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새로운 일행

"저를 왜 잡아오신 거냐니까요?"

"차원의 관리자가 그러더군"


보라색 머리와 보라색 눈의 그가 말했다. 영물 샤프란의 인간화한 모습이다. 희미하게 뿔의 잔상이 남아있다.


"네가 특별하다고"

"따..딱히요..?"

"사샤를 붙여주지, 사샤."

"예, 샤프란님"


방금 날 잡으러왔던 그 엘프다. 금발에 하늘 색 눈이 흉흉하게 빛난다. 완강한 거부다.
그러나 샤프란은 아랑곳 않고 명령을 내린다.


"따라가라"

"...예"

"축복의 언을 내리노니. 영물 샤프란은 인간 진 유한 과 엘프 사샤 오 렌 에게 그대들이 걷는 그 길 위에 답이 있길"

"감사합니다"

"제 이름을 어떻게..."

"가라."


저거 백퍼 무시였어, 그나저나 미인과 여행이라.. 쳇, 나는 다운이밖에 없다고. 차원의 관리자 양반.


-

"저..사...사샤?"

사샤는 말도 안하고 고개를 휙 돌아봤다.

아, 무서워...



"마을은, 음, 언제 나오나요?"


중간에 그건 결코, 쫄아서 그런게 아니다!


"이 숲이 끝나면"


...그걸 누가 모릅니까, 아..하..하하..


"예..."


잠시 후, 쉬는 시간.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나를 옭아매던 무거운 모래주머니들을 떼어냈다. 후드득 소리와 함께 팔목과 발목, 종아리에 매고 있던 모래주머니들이 떨어졌다.


"훈련인가?"

"에녹이 이 방법이 좋더라고 추천해주더라고요. 좀 익숙해지면 철근으로 바꾸려구요"

"검?"

"정확히 마검사 입니다만.."

"몇써클?"

"5써클이요. 그렇게 자랑할만한 써클은 아니죠"

"인간이 치곤..."

"그러는 사샤는 검술 쪽인건가요?"

"활"

"정령은 부릴 줄 아세요?"


물끄러미 사무엘을 바라보던 사샤는 작은 손짓으로 자신의 정령을 소환해냈다.


"에, 바람의 정령...인건가요?"

"정확히는 물과 바람이지"


오, 문장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샤의 얼굴에는 작게 웃음이 머금어져있다.


"어디쪽이 물인가요?"

"왼쪽. 중급이지"

"바람은요?"

"상급. 너는 검술은 어느 경지까지 올랐지?"

"잘 모르겠는데요.."

"용병한다고 하지않았나?"

핫, 그 혼잣말을 들은건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사무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에녹이란 사람은, 니가 사랑하는 이 인가?"

"죄송하지만 그분 남잔데요"

"동성애는 상관없다, 라는게 그 쪽 법률아닌가?"

"뭐, 어쨋든 그분은 스승님이세요. 제가 사랑하는 이는 딴 사람이죠"


일순, 사무엘의 눈빛이 풀어지면서 애틋해졌다.


분명 다운을 생각하고 있으리라.



"그는 어떤 이 이지?"

"이제 출발할까요?"


사샤의 말을 싹뚝 자른 사무엘은 그대로 일어났다. 다시 모래주머니를 감고, 펼친 짐을 다시 싸는 그 짧은 시간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를, 잃어버렸나?"


"잃어버렸다기보다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죠."


그 말이 그 말, 이라 하려던 사샤는 의기소침해보이는 사무엘의 표정에 말을 말았다.


"그토록 사랑하는 이라면 왜 용병이 되려는거지?"

"이 역시 에녹..."

"에녹이라는 사람, 누군지 궁금하군"

"저와 다니면 만나게 될 건데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 둘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전투대형을 맞추었다.


"너도 느꼈나 보군"

"이래봬도 꽤 단련하고 하산했거든요"

"오크는 처음인가?"

"혼자 여행할때 몇번, 만났었죠."

"파이어볼로 어시스트해라, 에로우 샷 쏴줄테니"


에로우 샷은 활에 마나를 담아 날리는 양궁계의 최고 스킬이었다.


"파이어볼-"

조금 큰 불덩어리가 오크 무리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막 나타나려는 오크가 그대로 불에 홀라당 타버렸다. 선발대가 그렇게 죽자 다른 오크들은 지레 겁을 먹고 다가오려하지않았다.


"가만히 있는 적만큼 활연습하기 좋은게 없지"


사샤는 사악하게 웃으며 차례로 에로우샷을 날렸다.


"사샤, 무섭네요"

사무엘은 싱긋 웃으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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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22:06 | 조회 : 1,709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이상한데서 끊겼지만 여튼 두 화 연재 했네요! 초반에 조금 개그가 많지만 점점 줄어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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