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서늘한 바람이 얇은 커튼자락을 흔들어대는 아래 깔끔하게 정돈된 방 안에 한 소녀가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색색거리며 이어지는 고른 호흡과 오르내리는 이불자락만으로 겨우 소녀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을 만큼이나 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잠들어있었다.

물결치듯 굵은 컬을 부드럽게 늘어뜨린 선명한 연둣빛의 머리카락위로 새하얀 도자기처럼 투명한 피부와 뛰어난 조각가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조각해낸 것만 같은 수려한 이목구비, 둥근 곡선을 자아내며 풍성하게 올려 진 속눈썹 사이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어서 눈물과 함께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잘게 떨리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 누구보다 애달프게.







‘........’

무수히 많은 꽃이 개화해 낙화를 끝없이 반복될 만큼 소녀는 여전히 꿈속에 있었다.

호리호리하던 여린 몸은 주인이 잠들어 있었음에도 소녀의 나이에 맞추어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내 굴곡진 곡선을 자아내었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감정을 모두 쏟아냈는지 소녀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소녀는 언제 울음을 터뜨렸나는 듯 깨끗하게 표정을 지워낸 지 오래였다.

눈가를 따라 희미하게 드러난 눈물자국 만이 소녀의 울음을 대변했다.

그리고 이제 꿈속에서의 시간을 끝났다는 듯 소녀의 손가락이 천천히 까딱였다.

천천히.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꿈속에서 깨어났음을..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듯 움직였다.

손끝과 발끝에서 부터 팔과 다리로. 이어서 온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곧 얼굴로 이어졌고, 속눈썹이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청록빛깔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몇 번의 깜박거림도 잠시 어둠속에 적응되어있는 청록빛깔을 띄는 눈동자는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소녀의 눈을 빠르게 주변을 스캔해냈고, 소녀는 손을 움직여 볼을 타고 이어진 눈물자국을 한 치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이 깨끗하게 지워냈다.

‘똑똑’

곧이어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려던 이의 당황이. 놀람이. 그리고 감출 수 없는 기쁨이. 고스란히 소녀에게 전해졌으나 들어오는 이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 속에는 공허가 담겨있었다.



완벽하게 비워진듯한 공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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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2 23:57 | 조회 : 1,488 목록
작가의 말
nic3610888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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