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연성 돌리다 나온거

째깍,째깍,일정한 간격으로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있는 내 귓속으로 들어와 그 소리를 유지하고 있을 무렵이였다.

'지금은 몇 시지,그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거려나'

이런 생각도 잠시,날짜를 새지않기 시작한 날이 떠오르지않아,이미 몇 년이 지났을거란 생각이 들어,그게 사실 맞는 얘길지도 모른다는 바보같은 얘기를,누군가와 나누고있었다.

[-있잖아,너 괜찮은거야?]

시곗소리를 대신해 귓가에 스친 이 말 하나가 무엇을 건드려 버린건지,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하...당연하지...난 괜찮아....아냐..아닌가...? 나도잘모르겠어...''

횡설수설하며 답하는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지,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대체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건지,나도 모른다. ...이래서야 미친 사람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저기..나말이지..그 분이 보고싶어,날 구해주고 날 지켜준,그 사람 말이야. ...나는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은거야?]

그 분에 대한 얘기는,정신을 놓고있던 날 침대에서 엄청난 속도로 일으켜세웠다.

'어째서 그 분의 얘기가 나온거야. 너는 누구야,어째서 이 곳에 있는거야? 너의 목소린 어째서 내 목소리인거고? 어째서야? 어째서? 대답해!!!'

...목끝까지 차올랐던 감정을 추스르고,대답했다.

''....모르겠어...''

[...흐응...그런거구나....]

그 사람은,예상했던 대답이였는지,별 기대를 안했던건지,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그 사람은 다시 입을땠다.

[근데 그렇게 말한것치고는 말이야...]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생각했을땐 이미-

[울고있다니,이거 완전 언행불일치 아니야?]

그 사람은 이미 내 앞에 온 상황이였다.

[안녕-,'나'?]

울고있는 내 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그 사람의 얼굴은,거울을 보고있든듯이 나와 닮았고,목소리역시 다를바가 없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감정이 들지않는,나는 그런 상태라는걸 그 사람...아니,'나'역시 눈치챈듯 했다.

[..시간선이 섞였어,'나'도 눈치는 채고 있었을거라...생각해]

원래도 무거웠던 분위기가 한층 더 가라앉아,모든게 붕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 무렵,시계 소리는 그 분위기를 타고 갈 수록 더욱 시끄럽게 내 고막을 찔러댔다. 째깍,째깍,째깍....언제나 거슬리는 소리다.

''...그랬던건가..것보다 눈치라니...나 그렇게 대단한 놈도 아닌데 말이지''

거짓말이다. 시간을 관리하던 그 분이 돌아가셨다,당연히 영향을 미칠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눈앞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몰라,그렇다는건 눈앞의 '나'는 나의 미래라는거겠지]

'나'의 생각은 옳았고,그 말대로 나는 눈앞의 '나'의 미래였다.

'...모습을 보니,눈앞의 '나'의 그 분은 아름다우면서도 기품있는 그 모습으로 아직까진 '내' 옆을 지켜주시고있던 모양이네'

그 분의 마지막은 생각하고싶지않다. 생각하려해도 머리 속에서 지운지 오래다. 그저 그 분과의 행복했던 기억만을 남겨놓았다.

''..그래,나도 내가 '나'의 미래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 분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어...아마 과거의 그 분이 감당하기 어려웠거나 돌보기를 약간 느슨히 놓아두신거겠지''

일리있다는 투로 턱을 만지작거리던 '나'는,불현듯 무언갈 눈치챘다는 듯이 나의 두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그 분의 빈자리라니?!]

흔들흔들흔들,흔들림에 익숙해질 즈음. 갑자기 '나'의 모습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헤어질 시간인 모양이네''

그 말이 신호라도 되는 듯,'나'의 모습은 다리쪽부터 보이지않게 되었고 끝내 얼굴쪽 밖에 남지않은 '내'가 소리쳤다.

[말하라고!! 그 분한테 무슨 일이 생긴-!!!]

제대로 끝 마치지 못하고,'나'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분께 들어본적이 있어,미래,현재,과거의 자신들은,서로 기억을 공유한다고. ...아마 과거의 그 분께 현재의 그 분의 최후가 영향을 미친거겠지'

'내'가 사라져,또다시 고요함만이 남아있는 방에 있는 나는 또다시 침대위로 쓰러졌다,그리고 다시 한 번 천장을 쳐다보며,난 속으로 되내였다.

'...아마 이번엔 바뀔 수 있지않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였다. 한 번도 시간 관리를 게을리하지도,느슨히하지도 않았던 그 분이였다. 그래,희망은 있다,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뀌는 법이니까.

''...무슨,이 결말이 바뀌지 않을거란걸 제일 잘 알잖아..헛된 희망은 버리자,적어도 과거의 '내'가 남은 시간을 좋게 지내길 빌자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누구보다도 그 헛된 희망을 바라는것도 나였다.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작게 중얼거린 내 목소리는 방의 정적에 묻혔고,나는 거슬리던 시계 소리를 자장가삼아 애써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보면 그 분이 날 웃으며 맞이해주길 바라는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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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05 00:15 | 조회 : 1,321 목록
작가의 말
큐브씨

진단메이커 꿀잼ㅁ 한 번 돌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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