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전 ] Give me blood.

* 『 nic39812314 』님의 리퀘이시며, 스토리와 설정은 제가 임의로 상상한 것을 기반으로 사용하였습니다.



* 외전은 매우 짧습니다.
사실 외전은 쓸 생각이 없었기에… 분량 조절이 아주 그냥 개똥망일 것 같네요.
다들 그럼 즐겁게 감상 부탁드려요 :) !





…………………………………………………***………………………………………………





              ~ 주안은 모르는 이야기 ~




″ 후ㅡ,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면 먹을 맛이 안나잖아. ″



천천히 희롱하면서 먹을려고 했는데, 쳇.



가볍게 혀를 몇 번 쯔쯧, 하고 찼다.
기가 막힐 노릇이네, 자살할 줄은 몰랐어.
먹이주제에 감히, 생사를 결정해?



차디찬 바닥에 피와 함께 축 늘어져있는 주안의 시체를 발로 툭툭 차며 중얼거렸다.



″ 이왕에, 확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릴까?
평생동안 먹이로 삼게. ″



방금 난 생각이 꽤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후후, 앞으로 평생동안 먹힐 주안의 모습과 그 달콤한 피를 상상하니,
인간의 비유로 하자면, 입꼬리가 광대 끝까지 올라가서 실실 웃고만 있을 것 같았다.



주안을 뱀파이어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주안의 시체에 다가가자.
화악ㅡ하고 달콤한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키스할 때처럼 찔끔찔끔 나오는 피와는 천지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조차 감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린 주안의 시체를 물끄럼히 쳐다보았다.
승현의 옆에는, 그토록 원하던 주안의 달콤한 피가, 흩뿌려져 있는데.
아까까지 있었던 식욕이 확 가라앉았다.



새벽에 뜨는 잔잔한 햇빛을 받은, 승현의 짙은 적색 눈빛이 낮게 일렁였다.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방금 죽어 따뜻한 체온을 갖고 있는 주안의 시체만을 눈 안에 담고.



무릎을 굽혀 앉아, 주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옛날에, 저 인간이 날보며 지었던 표정이 뭐였지?



내가 인간들의 총에 맞고 쓰러졌을 때, 저 인간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몸짓을 했고, 어떤 반응을 취했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과거에 저 인간과 친구…였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추억과 기억을 공유했으며, 어떤 감각을 서로 나누었는지 조차.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 하나도.



생각 하나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에게 의문이 던져졌다.
왜? 어째서? 기억이 나지 않는거지?
연속된 무응답에 자연스레 눈가가 찌푸려졌다.



나는 순혈, 즉 최초의 흡혈귀.
인간의 총에도 죽지 않고, 은이나 햇빛을 받아도 죽지 않는다.
나의 피로 다른 흡혈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나는 저 인간을 먹기 위해…



지끈ㅡ하며 갑자기 울려오는 두통이 머릴 강타했다.
마치 넌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하면 안된다는 듯이.
바닥에 짚었던 손을, 이마에 올려 지끈지끈 울리는 이마를 매만졌다.
주안의 피가 있던 바닥에 손을 짚었었는지, 주안의 피가 향긋한 내음을 물씬 풍겨왔다.



…일단 저 인간의 피라도 먹고 나면 아무거나 생각이 들지 않을까.



희고 긴 손가락에 묻은 주안의 혈액을 조심스럽게 핥아보았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달콤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씁쓸한 맛을 내는 주안의 혈액은.
사무치게도 그리운 느낌이였다.
뭐지? 뭔가, 예전에도 먹어본 듯한 느낌인데….



당황과 놀람으로 가득 찬 승현의 머릿 속에, 주안의 혈액에 새겨진 주안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샅샅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





″ 주안ㅡ! ″



승현이 주안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자상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는, 지금의 승현의 모습과 같은 구석이 전혀 없었다.



승현의 푸른색 벽안이 따사로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별빛처럼 몽환적이며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외모, 성별은 바꿀 수 없지만 머리색, 눈색은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힘 덕분에 바꿀 수 있었으리라.



자신을 부른걸 알았는지, 주안이 고개를 돌려 승현을 응시했다.



