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 , 이번편은 내가 봐도 노잼인데

" 으으.. - "

어제 주혁과의 격한 섹스 덕분에 원치않았던 아픔을 잔뜩 안게 되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의 체격에 맞지 않은 곰돌이를 껴안고 마구잡이로 허리를 으깨버리는 느낌이랄까.

도진은 자연스레 좁혀진 자신의 미간을 피고,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 옆을 바라보니
주혁이 없었다.

침대 주변에 흩날려져 있는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주워 입고는 거실 식탁에 있는 쪽지를 발견하였다.

- 다시 한번 더 거부하면 일어서지도 못하게 해주겠어.

" .. "

쫙 -

시원스런 소리와 함께 종이의 잔해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 이런 미친 새끼가 다있나.. "

자신의 엉망인 머리를 손 빗질로 대충 정리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월요일. 9시 47분.

" 젠장..! "

도진은 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택시를 잡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철컥 -

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문이 벽에 부딪히며 나는 소음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간신히 아픈 몸을 이끌고 알바하는 곳의 문을 열고 곧장 사장에게로 가 말했다.

" 하아,,하아 - 늦어서 죄송.. "

거칠어진 도진의 숨소리가 자신이 격하게 뛰어 왔다는 것을 증명하 듯, 거칠었다.
하지만 도진이 차마 말을 내뱉기 전에 도진의 얼굴이 돌아갔다.

짝 -

허공을 울리듯 날카로운 소리가 도진의 얼굴을 강타하고 갔다.
찌르르하게 울려퍼지는 고통 덕분에 도진이라도 눈물이 맺히기엔 충분했다.

사장이 화난 눈으로 씨익씨익 거리며 도진을 노려보았다.

" 너, 한번만 더 늦으면 해고한다 했지! "

도진은 얼얼한 제 뺨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는 혼자서 이성을 잃고 소리지르는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저께는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할 놈한테 뺨을 쳐맞질 않나,
오늘은 최저 시급보다 몇 백원 더 줬다고 생색내는 사장한테 얼굴이 돌아갈 정도로 쎄게 맞질 않나.
요즘 도진의 얼굴은 나름대로 혹사당하고 있었다.

사장은 도진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자신을 아무런 감정없이 쳐다보자, 오히려 더 화가 났는지 아예 도진을 가게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앞으로 가게에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 ..후우 - "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안쪽 포켓을 뒤져 담뱃갑을 꺼내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치직 -

라이터에 불 붙는 소리가 나면서 도진의 입 주위에서 회색의 뭉텅이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요즘 취업난이라고, 알바도 잘 안 구해지던데..
고작 저 알바가 카페 알바이긴 했었으나, 집에서도 가깝고 할 일도 그렇게 많지 않아
꿀빠는 알바 중 하나였는데..

도진은 자신의 뺨을 가볍게 톡톡 치면서,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친구 놈을 하나 불러서 술을 마시기로 계획을 정했다.

***

..친구 놈들은 죄다 어제 술퍼먹고 쳐잤는지, 한 명도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도진은 결국 한숨을 쉬며 근처 찜질방으로 가 몸을 개운하게 씻은 뒤, 편의점에 가 대충 한 끼를 때웠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멍한 얼굴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쾅 박았다.

" 으아악!! "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아 찡한 고통이 가실 때 까지 기다렸다.
애꿎은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게 너무나도 창피하고 억울해서 벌떡 일어나 전봇대를 쳐다봤는데,

알바 모집.
요리, 설거지, 잡일만 잘하면 됨.
시급 4만원.

알바모집 장소 : ecriava - 에크리아바 입구 앞 쪽.
알아서 찾아오세요.

알바모집 시간 : 오후 5시까지.

이력서 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면접만 보고 끝낼거니 몸만 챙겨서 오세요.
오랫동안 하실 것 아니면 그냥 가십시오.

라는 종이가 떡하니 붙여져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시급을 봤는데 엄청 혹한다!
에크리아바..여기 꽤나 유명했던 술집, 같은데..
집에서도 꽤나 가까운 편에다 시급 4만원.
요리? 혼자 먹다보니 웬만한 요리는 다 할줄 알고.
설거지도 혼자 살다보니 다 하고.
잡일..도 잘하지.

꽤나 진중한 눈빛으로 이 알바를 해야하겠다고 마음먹고는, 자신의 짐을 챙겨
정현 놈의 집에 대충 쳐박아 놓은 뒤에, 검은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는 나름 경험이 많아보이게 - 물론 도진의 기준이지만. - 분위기도 바꿔보았다.

그 때 도진은 이 알바를 하면 안됐었다.

***

모집 시간보다 몇 십분 정도 더 빨리 온 도진은 에크리아바 입구에 비스듬히 기대어 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도진을 힐끗힐끗 쳐다보긴 했지만, 시선은 생각하지도 않고 아직 반절도 채 피우지 못한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밟았다.

왜 여기는 남자들밖에 없는걸까. 싶어서 두리번거렸다.
여자는 코빼기도 안보였다. 이 가게 주변만 여자들은 접근도 못하는 것 같은데..
손님도 죄다 남자 뿐이였고.

도진이 의문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었지만 그 의심이 채 드러나기 전에 누군가 도진에게 다가와 물었다.

" 혹시, 일행이 있으신가요? "

" 아, 아뇨. 없긴 하지만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

도진보다 살짝 작은 여리여리한 체형. 꽤나 이쁘장하게 생긴 남자였다.
도진은 절대 작은 키가 아니였다. 178cm는 오히려 큰 편이였지.

남자한테는 서비스 안해주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좋으니, 한번 웃어줘야겠다고 생각한 도진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자 도진에게 다가온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 아, 그럼 가, 가보겠습니다. "

라고 말하고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왜 말까지 더듬으면서 가는걸까?

도진은 게이도 바이도 아니여서 남자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조차 못했다.
눈치가 없는게 아니라 당연히 동성이니 자신에게 그런 반응을 보일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는데, 그냥 낯 좀 가리나 보다..싶어서 가만히 손만 흔들어 줬을 뿐이다.

몇 분 뒤,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도진에게 다가와서 나직하게 물었다.

" 혹시 면접보러 오셨습니까? "

" 아, 예. 근데 면접보러 온 사람이 저 혼자뿐인가요? "

" 예. 그럼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끼익 -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내부는, 은은한 꽃향기가 퍼져있었으며,
피처럼 짙은, 찰랑이는 와인이 담겨있는 잔들의 부딪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낮게 깔려져있는, 꽤 분위기 좋은 곳이였다.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데려와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건전한 곳처럼 보였다.

복도 뒤쪽에 있는 룸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소리는 방음이 철저히 되어있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중간에 뚫려있는 작은 창문 틈으로
스쳐지나가 듯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얼핏 봤어도 분명 성행위를 한 것이 보였다. 그것도 남자끼리.
여기서 도진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손님은 남자뿐..룸에 들어간 사람들도 전부 남자. 종업원도 남자.
여자는 들어올 수 없다는 규정..
설마 여기, 게이바였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도진은 당황한 자신의 표정이 제발 냉정한 표정이였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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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2 01:14 | 조회 : 3,582 목록
작가의 말
려다

스토리 때문에 써야하는 이 가혹한........쓰는 나도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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