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누군가 탄식을 내뱉듯 말했다. 나는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잠시 말이 끊겼다. 신우가 떠오르니 조금 먹먹해져왔다. 그때 문도윤이 물어왔다.
"..네 진짜 이름은?"
부드럽게 미소 지은 그는 분명 유제림과의 대화를 통해 내 진짜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갑작스런 얘기 때문에 많이 당황했을 터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진짜 이름을 물어주니, 의아하기도 하고 조금 고맙기도 했다.
"내 진짜 이름은.. 이하현이야."
"..그렇구나."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모두. 난 거기에 힘입어 다시 말을 꺼냈다.
"내가 이하현일 때, 신우랑 사겼었어. 물론 둘 다 남자였고. 우리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고 사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들어와서였어."
"그렇게 지낸 시간이 많은만큼 들은 얘기도 많았고, 한 얘기도 많았지. 그 중에서 제림이와 관련된 얘기도 꽤 많았어."
신우 얘길 꺼내려면 그의 가정사부터 얘기해야됐기에 많이 고민됐다. 하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신우네는 가정 사정이 안 좋았어. 신우의 친어머니는 일찍이 돌아가셨었고, 아버지쪽은 술, 도박이 일상이었지. 새어머니는 제림이만 예뻐했고 항상 신우에겐 무관심했어."
"그리고 어느날, 아버지, 새어머닌 사고로 돌아가시고 제림이와 신우만 남게 됐어. 다른 친척들은 서로 그 둘을 떠맡기기 바빴고. 그래서 둘은 열심히 살아왔어."
"신우는 항상 제림이가 착하고 예쁘다며 칭찬하기 바빴어. 뭐, 콩깍지일 수도 있고 안심시키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난 그게 사실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었어. 항상 곁에 있었는데 그거 하나 구분 못할까봐."
나도 모르게 마지막 말을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내뱉었다. 그리고 씁쓸히 웃었다. 이제부터 정말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라 입안을 깨물었다.
다시 죄책감이란 덩어리가 슬금슬금 올라왼 날 옥죄여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진정시키며 그 기분을 가다듬었다.
"후우, 내 얘기로 넘어가자면.. 난 누구나 알아주는 기업의 차남이었어. 당연히 내 형이 후계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편애가 심하셔서 형보다 더 능력이 좋은 날 후계자로 삼길 원하셨어."
"물론 난 거부했지만 끝없는 실랑이로 인해 내게 간섭하지 않고 자유를 주면 후계자 수업을 받겠다고 했어. 그래서 그 조건으로 아버지와 흔히 말하는 거래를 했지."
아버지와 거래를 했다니, 다시 생각해도 참 웃겨서 난 피식 웃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안일했어. 형을 잊고 그 거지같은 아버지의 성격을 잊고 있었던거야. 오직 신우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리석게 굴어버렸지.."
웃음도 잠시 다시금 떠오르는 그 기억에 인상이 찌푸려지고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신우와 사귄다는 걸 형한테 들키고 아버지의 귀에 들어갔어. 형은 그 사실로 계속 내게 협박했지만 나한텐 협박이 먹혀들지 않았어. 이때까진 아버지도 조용했지."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야."
주먹에 힘은 더 세졌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아버지라고 있던 그 늙은이와 형이라고 있던 권력에 눈이 먼 쓰레기 새끼가 지금도 여전히 증오스러웠다.
"형은 신우를 죽이려고 했어. 아버지의 사람을 써서. 근데 아버지는 그걸 막긴 커녕 재밌다며 지켜보셨지."
모두의 반응은 내가 예상한대로였다. 당혹감 가득한 얼굴.
"결국 난 더이상 피해를 주기 싫어서 신우와 헤어졌어. 정말, 정말.. 난 그러면 안됐는데.. 끝까지 신우를 믿고 옆에서 지켜줬어야 했는데..."
"..신우는 나 때문에 죽었어. 나 때문에..!"
참았던 눈물이 다시 한 방울씩 내 볼을 타고 흘렀다. 아까도 많이 울어서 그런지 눈이 따가웠다. 그럼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문도윤이 어깨를 빌려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다정한 손길에 내가 위로를 받아도 될까 싶었지만 그저 난 너무 의지하고 싶어서 소리없이 눈물만 흘려 그의 옷을 적셔갔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의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난 멈춘 울음을 진정시키고 문도윤의 품에서 벗어나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참 드라마 같지? 어떻게 이런 얘기가 있을까 싶을테고. 나도 알아. 하하, 이젠 이게 현실인지 그게 현실인지도 잘 모르겠,"
"하현아."
"..!"
"하현아, 그만 얘기해도 돼."
내 이름을 불러주는 하리온은 자기가 더 아프다는 듯 울 것 같은 얼굴로 내 말을 끊었다. 왜, 어째서, 왜 너가 더 아파하는 거야.
하리온 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고만 여기면서 배척해오고 담을 쌓던 내가 우스워지는 순간이었다.
***
...(빼꼼)... 안녕하세요.. 대역죄인 왔사옵니다... ((굽신굽신))..
공지라도 남길 것을 멍청하게 그것도 잊고 있었습ㅂ니ㅣ다... 진짜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88...
오랜만에 와서 댓글 보니까 다들 잊지 않아주셨더라구요..ㅠㅜ
이런 절 기다려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큰절
제가 한창 개학하고 나서 딱 꽂히는 감도 안 와서 한동안 소설에 손 놓다가 이렇게 돌아왔는데, 만약 제 감이 돌아온다면 꾸준하고 규칙적인 연재를 다시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무책임하다 느끼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성의 없는 글로 보답할 바에야 시간이 좀 걸려도 좀 더 완성된 글을 보여주고 싶은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자 마음이기에... 조금이라도 좋으니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해주셨음 해요....
정말 말도 없이 잠수탄 점 죄송하고 앞으론 꾸준히 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온씌가 되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