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망자

침묵의 궁 위에서 오라버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찌른 칼을 들고서 내 앞에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찌를듯이 칼을 내 배에 가져다대고는 다정하게 웃었다.

"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주님. 아아, 가엾어라.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 기댈까. 메이드? 호위기사? 아니, 이번에는 분명 미네르바 일 거야. 그렇지? "

내뱉는 말이 하나하나 심장을 찌르듯이 아팠다. 저 말은 틀린게 없으니까. 나는 이제까지 누군가에게 기대왔으니까. 그 결과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 이라면 죽어버려도 될 것 이라고 생각했다. 툭, 망설임 없이 그는 나를 침묵의 궁 위에서 밀었다.

" 그 잘난 정령왕과 함께 어디 도망쳐보렴. 어렸을 때 같이하던 술래잡기를 다시 시작하는거야. "

떨어지는 순간 나는 분명하게 봤다. 혐오감과 살의로 이루어진 그의 검은 눈동자를.





* * *






눈을 떠보니 바람의 왕이 떨어지는 나를 바람을 사용하여 잡아준 듯 하였다. 상황 인지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나는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오라버니가 그럴리 없어. 나를 사랑하시는 오라버니가 그럴리 없다고. 맞아, 꿈이야. 방금 그건 꿈이라고. 정령왕과 계약자는 정신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바람의 왕은 내가 방금 부정하고 있던 사실을 어쩌면 나보다도 잘 알지도 모른다. 애써 부정하는 나를 보며 바람의 왕 미네르바는 미간을 구겼다.

" 계약자여, 아무리 부정을 한다 하더라도 현실은 변하지 않아. 지금은 현실을 깨달고 마음을 가다듬..."

"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오라버니는!! "

도움만 받고 있는 주제에 미네르바에게 신경질을 내버렸다. 바보, 고맙다는 말은 못 할 망정 신경질이나 내버리고... 처음 한 방울을 시작으로 서서히 눈물이 나왔다. 내가 갑작스럽게 울자 무표정이던 미네르바의 얼굴이 잠시 꿈틀거리는 듯 했다. 커다란 손이 어깨를 감싸안았다.

" ..울라고 한 말은 아니니 울지말아다오. "

갑자기 들이닥친 이 상황에서 과연 나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무서웠다. 어색하지만 마음이 담긴 말을 들으니 공포가 서서히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7-04-18 19:14 | 조회 : 586 목록
작가의 말
아이리0226

안녕하세요. 아는 작가님이 소개 시켜주신 폭스툰에서도 연재를 해보려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