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이 세상은 돌아간다.
돌아가고, 돌아가며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오랜 옛날, 인간의 세계와 요괴의 세상이 나누어지지 않았던 세상이 있었다.
공존을 이루며 인간과 요괴의 신뢰감도 나날이 쌓여가며 벽이란 개념이 없을 정도로 서로 믿고 의지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의 행복한 꿈이었듯. 인간과 요괴의 사이가 오래가지 못 했다.
계속되는 연쇄 살인 사건, 범죄, 인육 등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자 결국, 인간들은 요괴를 혐오하기 시작된 시발점이 되었고, 요괴도 마찬가지로 인간을 혐오하거나, 인간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여 오래 살지 못하고 소멸(消滅)되었다.

기나긴 세월이 지난 현대가 되어버린 지금은, 인간의 생활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요괴의 세상과는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요괴의 세상은 과거에만 얽혀있는 세상 같았다. 수많은 요괴들은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로 전락하였고, 먹을 음식을 구하지 못해 계속 굶어가다가 결국 시체로 변해버리는 요괴들도 아주 많았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과거, 인간과 요괴의 전쟁이 마지막으로 났었을 때 참전하였다가 사망하였다. 그와 동시, 보금자리와 부모님을 모두 다 잃었다. 황허하고 차가운 길바닥을 맨발로 걷고, 또 걸었다. 나를 받아주는 인간은 전혀 없다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더 나 자신을 차갑게 채찍질을 해가며 버텨나가고 있었다.

깊은 산 속으로 겨우 발을 내디뎌서 들어가기 시작하였을 때, 있는 체력까지 다 바닥이나 버렸다. 한계라는 것이 찾아왔다. 아니야, 나는 아직, 아직, 쓰러지고 싶지 않은데. 적어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는데.

휘청휘청 거리는 두 눈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 이제 죽는 건가. 부모가 보고 싶어졌다, 보고 싶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 비치고 있다면, 아마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아니야,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어차피 혼자잖아.
혼자.

혼자니까.


"....엄마.... 아빠.... 하쿠로....이제.. 이제.... 힘들어....
엄마...아빠...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외로워....하쿠로..."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온몸의 통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죽는 건 이런 거구나. 이런 거였구나.

눈이 스륵ㅡ 하고 감겨, 앞으로 쓰러져 가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었다.
마치, 안아주는 것 같은 포근함이었다. 따뜻했다. 감각으로만 알 수 있었다. 죽은 건지 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감각이 둔해졌단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는, 나긋나긋한 듯한 목소리로.

"아가야,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힘겹게 눈을 살짝 떴다. 누군가는 나를 해맑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있는 힘껏 말하고 싶었다, 대답하고 싶었다.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을 정도로
말하고 싶어.

"....응. 갈래. 하쿠로.. 함께..갈 수 있어."

"응, 아가. 착하다.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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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17 00:07 | 조회 : 27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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