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맨님 생일 팬픽 단편

사랑받는 법이 익숙치 않았다. 그랬기에 성격이 어둠침침하고, 무뚝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근데, 당신을 보고서 깨달았다. 나 같은 사람도, 그렇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이 하는 방송은 너무나 재밌고, 빛이 나서. 감히 나 같이 하찮은 인간은 보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제가 혼자 방송하기 너ㅡ무 외로워서, 고멤을 뽑을까 합니다!"



늘 혼자나, 다른 비제이와 방송을 하던 당신이 고멤을 뽑는다는 소식이였다. 인기가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멤을 신청했고, 고멤을 뽑는 오디션은 생방송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질문을 물었다. 그리고 끝으로 잘하는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것 까지.
내가 과연 당신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하는 건 뭐지? 라는 온갖 잡다한 생각이 많아지는 사이. 당신은 지친 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몇 분만 더 받을게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당신에게 스카이프를 걸었다. 학생인 만큼, 돈이 없기에 용돈을 모아 산 싸구려 마이크. 그 마이크로 당신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할까.
수 많은 사람들의 전화가 걸리기에, 당신이 내 전화를 받는 건 어려운 일이였다. 근데, 받았다. 당신이, 내 전화를.



"네, 어디사는 누구세요?"



그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개인기를 보고 심사하느라 바쁘고 지칠텐데도, 내색하나 없이 밝은 미소로 묻는 당신에게, 나는 무엇을 답해야 하지? 짧은 시간에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이러다 장난전화로 판단되고 전화를 끊을까 봐. 서둘러 자기소개를 했다.



"대전사는, 핑맨입니다."



1초가 나에게는 1시간처럼 느껴졌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무슨 말을 할까, 말까. 생각하는 그 시간동안, 당신은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짧게 내 소개를 마친 나는, 이것도 장하다며 자신을 칭찬했다. 그 정도로 나는 남들과 편하게 대화하는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핑맨님은, 개인기가 무엇인가요?"



똑같은 질문, 똑같은 진행.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하는 당신은 너무나 빛이 나서 눈이 멀어버릴 정도다. 당신의 질문에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틈만나면 작사 작곡 했던 곡을 불렀다. 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생방송에서, 나서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당신의 고멤이 되고자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채팅창을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발표는, 다음 방송에서 하도록 하겠씁니다~"



나를 마지막으로 당신의 고멤 오디션은 끝이 났고, 당신과의 짧지만 아쉬운 통화를 뒤로하고, 방송은 종료됬다.그리고, 나는 당신의 고멤이 되었다.




* * *




이게 내가 이 늪지대에 들어오기 4년전 이야기. 그리고, 오늘은 나의 생일. 지난 4년동안의 방송 결과로 우리는 트레져 헌터라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수원으로 이사를 와 같이 자취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의 스튜디오까지 얻게 되었다.



"아악!!!! 웃지, 뫄!!"



시끌벅적한 생일파티. 생일 축하한다고 내게 말하는 사람 하나 없어도, 너무나 따뜻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멤버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하다. 이리저리 파티 음식이 나뒹굴고, 서로 장난치느라 시끄러운 스튜디오에서 나 혼자 얌전히 앉아 그들을 지켜보는 중, 악어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를 따라 간 곳은, 수면실. 직원분들이 짧게라도 잘 수 있게끔 만든 곳이다. 그 곳에 들어서자 악어님이 침대 위에 놓여져 있던 큰 상자를 내게 건낸다.



"열어 봐."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악어님을 향해 웃어보이고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헐?!"



상자 안에는,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물건이 들어있었다. 가격이 너무나 높아서, 살 엄두도 하지 못했던 물건. 저번에 생방송 노가리시간에 스쳐지나가 듯, 말했던 것을 악어님은 용케도 기억하고는 선물로 주신것이다. 아, 당신은 여전하다. 너무 여전해서,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다. 당신의 생일에 그리 비싼 선물도 준 적 없고, 항상 반말하고 장난만 치고, 말썽 피우는 내게, 우리들에게, 당신은 이런 값비싼 물건도 서슴치 않는다.



"어, 어? 왜, 왜 울어?!"

"흐... 악어님이 울렸잖아요!"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서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당신은 웃으며 나를 달래준다. 어두운 나를, 당신은 자신을 깍아서라도 나를 밝게 해주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갚을 수는 있을까.



"그러고보니, 너 고멤되고 나서 처음 만난 날 기억해?"

"에, 당연하죠."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고, 침대에 같이 걸터 앉아, 내가 처음으로 악어님의 고멤이 된 이야기를 꺼낸다. 애써 어두워진 분위기를 밝히려는게 보였지만, 눈감아 주기로 했다.



"대전산다고는 했는데, 같은 아파트에, 심지어 옆집일 줄은..ㅋㅋㅋㅋㅋ"

"맞아요ㅋㅋㅋ 게다가, 악어님이 졸업한 학교 후배고!"



어쩌면 신이 정해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상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 당신의 방송을 즐겨보던 내가, 고멤신청을 하고 합격되고, 알고보니 옆집 사이인. 우리는 어떻게든 이어질 인연이였을지도. 그렇게 과거 이야기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즘, 악어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이제 진정 됬지? 가자, 애들이 뭐라하겠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뒤를 따라 침대에서 일어나니, 방문을 나서며 당신이 웃으며 말한다.



"생일 축하해, 찬우야."



그 웃음이 너무나 밝아서, 잠시 멍때리고 봤나보다. 정신을 차린 나는, 당신에게서 배운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는, 방을 나선다.



"감사해요!"



사랑받는 법도, 주는 법도 모르던 내가, 당신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을 주었다. 어둡고 말 수 없던 내가, 밝게 웃고 말이 많아진 건, 아마 다 당신 덕분일지도. 4년 전, 당신의 고멤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무서운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지금은 당신을 만나 나도 밝게 빛나니까. 어떤 선물보다, 어떤 축하한다는 말보다, 당신을 만나고, 당신이 내게 웃으며 해준 그 축하한다는 말을 따라 올 자는 없을 것이다. 아니,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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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19 02:10 | 조회 : 2,831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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