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는 고뇌한다. 그녀의 단점에 감탄하며 feat. 데르온

황금색의 알은 점점 그 본연의 아름다운 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계에서 굉장히 강한 축에 속하는 어미의 친근한 마력과, 북공작 데자크가 간간히 들러 확인해줌과 동시에 빨아들이는 마신의 정수. 그 달콤함과 다정함이 섞인 애정은 오롯이 금빛의 알이 받고 있는 사랑의 증거였다.

나날이 짙어져가는 금빛을 흐뭇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으면 리테르비는 저도 몰래 행복한 감각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녀는 알을 꼬옥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마왕의 명에 의해 당분간 제국을 둘러보며 스왈트 황가의 핏줄인 황제의 동태를 살펴봐야 하는 관계로, 그녀는 장기간 그녀의 아이와는 이별을 해야 했다.

그녀의 추종자이자 서쪽 영토의 퍼밀리어 능력자, 세르피아네스가 데르온과 함께 혹시 모를 상황에 호흡을 맞춰보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황제의 곁을 살피는 것은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하더라. 그녀는 그를 대비하여 이미 루카르엠과 데자크에게 알을 돌보아 달라고 말해 둔 상태였다. 너무나도 쉽게 수긍한 루카르엠은 조금 불안했지만, 그녀로써는 안심되는 일이다.

리테르비는 차가운 손으로 따듯한 알을 쓸었다. 조금씩 움직이는 아이의 생명력이 그대로 흘러오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4공작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미소가, 그 둘을 따스하게 적셔갔다.



"다녀올게, 아가."



몇년만의 인간계. 얼마나 달라졌을지 어디 한번 볼까? 약간의 기대감을 품은 상태로, 리테르비는 서쪽의 성에서 벗어나 마계와 중간계의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강한 바람과 압력이 동시에 작렬하며 그녀를 방해했으나, 단 한번의 손짓은 그것조차도 가만히 잠재웠다.

경쾌하고 날쌘 발걸음이 중간계의 숲 그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강한 마기를 갈무리하지 못해 뻗어나간 어둠의 증거가 숲을 잠식하다, 그 생명력을 빨아들이듯 거두어나갔다.



"카류안, 네가 내게 명령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구나. 기꺼이"



어울려줄게.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이 목구멍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희미한 웃음을 띈 리테르비는 흰색의 비단장갑을 꼈다. 일반 마족 여성들이 흔히 드러내고 다니는 속살을, 감출 데까지 감춘 그녀가 우아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데르온과의 약속장소가, 분명-. 어디었더라? 그녀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느긋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아, 중간계는 평온하구나.







마계에서, 마왕의 다음으로 존재하는 계급, 단 4 자리 뿐인 영예로운 공작. 그중 동쪽영토의 공작 데르오느빌은 그의 앞에 선 여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여인 역시 마찬가지로 서쪽 영토의 공작으로써,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소식에 어두웠다.



"알아들었어요. 그래서 나라꼴이 이 모양인 거죠?"



대강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데르온은 씁쓸함과 불신으로 뒤섞인,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아니 저 미친년을 봤나. 죽어가던 인간들이 몇명인데 아직도 그 10년 재앙을 몰라?



"... 중간계 나온지 몇년이 넘었는데요. 마지막에 나왔던 때만해도 괜찮았으니까요."



눈에띄게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는 중얼댔다. 아니 뒷북 좀 치지 말아요...

데르온은 조소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렀다. 목숨은 아깝기에. 이래뵈도 그녀는 루카르엠만큼이나 두려운 존재였음이 분명했다. 자비롭고 유하다니, 그녀를 모르는 자들이 하는 말이었다. 루카르엠과의 독대 이후 그녀는 뭔가 사나워졌음이 틀림없었다. 가차없이 죽여없앨 듯한 오오라와 압도적인 붉은색의 크림슨은 위협적이었다.



"어차피 하찮고 벌레같은 인간들 이야깁니다. 관여할 생각 마시죠."


" 알아요. 그럴 생각이고요."



꽤나 메마른 수긍이다. 데르온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갈아 엎어버리겠다고 설칠 줄 알았는데. 그런그의 시선을 눈치챈건지, 리테르비는 싱긋 미소짓는다.



"이래도 마족이랍니다. 파괴와 살육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무자비하고 소름끼쳤으며, 섬뜩했다. 특히나 지금 이같은 경우에는 더욱이. 왠지모를 살기에 데르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리테르비의 화사한 얼굴이 싫어졌다. 하나만 해, 이 마족아. 데르온은 음울하게 중얼거린다.



"그래서 황제는 어디있지요?"


"근처에 있을 겁니다. 용병들과 함께 다니는 듯 한데, 힘을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친화력. 그것은 서쪽의 마족들이 대대로 물려받는 고유의 힘과 같았다. 모든 몬스터들, 마물들과 쉬이 교감하는 서쪽의 고유능력. 리테르비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아, 갑자기 그녀에게 공작 포기를 진지하게, 간절히 권하고 싶어졌다.

루카, 자크, 이리좀 와 봐요.

이새끼 눈돌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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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6 13:50 | 조회 : 2,207 목록
작가의 말
씨시 매그놀리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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