″ 왔냐, ″



″ 오냐, 왔다! ″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아무런 의미없는 말에도 한 껏 신나게 웃으며, 주안과 같이 있는 시간만으로도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뱀파이어가 식욕 외의 다른 감정을 인간에게 품는다?
그건 거의 식욕에 비롯되어서 나온 감정일 터인데, 승현의 머릿 속으로 들어오는 기억은
전혀 식욕과도 연결점이 없는,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처럼 자연스러운 감정이였다.
…승현이 갖고 있는 지식과는 전혀 매치가 될 수 없는, 그런 돌연변이 같은 감정.
뭘까, 이 감정은.
마치 자신이 인간이라도 된 마냥, 주안을 통해 안정이라도 하고 싶었던거냐.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승현의 기억은, 전부 주안과의 별 것 없는 대화와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대화가, 주안의 말 하나하나가 좋았다.
그게, 지금의 자신에게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껴져서.
그 때만은, 주안을 통해 인간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부셔진 댐처럼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우르르 쏟아지듯, 승현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 탕 ㅡ ′



꽤나 날카롭고 큰 소음이, 승현의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 …! ″



제길, 하필 은탄이군.
은탄으로 머리를 맞으면, 바로 되살, 아 날 수가… 없, 는…데.



자신의 피가 흩날리며 시야가 붉게 변했다.
눈을 감기 전, 보였던 것은 오직 오열하는 주안의 얼굴 뿐.



-



″ …너, 뱀파이어였어? ″



주안이 짐짓 심각한 얼굴로 물어왔다.
승현은 당황한 얼굴로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 으응, 그, 그렇지만 절대로 너를 해칠려한게 아니야! ″



″ …후, 알아. 근데 진짜, 속일 걸 속여야지.
너, 잘 때 눈 빨개지는거 보고 눈치챘다, 자식아.
나 말고 딴 사람이 눈치 챈거였으면, 너는 그냥 끔살이였어. ″



다다다 쏘아대며 말하는 주안을 승현은 절대 이길 수 없었다.
승현은 멋쩍은 듯이 자신의 뒷머리를 몇번 매만지더니, 이내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 나는…피를 몇 년에 한번 씩 먹어도 죽지는 않으니까.
뭐, 들킬 일은 없, 겠지…? ″



주안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더니, 이내 승현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 너, 그럼 몇 년 동안 안먹은거야? ″



″ 으음, 너 만나고 나서…부터 니까, 아마도 4년? ″



손가락 네 개를 펼쳐서 보여주자, 주안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바로 승현의 멱살을 잡았다.



″ 야! 너 뱀파이어라면서. 항상 비실대던게 그거 때문이냐!? ″



″ 어, 응 아마도…? 근데 왜 화를 내고 그래. ″



주안이 말을 더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옅게 한숨을 쉬고, 그대로
이어서 말했다.



″ …내 피라도 마셔. ″



″ 응…? 그게 무슨…. ″



″ 닥치고! 마시라면, 마시라고! ″



주안이 버럭 화를 내며, 자신의 팔 소매를 걷어올리고, 승현의 입에 갖다 댔다.



″ 그, 그치만 아플텐데…. ″



″ 그럼 니가 아픈건 괜찮고? 안돼, 먹어. ″



단호한 주안의 말에, 승현은 우물쭈물거리며, 숨겨두었던 송곳니를 꺼냈다.
승현의 날카로운 이가, 주안의 부드러운 살결을 파고 들었다.



″ 윽ㅡ. ″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대비되는 붉은색 선혈,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 …꿀꺽 ㅡ ′



승현이 만족한다는 듯 입을 떼고 주안을 쳐다보니, 빨갛게 변한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고통을 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미안. ″



″ 어, 응? 아니, 내가 먹으라고 한건데, 뭘 미안해해. ″



주안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당황하며 덧붙여 말했다.



″ 그리고, 앞으로 뱀파이어인거 들키면 안된다! ″



″ 너한테만 들켰는데, 뭔 소리야…. ″



입을 삐죽내밀고는, 투덜거리듯이 내뱉었다.
주안은 잔소리가 너무 많았다, 인간들의 엄마란 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한 껏 주안의 잔소리를 듣고 있자, 주안과 승현의 캠프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안은 모르는 듯 하니, 신경안써도 되겠지.
여긴 어차피 인간들밖에 없고.



