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그들의 과거 (3) - 선택


호적 상으로 형일 뿐인 이수현은 내게 끝없는 협박과 압박을 했다. 내가 게이라는 걸 밝히겠다면서 신우와 같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말이다.


당연히 난 타격이 전혀 없었다. 어디 해보라는 식으로 그의 협박을 가벼이 넘겼다. 애초에 저런 사진으로 내가 게이란 게 밝혀지는 것도 어려웠다.

비서랑 같이 있으면 그거 하나로 내가 게이이게? 뭐, 나야 저런 거 터져서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면 좋지만서도.


나의 태도에 더 열이 붙은 이수현은 이젠 내가 아닌 신우는 건드리려 하고 있다.



"네가 가장 아끼는 니 애인, 아, 유신우랬던가? 그 새끼 고아던데. 가족이라곤 이복 동생이 끝이고. 흐음, 수많은 알바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동생은 예고에 다니고 있고... 이거 완전 거지새끼네?"

"이수현, 시답잖은 장난 할거면 저리 꺼져. 언제부터 네가 나에 대해 그리 관심이 많았다고 그런 사람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거지?"

"그야 이 새끼가 딱 니 괴롭히기 좋은 물건이니까 그러지! 이리 굴러들어온 걸 마다할 순 없잖아?"



비열하게 웃는 이수현은 신우에 대해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히죽거리며 빈정거렸다.



"네가 안 된다면.. 이들을 건드리면 되잖아? 어떻게 건드리면 좋을까? 여기 예고에 입김 좀 불어서 이 새끼 동생을 퇴학 시킬까나, 아니면 얘가 평생 알바를 할 수 없게 만들까나~"



알바를 평생 할 수 없게 만든다, 라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신우가 다니는 알바처들은 물론 다른 알바처들에게 바람을 넣어 아예 알바를 하지 못하게 한다던가.

아님 아예 불구로 만들어 알바는 물론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게 만든다던가.


무슨 뜻이 되었든 신우를 건드리는 건 용납하지 못했다.



"작작해, 이수현!"

"아, 역시 아예 평생 알바도 못하고, 돈도 못 벌게 장애를 안겨주는 게 낫겠지? 오랜만에 우리 애들도 몸 한 번 풀고 싶을텐데-"



난 서서히 올라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자리에 주저앉아 날 보는 새끼에게 혐오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쓰레기 새끼."



더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어 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조용하나 싶었더니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신우의 알바처에서 하나씩 그에게 해고를 전했다. 아직 제림이에겐 손을 뻗지 않았지만, 언제 또 피해가 갈 지 몰랐다.



"미, 미안해, 신우야. 나 때문에..!"

"아니야, 하현아.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할 필요없어. 자책과 사과를 하려면 그 나쁜놈이 해야되는데, 왜 네가 해."

"하지만,"

"쓰읍- 또, 또 시작한다. 하현아, 이건 네 잘못이 절대 아니야. 물론 알바가 잘린 건 타격이 좀 있지만, 다른 새 알바를 찾으면 되니까. 그러니까 그만 사과해."

"....응."



난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신우는 괜찮다고 했지만, 내가 괜찮지 않았다. 이수현은 꽤나 영악하고 행동력이 쓸데없이 좋은 자였다.

그래서 사람을 매수해 신우에게 차가 돌진하게 하거나 오토바이가 돌진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무서웠다.



"이수현,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 원하는 게 뭐야?"

"흐음, 난 너희 둘이 헤어지는 걸 원하는데?"

"너..!!"

"넌 후계자 자리가 더 중요해, 그 새끼가 더 중요해-?"



당연히 신우가 더 중요했다.



"당연히 그 새끼겠지? 그러니까 난 네 둘이 헤어지는 걸 원하는 거야. 너도 나처럼 소중한 걸 잃어봐야 된다고! 헤어지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크큭!"

"..."



머릿속에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분명한 건 어떻게 해야될지 정확히 갈피를 못 잡겠다는 거였다.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걔 다치는 꼴 보고 싶으면 굳이 안 해도 좋아."

"..안 해."

"큭, 두고 봐. 넌 나한테 다시 와서 하겠다고 할테니까."



괜히 이수현이 원하는 대답을 주면 안 됐다. 그래서 부정의 대답을 내놓고 곧장 신우에게 갔다. 며칠 간 계속 붙어있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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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5 15:01 | 조회 : 4,946 목록
작가의 말
온씌

우리 하현이하고 신우,,,ㅠㅠㅠ 과거편이 3편 정도 더 남았는데, 어쩌면 질질 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잇어요ㅠ 한 회차당 최대한 길게 써서 빨리빨리 끝내보도록 할게용 그나저나 곧 80화네요((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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