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욕설 주의
#필력이 매우매우 딸립니다



[20XX년 3월 XX일 날씨: 존나 춥다. 제목: 남 도 현 시 발 새 끼]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말하라고 했을 때 고민 않고 바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뿐일 것이다. 뭐, 아무도 안 물어보겠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글을 써서라도 지금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기에.


때는 중학교 1학년. 일 학기 중간 즈음이었을 것이다. 반에는 유독 장래 미모가 유려한 애가 하나 있었다. 선생님들께 귀염도 받고예쁨도 받고, 반장도 하는. 상도 자주 타와서 1학년 대부분이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친구도 매우 많이, 아주 많아서 학교의 인기인이었달까.
그때까지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남도현은 그냥 반 찬구1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너무 자랑 글이 되어버렸는데, 나는 이 새끼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음이다) 비록, 부모님들께서 친해지시기 전까지였지만.

언제부터였지? 엄마가 남도현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다. 지금은 도를 닦은 지 오래고.
걔네 부모님께서도 많이 얘기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처음 봤을 때 엄청 알고 있는 거 보니까 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되다 보니까 붙어 다니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때이다)

엄마는 남도현이 다니는 학원에 나를 보내고, 동아리에 지원서를 넣으라 하셨다. 난 그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나는 이렇게나 고통스러우니까.

시발.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굉장히, 존나 이 집에 살 수가 없어…….
남도현 그 새끼는 참 재수 없다. 사이보그 같다. 그냥 완벽해보여서 짜증난다. 나는 아직도 남도현이 욕을 쓴 걸 본 적이 없다. 착한 말 고운 말만 해서 아주 좋으실 것 같네요, 나 참.

거기에 범생이 주제에 고백도 많이 받았다. 존나 짜증 나. 더 짜증 나는 건 애가 겸손까지 떤다. 그런 거 해서 뭐 좋을 게 있나.

그렇게 잘난 놈이 내 옆에 항상, 매일, 에브리데이 붙어있으려니 이제는 비교당하는 것에도 도가 텄다. 걘 왜 다른 놈들하고 붙어 다닐 생각을 안 할까. 좀 떨어져 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애들한테까지 비교당하는 건 정말 쥐약이라고.

놀랍게도 위의 모든 내용들은 굉장히 간결하게 써놓은 것이다. 분명 그 누구도 내가 하루에 비교당하는 양을 알지 못할 거야.
깔 거면 제대로 깔 것이지 왜 말끝을 흐리고 에휴냐고. 그냥 죽고 싶어진다.

시발, 씨발!!!

-




"탁,"


샤프를 땀범벅인 손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참 자유로워 보였다. 요즈음은 스트레스로 돌아가실 것만 같다. 눈이 퀭해지고, 허연 얼굴이 더 허예져서 이제는 귀신처럼 보일 지경이다. 곧 시험이라 그런가.

시험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간고사라던가, 기말고사라던가, 반 배치 고사라던가, 모의고사라던가. 전부 다 지긋지긋하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에는 분명 엄마 자식은 정말 남도현일 거야, 라고 느낄 게 뻔하다. 평소에도 입에 달고 사시는데, 시험 기간에는 아무렴. 분명 내 증세는 더욱더 악화할 것이다. 생각에 생각을 연달아 하다 보니까, 왠지 내 처지가 우스워져서 한동안 미친놈처럼 혼자 웃고 있었다.

방금까지 남도현 얘기를 써서 그런가, 그 새끼 생각이 난다. 요즘 남도현이 이상하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 나쁘다고 해야 하나.


"아냐, 이건 애초에 그랬어."

문득 떠오른 사실에 고갤 저었다.
개쩌는 스트레스에 이상해진 것 같은 친구놈이라니. 나는 처음부터 친구 하기도 싫었는데. 분명 내가 돌연사한다면 사인은 남도현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다른 원인이 있을까.

생각해보자면, 지금까지 들은 애매한 욕들은 놀랍게도 모두 그 새끼와 비교당한 얘기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나이로 따져본다면, 새천년을 맞이할 때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3000천 년도의 세상은 어떨까. 아주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오버 같다고? 그럼 욕 아닌 애매한 욕 들을 매일같이 들어보라. 방학까지도 포함해서.

그렇지만 이제 남도현을 저주하기보다는 내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터다. 내 인생을 탓할 수밖에. 나도 충분히 공부하는데. 걔가 잘난 거다. 그것도 엄청. 완전 재수 없을 정도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아냐, 그만 생각하자. 지금은 공부할 때야.

이런 게 새벽 감성인 걸까. 조금은 울적해져서, 평소보다 거칠게 일기장을 닫고는 서랍에 쑤셔넣었다. 풀다 만 문제집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 여느 때의 새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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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6 20:00 | 조회 : 699 목록
작가의 말
TO.

파닭이 먹고싶네요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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