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愛憎 애증 (4)

*카이토(키드)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그저 웃음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천하의 고교생 탐정님은 제대로 알고서 대답해준 걸까. ‘순순히 따르고 싶어.’라니. 내가 뭘 어떻게 할 줄 알고? 자신의 품에 안기듯이 기대어져 잔뜩 긴장한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귀엽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걸 보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었다. 그 귀여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고개를 숙여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예상대로,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읏-.. 뭐야?”
“탐정님, 오늘따라 유독 귀여운 거 알아?”
“무슨 헛소릴-..”

앙다문 입을 열어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역시, 귀엽다니까.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고개를 틀었다. 그가 더 말을 하려 입술을 움직이는 타이밍을 맞춰 제 입술을 그대로 포개었다.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려는 그의 어깨를 꽉 잡아 침대에 밀착시켰고, 긴장하지 말라는 듯 그의 입술을 지분거렸다.
고작 입을 맞추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면, 나는 어떡하란 소리야? 속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의 뒷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맞대어진 그의 입술을 벌리기 위해 혀를 움직였다. 자신의 행동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그의 모습에, 결국에는 그의 입술을 조금 세게 깨물 수밖에 없었다. 움찔하는 행동과 함께 입술이 열리고, 틈을 노려 제 혀를 밀어 넣었다.
천천히 그의 치열을 훑어나가며 긴장을 풀도록 유도했고, 이내 입천장을 쓸며 그의 혀와 맞닿았다. 턱 끝으로 차오르는 열기를 애써 억누르며 감았던 눈을 뜨자 보이는 그의 모습은 자신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키스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제 어깨를 손으로 내리치며 붉어진 눈시울로 자신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자꾸만 괴롭히고 싶은 마음을 일으켰다.

‘이거 조금, 곤란한데.’

그의 성격을 따진다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자신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아. 라는 등의 말을 들을 게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자꾸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참기 어렵단 말이야.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네 책임이야. 탐정님.”

어느샌가 맞닿았던 입을 떼고서 말을 전했다. 영문도 모른 채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그저 옅은 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이 모든 일도 네가 예뻐서이지 않을까. 붉어진 얼굴로 맞닿은 입술을 문지르며 숨을 고르는 그에게 팔을 뻗었다. 그의 볼에 닿은 손으로 온기가 전해졌다. 평소보다 더 후끈 달아오른 열기. 부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그의 허리를 감싸며 뭉근하게 어루만지다, 이내 천천히 상체를 기울였다. 그의 이마에서부터 콧잔등, 붉어진 뺨. 하얗게 드러난 목덜미까지. 천천히 부드럽게 입을 맞춰가며 반응을 살폈다. 입술을 맞대며 달아오른 열기를 전하고, 이따금 그의 흰 피부 위로 붉은 흔적을 새겼다.
입술이 닿을 때마다 부끄럽다는 듯 몸을 움츠리며 입을 앙다무는 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뻐.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짝 저은 채 팔을 들어 올려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가리는 너였다.

“얼굴 가리지 마, 신이치.”

평소의 칭호를 내던지며 능청스럽게 입에 담은 네 이름. 당사자인 너는 그저 침대에 누운 채 별다른 말도 없이 입술만 오물거릴 뿐이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으면 뭐라 하지 않으니 그냥 해도 되는데 왜 저렇게 머뭇거리는 걸까.
잔뜩 붉어진 얼굴, 그리고 그런 얼굴을 가린 하얀 손. 앵두 빛으로 물들어져 앙다물어진 입술. 그리고 몇 번이고 입 맞춰진 탓에 붉은 자국이 새겨진 뽀얀 목덜미와 가슴팍까지. 이렇게 풀어 헤쳐지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처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원래라면 이렇게까지 할 계획조차 없었는데, 그래. 그가 먼저 약속을 잊어먹은 채 오사카의 탐정과 놀아난 탓이다.

‘난 그저, 신이치 너와 단둘이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없이 혼자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얼마나 너를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서 못 오는 건지, 아니면 또 오는 동안에 사건을 만나 풀어주겠다고 고생하는 건 아닌지. 최악의 경우로 네 손에 증거를 잡혀 범인임을 들통난 범죄자에게 복수라도 당한 건 아닐까? 하고 내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물론 늦게나마 나를 떠올리고 와준 건 고마워.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나를 기다리게 만들고, 그와 둘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잊어주기는 싫어.

“이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 나를 애인으로 두지 말았어야죠. 명탐정.”

난 질투가 많은 사람이거든. 보석은 그냥 돌려줄지언정, 나와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그냥 둘 수 없어. 언제까지고 내 손에 올려두고, 내 품에 끌어안으며 간직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자꾸만 옅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천하의 고교생 명탐정이. 어떤 일이든 진실을 찾아 나아가며 결국에는 범인을 찾아내는 그 명탐정이 얼굴을 붉히며 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 밤의 명탐정은 확실하게 내가 쥐고 흔들겠어. 오롯이 나만 바라보도록.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붉어진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그였다. 무심코 하는 그의 행동은, 자꾸만 겨우 붙들고 있는 이성을 흔들어댄다. 느릿하게 숨을 내뱉으며 그대로 손을 뻗었다. 잔뜩 상기된 그의 볼을 감싸주며 뭐가 그렇게 부끄럽냐며 속삭였다.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그의 모습. 그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가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에 옅게 얼굴을 찌푸렸다.

“누가 위인지는 이미 알고 있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구는 거야?”

협박의 의미를 담은 말을 내뱉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뜻을 알아차린 듯,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푸른 눈동자.

“미안해 탐정 씨. 그렇지만 난 오늘 꼭 너를 가져야만 할 것 같아.”
“자, 잠시만. 키드. 그게 무슨 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부드럽게 웃어주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느리게, 그러나 진득하게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흰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을 새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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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6-06 15:36 | 조회 : 4,560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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