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잊으면 안 돼.”
“으, 응.”
“그렇다고 너무 기다려도 안 돼.”
“그, 그건.”
“스읍, 말 안 들을 거야?”
“아, 아니야.”
“옳지. 착한 아이다. 오빠가 돌아와서 상 줄게.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야 해.”
알았지?
나는 정말로 오빠가 돌아올 줄만 알았다. 그래서 날짜도 꾹꾹 새가면서 기다렸는데...
“아, 아니야. 거짓말이지? 그치?”
설마 싸늘한 시체로 돌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게 바로 믿음의 배신이라는 걸까. 아무리 오빠의 흔적을 붙잡고 애원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그래, 잊어야지. 라고 다짐해 봐도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지. 시간이 약이라는데 오히려 독으로 다가오는지. 나는 정말...
아아, 그래. 나는 어쩔 수 없다. 영원히 그의 기억 속에서만 맴돌아야 하는 운명이다.
그가 어릴 적에 남기고 간 흔적들은 모두 나를 가리키고 있고, 그 흔적을 쫓아 보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간다.
다시, 모두 그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