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 흔적 ( 1 )

″ 이게 무슨 짓이지, 도강혁. ″



″ 아, 그냥 선전포고. 같은거죠. ″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는 남자였다.



***



″ .. ″



도진과의 전화가 끊겼다.
잠시 동안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 …불안하군. ″



도진의 휴대폰의 위치를 추적하여 알아본 결과,
도진이 말하던 약속장소와는 영 먼 곳에 위치가 나타났다.
도진이 자신을 속였을 리는 없다.
도진과 도진의 친구라는 사내와의 약속 장소가 그의 집 앞 카페라는건,
전화 내용을 빼내어 알 수 있었으니깐.
하지만, 약속 장소가 바뀌었을 것도 예상할 수 있겠지.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 쳇ㅡ ″



혀를 차고는, 바로 도진의 위치가 잡힌 곳으로 차를 몰아 나갔다.
제발, 제발 아무일도 없길.
자신이 가지 않아도 될 일이길.



거칠고 빠르게 운전하니 금방 도착했다.
주변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찾아보자, 옅게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혁은 그 쪽으로 다가가 보이는 것, 하나하나 다 부셔버렸다.
너무나도 초조했다.
자신의 것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이.



모든 것을 부시고 제일 안 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다리에 총을 맞아 피에 가득히 젖어 벌벌 떨고 있는 도진이 보였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였다.
그 때부터 주혁의 이성은 끊겼을 것이다.
주혁이 도진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도진의 앞에 선 남자가 도진의 얼굴을 낚아 채고, 그대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 .. ㅡ ″



어금니를 강하게 다물고 있자, 어금니에서 작은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마음 하나하나가 질투, 그리고 분노에 의해 잘게잘게 부셔지고 있었다.
내 것을 침범한 것.
내 것을 부수는 것.
둘 중 하나라도 범하는 자는, 주혁을 갈갈히 찢어발겼다.
근데 그 두 개를 모두 해버린 저 자를 가만히 둘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진과 억지로 키스를 하며 이쪽을 쳐다보는 눈은, 지난 29년간 보기 싫어도 봐야했던, 주혁의 동생인 ′ 척 ′ 했던 자, 강혁이였다.



온 몸이 분노로 떨렸다.



강혁은 자신의 친모가 죽고, 친부가 강혁의 친모와 재혼한 뒤 얻은 아들이였다.
주혁은 강혁보다 모든걸 월등히 잘했다.
운동도, 공부도, 예체능도, 하물며 살인까지도.
그렇게 주혁에게 가진 열등감과 자기 자신이 가진 경멸 때문에 주혁의 눈을 파버릴 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설마, 그 열등감 때문에 내 것을 침범할 줄이야.
주혁은 눈을 감았다 뜨며 강혁에게 안겨있는 도진을 잡아채듯 안았다.



기절했나.
하긴 총상을 입었으니, 고통으로 인해 쇼크사를 하지 않은게 다행이였다.
주혁은 강혁 쪽을 쳐다보며, 으르렁거리며 낮게 읊었다.



″ 자신의 피까지 속이고, 남의 것까지 탐내다니. 죽음은 각오 했겠지. ″



″ 당신 가족들에게 제 정체를 들킨 순간, 전 그 때부터 죽을 운명이였겠죠. ″



주혁은 혀를 차며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에서 축 늘어져 기절해 있는 연인의 입에 입을 맞추고, 바로 자신의 차에 태워 병원에 데려갔다.



***



″ 으윽, ″



일어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검은색과 하얀색이 대조되어 보이는 방이 눈 안에 가득히 들어왔다.
주혁의 집이였다,
다리에는 역시 끊이지 않는 고통이 몰려왔다.
그 때 보단 낫긴 하지만…
도진이 상체를 일으키자, 책상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주혁이 재빨리 다가와 도진을 꼬옥 안았다.



″ 어… ″



도진은 잠시 눈을 굴리더니, 팔을 올려 주혁의 넓은 등을 감싸 안았다.



″ 깨어나지 않았으면, 널 박제해서라도 내 옆에 놨을거야. ″



섬뜩한 말을 말이라고 내뱉는 남자는 평소와 다르게 잘게 떨고 있었다.
목소리도 평소와 같이 담담한 어조가 아닌, 깊게 잠겨있는 목소리였다.
아마도 자기 자신 때문이리라.



″ 음, 고마워요. 와줘서. ″



주혁은 도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고는 잠시, 피식 웃더니. 이내 달콤한 초콜릿처럼 부드럽게 입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 니 몸에ㅡ, 다른 사람의 흔적이 있는걸 못 참겠어. ″




1
이번 화 신고 2017-05-05 21:32 | 조회 : 3,839 목록
작가의 말
려다

앙 내일 수위인것같ㅌ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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