠이 결국 마르코의 애무를 이겨버린 날이었다.

"혹시 그날 일로 삐졌나?"

딱히 집히는 이유가 없자 마르코의 행동에 대해 의문만 더해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로비에 들어서자 투명한 유리문 밖으로 그의 멋없는 차가 보였다.

"오래기다렸어?"

"아니, 오랜만에 퇴근하는거 기다리는것도 즐거웠어."

"하여간 정말 오글거리는 말도 아무렇지않게 잘 해."

"그것도 내가 잘 하는것 중에 하나지. 그래서 싫어?"

"몰라. 어서 집에 가자.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는데 이러다간 똑같겠어."

"알았어. 어서 가자."

'오늘 하려나? 같이 퇴근하고 오랜만에 일찍 들어가기도 하니까.. 아마 집에 들어가면 하겠지?'

"에이스 씻어."

"어.."

예상과는 달리 마르코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가 지난번처럼 현관에서부터 달려들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차가운 물이 몸을 적시며 하루동안 흘렸던 땀때문에 생긴 찝찝함을 씻어냈지만 머리속은 여전했다.

마르코는 침대에 기대어 책을 보고있었다. 그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책을 덮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마르코가 가볍게 굿나잇 키스를 하고 스텐드의 불을 껐다.

'응?'

깜깜해진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응?'

조심스레 옆을 보자 마르코는 이미 잠든것 같았다.

'이건 뭐지..?! 이 답답하고 찝찝한 느낌은 뭐냐고!'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는 제법 일이 손에 익었고 직급에 맞는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있었다. 간부회의도 잘 치루었으며 담당 부하들과 친목도 쌓아가 순조로웠다.

"하아.."

'이래선 내가 욕구불만.. 이완이 준 책 덕분에 겨우 알게됐는데..'

"에이스, 오늘 회식하려는데 같이 갈거지?"

"회식?"

"어. 오랜만에 단체 회식이라 좋은 거 먹을것 같은데 너도 가자. 요즘 일 배우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잖아."

"아아.. 다른 간부들도 참석해?"

"글쎄.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럼 난 집에 가서 쉴래."

"제하하하 하긴 너도 피곤할테니 일찍 들어가서 쉬는것도 좋지. 알았어. 그럼 애들 관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

"부탁 좀 할게."

티치와의 이야기 후 한참동안을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잠시후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진동하며 움직였다.

"마르코?"

"설마 오늘도 회식 간건 아니지?"

"오늘은 안 갔어. 사무실이야."

"그래? 잘 했네. 내려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하자."

'데이트'

"알았어. 내려갈게."

액정에 표시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않았다.

"어디가고싶은 곳 있어?"

"특별히 없어. 그냥 맛있는거면 다 좋아."

"스테이크 먹으러갈까? 가볍게 와인도 한 잔하고."

"좋아."

좋은 분위기였다. 꽤 비싸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꽤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적당히 오른 취기가 기분 좋았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마르코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대리운전을 맡기고 같이 뒷자석에 앉아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는 것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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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14 07:52 | 조회 : 1,505 목록
작가의 말
하루, 날

에이스 머리 속에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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