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감기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원래라면 소년탐정단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밖으로 걸음을 옮겼을 그는, 왜인지 그저 가만히 소파에 앉은 채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

'''' 콜록.. ''''

이따금씩 잔기침을 하거나 테이블 위에 놓여진 각티슈 몇장을 뽑아 코를 풀어대는 코난. 이미 그의 몸은 그동안의 사건해결로 피로가 누적된 채, 며칠 전 빗속에서 벌인 범인과의 추격전으로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름대로 감기약과 따뜻한 물 같은 것들을 복용하며 지금까지 그저 가만히 쉬고있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는 몸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금껏 자신이 몸을 혹사시키기라도 했던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딱히 ''혹사''라는 단어를 쓸 정도까지의 행동은 짚이지 않고있었다. 코를 훌쩍이며 이불을 끌어덮던 코난은, 사건은 잠시 보류하더라도 뉴스정도는 봐야겠다며 옆자리에 놓인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틀어보지만 곧 익숙하게 들려오는 이름에 얼굴을 찌푸린다.

「 오늘 밤 10시, 키드가 보석을?」

평소 키드가 예고를 자주 보낸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였지만 하필이면 감기로 상태가 나쁠 때 예고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에 스스로를 원망하는 코난이었다. 적어도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예고소식을 몰랐다면서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알아버린 이상은 몸이 아프더라도 나갈 결심을 해버리는 성격의 코난으로서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나가기 전까지라도 몸을 추스리자며 말할 뿐이었다.


?


밤 10시가 다 된 시각, 코난은 목도리와 두툼한 털점퍼로 온몸을 감싼 채 키드가 나타날 장소를 평소와는 다른 짜증스런 눈빛으로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 어디 오기만 해봐. ''''

아주 그냥 축구공으로 날려버릴테다, 라며 키드에게 선사할 선물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그러다 들려오는 팬심 가득한 팬들의 카운트다운에 정신을 차리는 코난이었다.


F i v e ,
:
F o u r ,
:
T h r e e ,
:
T w o ,
:
O n e ,
:
Z e r o .


그렇게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은,

'''' Ladies and gentlemen, ''''
It''s show time - !

라는 대사와 함께 등장하는 괴도키드였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대며 나타난 괴도키드는 늘 그러는 것처럼 신속하면서도 제 마술을 뽐내며 경찰들을 따돌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연신 ''키드''를 외치며 응원하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그런 사람들 사이에 껴서 나름 제법이다? 등의 감탄을 할코난인지도 몰랐지만 오늘은 달랐다. 두르고 있던 목도리가 풀어질새라 단단히 여미며 키드가 움직이는 곳으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아진 몸이라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감기 기운으로 열이 오르는 것인지 어느샌가 숨을 헉헉거리며 멈춰선 코난은,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키드가 착륙한 옥상으로 걸음을 옮겨보지만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난간을 붙들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도착한 옥상. 코난은 힘겨운 몸을 애써 진정시키며 문을 열어젖혔다. 달빛에 반사되며 반짝이는 보석과 그런 보석을 들고있는 키드의 뒷모습을 보자니 울컥, 짜증이 치밀어 무작정 축구공을 꺼내 증강슈즈로 냅다 차버리는 코난과 왠지 모를 싸함에 뒤를 돌아보다 난데없이 날아오는 축구공을 아슬하게 피하며 숨을 돌리는 키드였다. 평소에는 없었을 기습적인 행동과, 꽤 오랫동안 숨을 고르며 힘들어하는 코난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들고있던 보석을 주머니에 넣고서 한걸음씩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고 그런 키드의 행동에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취침을 겨누며 위협을 시도해보는 코난이었다.

'''' 더이상 접근하면 쏴버린다. ''''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다가오는 키드를 어리둥절, 가만히 바라보던 코난이 다시 한번 말을 내뱉는다.

'''' 어이, 진짜 쏜다니까? ''''

이번에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 예상외의 상황에 오늘따라 왜 이러나, 생각하며 다가오는 키드를 바라보는 코난과 의아해하는 코난을 내려다는 것도 잠시 제 한쪽 무릎을 꿇어 코난에게 장갑을 벗은 손을 뻗는 키드.