별로 경계하지 않고, 주안의 꾸중과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 허, 뱀파이어, 라고? 승현이…? ″



밖에서, 누가 엿듣는 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멍청하게.



주안과 승현의 대화를 딴 사람이 엿들은 시점부터 정확히 4일 뒤,
승현은 인간들의 손에 타살 당했다.





***




″ 하, ″



주안과의 기억을 전부 떠올리고 나니, 허탈함이 밀물처럼 스며들어왔다.
자신은, 멍청한 승현 자신은.
자기가 흡혈귀란 것을 들키고도 감싸준 친구를 죽인 것 이다.
그것도, 주안 자신이 자살하도록 만든.
쓰레기 같은 자식.



″ 미안해, 미안해 주안… ″



무릎을 꿇고, 이제는 차가운 주안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어차피 들리지않을걸 알지만, 그래도 전하고 싶었다.



″ 멍청한 내가, 널 죽이고 말았어, 넌 날 감싸준 사람인데. ″



뱀파이어는 선척적으로 울지를 못한다.
그럴 감정조차 느낄 수 없거니와, 눈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속으로만 울었다.
창 밖에서도 쏴아ㅡ하고 비가 내렸다.
그렇게 비가 내려 옷이 젖듯, 승현의 마음도 축축하게 죄책감으로 젖어갔다.



″ 미안, 정말 미안해, 내가 왜 널 잊었을까, 왜 널 기억하지 못했을까.
전부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같이.
평생 같이가자, 모두 다 내 잘못이야, 넌, 넌…살아야되는데, 왜, 왜 어째서. ″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주안의 얼굴에 갖다댔다.
차가운 체온이 느껴졌다.
승현은, 주안의 부드럽지만 차가운 입술에 쪽ㅡ하고 입을 맞췄다.



살아있는 동안의, 마지막 키스일테니까.



그렇게 승현은 죽을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나지도 않는 눈물을 짜내었다.
그렇게, 마음만으로 울고 있는데, 눈에서 뚝, 하고 뭔가가 떨어졌다.
절대 눈물은 아닐터인데, 뭘까 이게.



작은 꽃이, 승현의 눈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작은 꽃이 승현의 눈에서 떨어질 수록, 승현의 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래, 죽는 방법이 하나 있었지.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



인간을 사랑하여, 마음까지 인간에 동화되면, 뱀파이어의 육체가 소실된다는, 그건가.
그래, 나같은 쓰레기한테는 잘맞는 방법이군.
썩고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절대 다시태어날 수 없는, 나같은 쓰레기.



승현은, 나지막하게 웃고, 이내 하나의 꽃이 되어 사라졌다.
승현이 있던 자리에는 백일홍 하나만이 가련하게 피어있을 뿐이였다.



′ 나중에, 같은 세상에서, 같은 종족으로, 같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무엇을 잃어도 좋아.
너 하나면 곁에 있어준다면, 그렇게 꿈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넌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주안. ′



-



- Give me blood. 완결



+ 이런 설정이 있다면 반전일 것 같다! 라서 한번 넣어봤습니다.



″ 아, 목마르다, ″



″ 응? 물 마실거예요? ″



″ 아니, 너 팔 좀 줘봐. ″



″ 아, 응응, 여기요, 근데 갑자기 팔은 왜? ″



″ 도진, 너 언제 나한테 물린 적 있냐? ″



″ 어, 음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



″ …그냥 기우인가 보군, 갑자기 키스하고 싶어졌어, 이리와, 도진. ″



″ 뭐, 주혁이 해준다면야 사양할리가 없죠? ″



주혁이 싱긋ㅡ웃으며, 도진의 입술에 버드키스를 했다.



어렴풋이 달콤한 내음이 났던 것 같다.
처음 맡아보는 듯한, 달콤한 내음이.
그렇지만, 어디선가 느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주혁, 지금 키스하는데 딴 생각하기예요? 나 삐진다? ″



″ 아, 정말 질투가 많아 도진, …그럼 너한테만 집중하지. ″



″ 흐응ㅡ, 당연하죠? ″



***



와 진짜 끝이다 와 정말 내가 이걸 한시간동안 썼따 와 내 시간돌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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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26 00:36 | 조회 : 2,817 목록
작가의 말
려다

하ㅏ 또 늦음 젠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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