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사건(1)

때는 비가 많이 쏟아지던 날. 티비에서는 여지없이 하루가 끊이지 않게 사건을 보도하며 사람들에게 사건의 내용을 알려준다. 이번 사건은 꽤 스케일이 큰 편이라 언론에서도 크게 요동치고 있는 사건이었는데 일주일내에 다섯 명을 죽이고 달아난 '연쇄 살인사건'이었다. 범죄가 일어나는 시간대의 추정시각은 밤 10시경부터 자정인 12시. 기존의 살인사건과 같은 공통점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시각을 노린다는 것인데 보통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이전에 있었던 치욕 등을 갚아주기 위한 복수심이 목적이었으나 이번 범인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일명 '묻지마 살인'으로 그저 눈앞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않으면 무작정 품고있던 흉기를 꺼내 찔러버린다는 것. 그만큼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를 얼굴 모르는 범인을 두려워하며 늦은 시각의 귀가나 외출을 꺼려했다. 그러나 예외인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 에도가와 코난. 아니 정확히는 쿠도 신이치가 맞을 것이다. 조직에 의해 몸이 어려졌대도 머리는 그대로인 만큼 평소 사건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아무리 사건을 좋아하고 해결하고 싶은 탐정이라도 하더라도 역시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늦은 시간대가 별로인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사건현장과의 거리가 멀지않아 산책이라도 하며 수상한 사람을 찾을 생각으로 우산을 쓴 채 길을 걸어가던 중 문득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 가운데 제 귀를 파고들었다. 둔탁하게 찔려지는 소리와 희미하지만 간절하게 울부짖는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순간적으로 뚜렷하게 들려왔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 빗소리가 시끄러운 음색을 드러내며 이내 들려오던 얕은 소리는 사려져버린다. 어디서부터 들려온 소리였을까,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아까보다는 큰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둔탁하게 내리치는 소리와 무언가가 무겁게 쓰러지는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소리를 쫓아 향한 곳은 막다른 골목길로 그곳에는 모자를 쓴 남자와 그의 앞에서 피웅덩이를 이룬 채 쓰러져 있는 덩치있는 거구의 한 남자가 있었다. 빗소리 때문인지 뒤로 다가가는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일까, 가만히 쓰러진 남자를 욕짓거리와 함께 짓밟던 남자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고 채 마취침을 조준하여 쏘기도 전,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복부로부터 충격이 전해졌다. 무작정 마주친 사람을 걷어차고도 요동치지 않고 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 통증이 이는 배를 움키며 무릎을 굽힌 채 그를 주시하자 보이는 것은, 그의 손에 들린 벽돌이었는데 아마도 아까 쓰러져 피를 흘리던 남자를 가격할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벽돌의 모서리로부터 한방울씩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숨을 크개 내쉬며 물었다.

" ..- 아저씨가 이번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죠? 시간대도 그렇고 무엇으로 보나 아저씨가 범인이라는게 보이는데. 숨기려고 하지는 말아요. 이미 다 알고 말하는거니까. "

조금은 도발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의 숨기려는 마음을 뒤흔들기 위해서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어쩔 수 없는 말을 내뱉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지만 지금까지 봤던 범인들과는 다르게 어떠한 부정도, 그렇다고 내가 범인이라는 인정도 없이 그저 나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러나 이내 옅은 웃음과 함께 벽돌을 던지는 그와 그로부터 던져져 얼굴 옆의 벽을 강타하며 바닥으로 둔탁하게 떨어지는 벽돌의 모습에 경계심을 높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충분히 맞출 수 있는 거리와 위치였으면서도 빗맞추는 행동. 그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그가, 정확히는 연쇄살인범이 나를 장난스럽게 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고등학생의 몸이라면 이런 상황은 아닐텐데, 가만히 그를 올려보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의 마취침을 겨누며 말을 이었다.

" 지금 그렇게 여유로우면 안 될거 같은데, 아저씨. 그렇게 여유로워도 되는거예요? 아니면, 뭐 내가 초등학생이라서 그런건가 -? 한가지를 알려주자면 여기 올 때 위치를 경찰들에게 넘겨준 상황이거든요. 당신의 잘난 숨바꼭질이 끝나고 그에 따른 죗값을 치루게 될텐데도 상관없으시면 계속 이곳에 있어도 괜찮아요. 저야 아저씨가 잡히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라서. "

그에게 했던 말이 어느정도는 먹힌 것일까, 미약하게나마 그의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어지는 헛웃음과 욕짓거리, 그리고 그가 화나있음을 드러내는 발길질이 제 몸을 다시금 쓰러지게 하기도 했지만 50% 도박의 결과가 곧 나타날거란 확신을 새기며 쓰라린 몸을 애써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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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4-13 12:15 | 조회 : 6,534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죄송합니다. 과제에 치여사느라. 시간 되는대로 열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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