'''' 에.? ''''

그렇게 뻗어진 키드의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아오자 외마디의 반응을 하며 이윽고 느껴져오는 시원함에 아까보다는 편안한 표정을 짓는 코난이었다. 그런 코난의 모습과, 무엇보다 손을 올리자마자 느껴지는 열에 얼굴을 찌푸리던 키드는 코난에게 시선을 맞추며 나지막히 말을 건네었다.

'''' 감기라도 걸린거예요, 탐정군? ''''
'''' 뭐?, 어쩌다보니. ''''

키드의 질문,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답하는 코난.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려는 코난을 빤히 바라보던 키드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코난을 안아들고 난간 아래로 뛰어내린 후 행글라이더를 펼쳐버린다.

'''' ..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내려. ''''
'''' 내려주기 싫기도 하지민 지금 내리면 추락인걸요? ''''
" 누가 그대로 놓으랬냐, 바닥에 착륙해. ''''
'''' 탈 때는 마음대로지만 내릴 때는 아니랍니다? ''''
'''' 멋대로 태웠잖아. ''''
'''' 감기 걸린 사람 찬바람 맞으면서 집으로 가는거 구경하기는 그래서 집까지 태워다주려고 합니다, 왜요. 불만입니까, 탐정군? ''''

감기걸린 사람을 집까지 데려다주기위해 그랬다는 키드의 퉁명스런 말이 나오자 차마 반박하려던 생각을 접으며 한숨을 내쉬는 코난이었다.

'''' 너 그러다 감기 옮는다? ''''
'''' 꼬맹이 탐정군보단 면역력이 좋아서 괜찮아요. ''''
'''' 하는 짓은 네가 더 꼬맹이란거 몰라, 괴도씨? ''''
'''' 전 그저 마술을 좋아하는 마술사입니다~? ''''

하여간, 저 능글스러움.. 저런 녀석을 어떡해야 할까, 고민하던 코난은,

'''' 탐정군. ''''

이라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키드를 올려다봤고,
그 순간, 가볍게 제 입술 위로 다른 이의 입술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젖혀본다. 그러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입을 맞춘 키드의 행동으로 그저 가밀히 경직한 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자 장난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키드를 당황스럽게 쳐다보던 코난이 입을 열었다.

'''' .. 네가 정녕, 죽고싶은거지? ''''
'''' 소인, 살고싶습니다만. ''''
'''' 지금 상황에서 장난이 치고싶냐?! ''''
'''' 에이, 장난이라니, 그런 섭한 말씀을. ''''

한마디도 지지않고 답하는 키드의 행동에 이러다가는 상태가 악화될 것이라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코난을 바라보던 키드가 어느샌가 도착한 집 창가로 들어서며 코난을 방안에 내려주었다.

'''' 몸조리 잘하라구요, 탐정군. ''''
그래야 제대로 술래잡기 할거 아니예요.

그런 키드의 말에 뭐라 말하려 입을 열던 코난은, 어느샌가 저만치 날아가고 있는 키드를 바라보며 입을 닫았다. 그러다 무언가가 쥐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을 확인하자 보이는 것에 피식, 나지막히 웃음을 자아낸다. 쥐어진 것은 어린이용 딸기맛 감기약과, 작은 쪽지 하나. 이번에는 뭐가 적혀있을까, 쪽지를 펼쳐보자 적혀있는 문장.


「 감기는 옮겨서 낫는거라고 하길래,
빨리 나으라고 한거니 너무 미워는 말아요. 」


'''' 누가 낫게 해달랬냐. ''''


더구나 그게 다른 사람한테 옮겨서 낫는거라면,
매우 낫기 싫을거 같거든요, 괴도키드 씨?
특히나 그 대상이 너라면 더더욱 거절이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기 옮겨서 낫는 걸 그 누가 좋아하겠냐고, 바보야.

26
이번 화 신고 2017-11-24 01:40 | 조회 : 8,811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