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

오늘도 화창한 아침입니다!
곧 있으면 늘 같듯이 먹구름이 우중충- 하니 하늘을 덮겠지만요.
이름 값은 하는 마을입니다.

여기 이사 올 데는 너무너무 싼 값에 조금 놀랐어요.
'날씨가 조금 그렇지만' 이라는 부동산 아저씨의 말 이외엔 아무 문제도 없어보이는 집이었거든요.
굳이 비오는 날 집을 소개시켜준 데는 이유가 있겠지. 비오는 날에만 가려지는 단점이라던가 하는.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매일매일 이슬비, 여우비, 소나기, 폭우부터 태풍에 시달리는 마을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오늘은 여우비네요 :D.
햇빛은 적당히 내리쬐니 좋아요. 어두컴컴한 하늘보단 훨씬 나은 걸요.
오랜만에 C 씨네 집에나 먼저 방문해볼까요-.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는, 그런 생각은 싹- 가시지만요..


C 씨네 집은 저희 바로 옆집입니다.
쭈욱 올라가선, 길게 찢어진 눈의 고양이상의 미인이 C 씨에요.
때문에 마을 어르신분들께선 불여시니,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니, 천년 묵은 고양이니 하는 소리가 많지만. 그게 불편한 저와 다르게 정작 당사자인 C 씨는 아무렇지도 않으신가 봅니다.

'이렇게 착한 불여시가 어딨어요~.' 라던지, '꼬리 아홉개 달렸던 건 진즉에 팔아치웠죠!' 라던가, '아직 서른 살도 멀었답니다~.' 등등.. 천연덕스럽게 넘어가시는 게 보통이 아녜요 보통이. 저보다 이 마을에 엄청 오래 계셔서 그런 모양이시겠지만요.

C 씨가 가끔 가다 화사한 표정으로 문득문득 말하는 B 씨는 C 씨네 도로 건너편에 살고계세요. 꼭 도미노처럼 하나둘셋 나란히 앞을 바라보고 있죠. 아직 한 번도 뵙지 못하였지만, 꼭 친해지고 싶어요. 그토록 활발한 C 씨의 둘도 없는 친구신걸요. 친해질 수 있을 거에요! 음!

오늘도 잔잔한 빗소리가 마음을 울립니다. 익숙해지면 참 좋은 소리인데 말이에요. 잠도 잘 오고! 일도 잘 되고! 아, 물론 빨래에는 전혀 좋지 않지만은요. 정말이지, 탈수기가 싫어하는 마을입니다.

*

"A! 뭐야, 일 하고 있었어?"
"까, 깜짝 놀랐잖아요..!!"

문을 열자마자 귀를 울리는 쨍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더니, C 씨는 오히려 재밌으시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시곤 젖은 머리카락을 약간 꼬으며 현관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두 손에 우산이 없으신 걸 보니, 오늘도 그냥 뛰어오신 모양이시네요. 매법 귀찮다고 한껏 젖으셔선 오십니다. 이젠 익숙하지만요.

"와아~ 이번 작품? 오호라, 로맨스로군?"
"보, 보시면 안되죠..!!!"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괜찮아 괜찮아, 나 못믿는 거 아니지? 나만 믿으라구!

방긋방긋 웃는 C 씨를 보면 화를 낼 수도 없고, 짜증을 낼 수도 없고..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근데 그게 또 기분 나쁘지 않아서 곤란하다고요.

어쩔 때보면 범접할 수 없는 사람 같으시기도 하시고, 되게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시고.. 종잡을 수 없기에 더 사랑스러운 걸까요?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 수준이 아니라고요. 웃으시든 울상이시든 건드릴 수가 없는걸.

이런 C 씨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니. 도대체 B 씨는 어떤 분이실까요? 마침 타이밍 한 번 기막히게, 귓가에 스며들어오는 이름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어제도 B가 있잖아..

"뜬금없이 이사나 갈까? 하고 물어보더라고. 내가 정색을 하면서 그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되물으니까, 뭘 정색을 하냐면서 고개를 돌리더라? B는 가끔 그렇게 군다니까."
"그래요? 그래도 B 씨가 좋잖아요."
"당연하지! B는 내 영원한 반쪽이라고!"

아, 물론 너도 좋아해.

상냥한 웃음을 띄우며 말하는 C 씨는 정말로 날 좋아하신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는걸요, 이해해요.
여기 온지 겨우 몇 달인 나랑 몇 년을 함께한 B 씨, 둘 중 하날 고르라면 당연히 B 씨인 것 정도는.

비가 추적추적 쏟아집니다. 오늘 비는 좀 거센걸요. 처마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빗물들을 바라보다가, 평소처럼 얌전한 웃음을 입가에 걸치고 조곤조곤 내 장점을 늘어놓는 C 씨의 말에 나름 성의껏 대답해 드렸습니다.

그래요, 나도 C 씨를 정말 좋아해요. C 씨가 날 좋아하는 만큼이나.
..그런데 왜, 아직 나에게 B 씨를 소개시켜주실 낌새가 없나요?

*

"뭐? B를 소개시켜달라고?"
"어.. 안될까요?"

잠시 고민하시던 C 씨는 몇 번 내 눈치를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안된단 뜻인가. 어째서지?

여기 온 지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옆옆집의 B 씨를 모른단 게 믿기지 않았다. 난 내가 친화력이 좋다고 느꼈는데. 마을 어르신분들과도 굉장히 친해졌는데. 정작 나이대가 비슷한, 이웃집의 B 씨는 얼굴 한 번 뵌 적 없다니.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C 씨는 B 씨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나에게 소개시켜주고픈 마음이 없으신지도 몰랐다.

C 씨는 B 씨를 정말정말 좋아해서, 아직... 아직, 날 소개시켜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안서셨나 보다.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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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31 00:48 | 조회 : 1,319 목록
작가의 말
리에에

Hi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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